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21. 1. 23. 04:03

내가 자가격리자로 생활을 하다보니 자가격리자를 관리하는데 어떤 헛점이 발견되어 여기다 적는다.

 

 

자가격리자들은  인천공항 입국절차시 이 앱을 깔고 공무원이 보는 앞에서 활성화하고, 게다가 현장에서 나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서 확인까지 한다.  앱을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담당자가 직접 도와주고 설명도 해 주니 잘 모르시는 분들도 걱정 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나는 매일 이 앱을 열고 체온 측정 기록을 남긴다. 최소 오전/오후, 하루 두차례 기록을 해야 하는데, 나는 심심한 나머지 하루 대여섯번을 기록하고 있다.  체온계는 여름에 자가격리 할 때 산것을 유용하게 잘 쓰고 있다.  나는 마치 이 자가격리앱과 대화를 하듯 지내고 있다.  뭐 심심하니까. 

 

그런데, 이곳에서의 내 생활이 오후 시간 내내 자면서 보내고 자정 쯤 일어나서 오후까지 살아 움직이는 '야행성' 이 되다보니, 오후 시간에 내가 잘때 - 내 전화기가 움직임이 없이 수시간동안 방치되어 있는데 - 이때 (저쪽에서 어떻게 감지하는지 알수는 없으나, 뭐 앱에 그런 기능이 있나보다) 전화로 메시지들이 온다 "장시간 움직임이 없다. 어서 이것을 클릭해라" "장시간 움직임이 없다 어서 클릭해라" 뭐 이런 메시지가 두세번 왔는데도 내가 자느라 그것을 못 봤다하면 마지막에는 "움직임이 없어서 담당 공무원에게 보고되었다" 이런 메시지도 와 있고 그런다.  나는 쿨쿨 자고 있었는데 말이다.

 

그래도 담당공무원에게 보고되었다는 메시지를 발견하면 불안하기도 하다. 오해 받는것 같아서. 그렇다고 담당공무원이 내게 전화를 걸거나 현장을 '급습'한 적은 없다.  (전화를 걸면 받겠지. 현장을 급습하면 내가 게게 풀린 눈으로 잠에서 깨어서 '누구세요?' 하겠지.)

 

자가격리앱 체온측정 보고 페이지에 '메모'칸이 있다. 직접 메시지를 작성할수 있는 것이다. 뭔가 증상이 있으면 상세히 쓰라는 칸이다.  그래서 그 칸에 "낮밤이 바뀌어서 낮에 자고 밤에 일어나 일하는데 - 낮에 자는데 자꾸 문자 보내신거 못받아서 스트레스 받습니다. 차라리 전화를 걸어서 확인을 해주세요. 제가 자고 있으니까" 뭐 이런 메시지를 적기도 했다.   문자는 앱이 자동으로 생성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 그게 바로 이 앱, 관리의 헛점이다.

 

(1) 낮에는 전화기에 움직임이 있어야 하고, 밤에는 움직임이 없어도 상관없쟎은가. 그렇다면, 나는 심야에 전화기를 이 자가격리장소에 놓아둔채 인근 공원에 산책을 나가서 한 두시간 산책을 하고 와도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산책을 못해서 좀이 쑤시고, 창밖으로 내가 늘 나가 걷던 해안산책로로 사람들이 걷는 것이 보이면 막 달려나가고 싶어지는데 - 심야에는 나도 나가서 걸을수가 있는 것이다.  물론 나는 열흘째 이 숙소의 문을 열고 발을 한발짝도 밖으로 내 디딘적도 없다.  나는 참 착하고 성실한 시민이다. 

 

(2) 그러면 이것도 가능하다.  낮에 남편이 문밖에 점심배달하고 가는게 아니라, 남편이 내 숙소로 들어온다. 남편이 내 전화기를 들고 실내에 있고, 나는 남편 전화기를 들고 밖으로 나가서 온종일 놀다가 들어온다. 남편은 내가 없는 동안 한 두차례 앱에 체온을 기록한다. 그러면 앱은 내가 없다는 것을 감지하지 못한다. 완전범죄다. 물론 나는 이런 짓은 안한다. 정직하게 사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냥 헛점이 보여서 적어본다. 뭐 이런 헛점을 이용하러 들지 말고 성실하게 나와 이웃과 사회를 위해서 규정을 지키는 것이 마땅한 일이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