카테고리 없음2021. 10. 17. 08:26

근래에 아주 '좋은 책'을 만났다.  그 책은 지난 5년간 분명히 늘 내 '코 앞'에 있었다.  온집안에 아무렇게나 쌓여 있는 책 더미 속에 그 책이 아무렇게나 방치되어 있었다. 그는 '증정본'이었다.  내가 관심이 있어서 내 돈 내고 사 온 책이었다면 내가 그 책을 모를리가 없었다. 그 책은 그냥 우연히 흘러들어와 비좁은 우리집 방구석에서 얌전히 오년을 기다리고 있었던거다. 

 

그런데 일단 무심코 '심심파적'으로 그 책을 집어든 나는 그자리에서 책을 읽다가 그 날 하루를 다 보냈다.  동시대의 '고민하는' 어떤 대학교수가 일반인이 읽기에도 무난하게 쓴 '사회 교양' 책이었다.  나는 그 책이 하도 맘에 들어서, 며칠 후 저자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만약에 어느 대학 교수가 저자라면 - 대학에서 프로필을 찾으면 이메일은 쉽게 찾을 수 있다).  내가 이 책이 왜 마음에 들었는지 몇가지 적고, 좋은 책을 내 주셔서 감사하다는 - 저자에 대한 인사였다.  (저자가 기뻐할 것 같았다.  저자들도 응원이 필요하다. )

 

그런데, 그냥 내가 내 흥에 취해서 보낸 이메일에 저자가 답을 보내셨다.  역시 나의 인사가 그를 기쁘게 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의 답신에 약간 '놀라운' 내용이 들어있었다.  사실 그는 그의 교수와 학자로서 그의 전공 분야 관련 연구 업적이 활발하고, 전공 관련 책도 여러권 출판을 하였다. 그런데 내가 읽고 반한 책은 그의 전공과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일반 교양 수준의 책이었다. 그가 이런 '일탈 (전공과 관련 없는 글을 쓴 것)'을 하게된 계기가 놀라웠다.  그가 활발한 연구 활동을 하다가 연구년을 맞아 외국으로 나가려고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암'이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가 '암' 선고를 받았을때 - 내가 암에 걸리는게 당연하지 - 라는 생각이 스쳤다는 것이다.  그의 활발한 '업적'이 공짜로 얻어졌을리는 만무하고, 그의 삶이 '본질적인 것'에서 벗어나 있었다는 깨달음이 그를 내리쳤을것이다.  그 때 그는 '정말로 내가 쓰고 싶은 책을 써보고 싶어'라는 자각을 했다고 한다.

 

내가 읽고 반한 책은 - 한 학자가 생존을 위해서 그야말로 '필사적'으로 발버둥치며 '성곡적으로' '생존'하다가 암 선고를 받고 - '아 도대체 내가 무엇을 위해서 살아온거지?  회의를 품은 후 - 죽기 전에 내가 하고 싶은 말이나 속시원히 해보자는 심정으로 쓴 책이리라.  

 

그분은 그 후에도 소속한 학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며 책을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암을 잘 극복하신 듯 하다.  그런데 어쩌면 내가 읽고 반한 그 책이 그 사람을 '되살린' 책인지도 모른다.  그런 책이기에, 내가 읽고 반한 것이겠지.  아마도 그런 책이 5년이 넘도록 내 근처를 맴돌면서 이제야 나와 만난 것을 보면 - 이제 나도 다시 날개를 펼쳐야 할 때가 온 것인지도 모르지... 아, 내게도 마무리 해야 할 '숙제'가 있는 것이니. 

 

 

 

 

Posted by Lee Eunmee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