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21. 1. 24. 05:40

 

내가 여름에 그리고 최근에 자가격리한 곳은 시내 오피스텔인데 - 이런 곳들은 기본적으로 부엌 시설 및 집기가 갖춰진 곳이라서 '도구' 걱정은 안해도 되었다.  그렇다고 내가 요리를 한 것은 아니고 주로 전기포트로 물끓여 차마시고, 전자렌지로 햅반 데워 먹는 정도였는데, 그래도 막상 '부엌'시설이 없는 새로운 자가격리 장소로 이동 할 생각을 하니, '난 뭘 어떻게 해 먹고 사나?' 근심이 되었다.  오피스텔에 있을때는 남편이 매일 나 먹을것을 문앞에 갖다 줬으므로 매일 신선하게 조리된 좋은 음식을 먹었는데 새로운 곳은 경계가 삼엄하고, 아예 외부인이 차단된 곳이다.  그때 내 머리에 떠오른 것: "있다!  버려진 라면포트가 있다!!"   

 

내가 사는 사택에는 공용 주방시설이 있는데, 가끔 그 앞을 지나치다보면 (내 집에는 주방이 있으니 공용주방을 사용할 이유가 없다), 한 구석에 기숙사 사용자들이 버리고 간 멀쩡한 물건들이 놓여있다.  청소하시는 분들이 버려진 비품들 중에서 쓸만한 것을 그곳에 진열해 놓으면 - 누군가 필요한 사람이 가져가는 시스템이다.  나는 그곳에서 양은냄비며 소형 빨래걸이, 플라스틱 세숫대야등 다양한 비품들을 조달받고 살아왔다. (거기는 나의 보물창고다).  그곳에 일년가까이 앉아있던 라면포트 생각이 났다.  그래서 남편에게 문자를 보냈다 - '그 라면포트 갖다 씻어서, 작동 하는지 보셔. 작동되면 내가 갖다 쓰게.' 남편이 라면포트가 작동이 잘 된다며 내게 갖다 주었다. 

 

이것으로 내가 어제 오후에는 '누룽지'를 끓여서 먹었고, 오늘 새벽에는 물을 끓여서 레토르백에 담겨있는 '호박죽'을 끓여 먹었고, 그리고 어제 입소 할 때 남편이 타파통에 담아온 굴미역국을  데워 놓았다. 국 남은것은 팔팔 끓여 데워 놓으면 상하지 않는다. (실내 냉장고가 작아서 국이 못들어간다).  저 국도 얼른 먹어치워야지. 굴도 많이 넣고 미역귀까지 넣어서 남편이 정성껏 끓인것인데. 

 

이 라면포트 - 정말 대단하다. 검색해보니 35,000-40,000원 정도 되는것인데, 이런 귀한것을 버리고 가신 분께 감사.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