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21. 10. 1. 16:00

나는 캠퍼스에서 생활한다. 일하는 건물과 숙소 건물은 약 300 미터쯤 떨어져 있다. 늘 캠퍼스에서 지내다보면 불편한 점이 한가지 있는데 - 나의 삿적인 영역이 극히 제한되어 있다는 것이다. 나는 내 숙소의 문을 열고 나서는 순간부터 '공인'이다. 늘 '정상적인 어른'처럼 행동을 해야 한다.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면 안된다. 

 

며칠전에는 내 숙소 입구로 들어서려는데 어떤 곱다란 학생이 마스크를 쓴채로 반갑게 나와 눈을 마주치며 인사를 했다, "Oh! Professor 000!"  놀랍고 반갑다는 빛이 역력하다.  그래서 나는 상대가 누구인지 잘 모르지만, 그래도 역시 눈을 빛내며 반갑다고 멍멍멍 해 주고 그 자리를 지나쳤다. 

 

현장을 지나치고나서 나는 중얼거렸다, --"그런데 누굴까? 아마도 내 학생인가본데..." 

 

필시 내 학생일 것이다.  내가 채용한 인턴인지도 모른다.  학생 아니면 학생 인턴이겠지. 그런데 그가 누구인지 알 길이 없다. 

 

왜 이런일이 벌어지는가?  코로나 때문이다. 그리고 '마스크'때문이다. 

 

아, 정말 지겹다. 벌써 4학기째 학생들 얼굴을 못 보고 수업을 하고 있다.  '줌' 수업을 할 때 카메라를 켜는 학생의 수는 매우 제한적이다. 학생들은 카메라 켜기를 주저한다. 그리고 나는 카메라를 켜라고 강제할 수 없다. 나는 카메라 켜는 것을 학생들의 판단에 맡겼다. 자발적으로 카메라를 켜는 학생도 간혹 있지만 대체로 카메라를 켜지 않는 분위기 이다.그러니 나는 검은 바탕에 학생이름만 적힌 것을 보면서 토론을 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강의를 한다. 

 

커뮤니케이션 수업에서는 오디오/비디오 발표 숙제를 지속적으로 내 준다. 카메라 앞에 앉아서 비디오로 발표하는 영상을 찍어 올리는 과제를 할 때조차 '마스크'를 쓰고 하는 학생들도 있다.  분명히 자기방에서 영상 녹화를 하면서도 마스크를 쓰고 한다. 얼굴을 노출시키고 싶지 않다는 뜻이리라.  나는 얼굴도 모르는 학생들을 만나서 대화를 하고, 토론을 하고, 그들의 과제를 채점한다.  나는 내 학생들의 얼굴을 잘 모른다.  내 학생들은 카메라 앞에서 '원맨쇼'를 하는 나를 들여다보며 킥킥 웃기도 하고 - 그런 식으로 나를 만난다. 

 

나는 마치 카메라 앞에서 혼자 쇼를 하는 사람 같다. 학생들은 나의 얼굴을 기억하고, 내 표정이나 목소리나 몸짓을 기억할것이다. 수업내내 카메라앞에서 활발하게 '쇼'를 하니까.  그는 아마도 멀리서도 나를 알아 볼 것이다. 설령 내가 마스크를 껴도 그들은 멀리서도 나를 알아 볼 것이다. 나는 그들 앞에서 내내 원맨쇼를 하는 사람이니까.  반면에 나는 검은 화면을 보면서 이야기를 한다. 나는 열심히 떠들고 질문하고 대꾸한다. 상대방의 얼굴도 보지 못하면서, 검은 화면을 향해웃고 떠든다. 

 

 

그래서 - 내가 한번도 본적이 없는 학생이 먼저 나를 발견하고 반갑게 인사를 할 때, 나는 모르는 사람에게 역시 반갑다고 인사를 한다. (그를 실망시킬수 없으니까.)  학생들은 자신들이 내게 얼굴을 보여준 적이 없다는 것을 아마 인지하지도 못하고 있을것이다. 

 

 

이건 마치 내가 '스타'가 된 것 같다.  길가다가 친근한 영화배우나 탤런트나 가수를 만난다면 - 나는 '아 저 사람이 가수 000씨구나!'하고 반가워하겠지만 - 그 가수가 나를 알 리는 없다.  내 쪽에서 일방적으로 반가울뿐이다.   얼굴을 모르는 학생이 내게 반갑다고 인사를 할 때 - 나는 내 학생을 기억하지 못해도 역시 반가워해줘야 한다. 실망 시킬수없는 것이다. 

 

어서 이 상황이 끝나기를 바란다.  우리는 모두 서서히 우울감에 빠져들고 있다.  

 

 

Posted by Lee Eunm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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