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21. 1. 27. 04:39

Day 1 (2021/1/13/수)은  공항에 도착하여 즉시 보건소에 가서 코비드 검사를 받고, 자가격리 장소에 도착하여 짐을 푸는 것으로 보냈다.

 

 

Day 2 (2021/1/14/목) 는 온종일 비몽사몽하다가 초저녁부터 잠이 푹 잠이 드는 것으로 지나갔다. 검사받은지 12시간도 안되어 '음성' 판정 메시지를 받아서 기뻤다는 것이 이날의 하일라이트. 온라인 교회 새벽기도를 다시 시작했다. 

 

 

Day 3: (2021/1/14) 금

 

어제 초저녁부터 푹 잤기 때문에 새벽에 잠이 깨었을때 일어나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새벽기도를 드리고, 일을 시작했다. 앞으로 시급히 처리해야 할 일들의 리스트를 정리하고, 연말정산을 위한 준비도 하고. 할일이 줄을 지어 서 있으니 그 일들을 처리하다보면 자가격리가 끝날 것이다. 지루하지 않다.  오전에 담당공무원에게서 전화가 왔다.  자가격리자를 위한 비품 (양식)을 보내주겠다고 해서 - 그것도 세금인데 보내지 말라고 했다. 그만큼 세금 절약이니까. 뭐 어차피 내가 먹지도 않을 인스탄트 카레나 스팸 이런거 - 내가 안먹는것을 받는것은 낭비일뿐이다. 나는 그래도 가능한 모범시민으로 행동하려 한다. 

 

 

올해들어서 우리학교에서는 내가 자가격리 1호가 된다. 내가 무사히 돌아왔다는 소식에, 코로나 관련 담당 교직원 선생님이 나의 입국과 자가격리 절차를 상세히 알려달라는 요청이 왔다.  내가 경험한 것은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미지의 세계' 같은것이다. 이제 봄학기 개학을 앞두고 미국교수들이 줄줄이 입국을 하게 되므로 담당 선생님으로서는 최대한 상세한 정보를 취합하여 그들에게 미리 알려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상세히 내가 겪은것 미리 준비하고 챙겨야 하는 사항들에 대하여 적어보내 주었다. 

 

 

* 자가격리자의 실내 행동 요령에 대해서 새로 자각하게 된 점: 자가격리를 겪은 동료교수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자가격리는 '쓰레기와의 전쟁'이기도 하다. 넓은 자택에서 자가격리를 하는 것이 아닌, 나와 내 동료들은 15일간 작은 오피스텔이나 그 비슷한 작은 유닛에 갇혀 지내게 되는데 - 갇혀 지내면서 운동하기도 힘든 난관 외에도 '쓰레기'처리가 큰 문제이다.  내 동료교수는 여름에 자가격리 할 때 제일 고통스러웠던 것이 운동부족이나 고립감 보다도 '쓰레기'가 썩지 않게 봉지에 담아서 냉동실에 얼려서 - 그야말로 냉동실을 쓰레기로 가득채웠다는 경험이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그 문제를 생각해봤다.  음식물 쓰레기를 왜 냉동실에 얼리지? 그럴필요가 전혀 없는데.  일단 한끼 먹을 음식을 정량을 먹고 (스님들이 먹듯이 음식을 먹을 만큼을 정확히 덜어서 깨끗이 먹고) - 남은 음식은 냉장보관해서 다음에 먹고 - 일회용기 (요거트용기, 햅반 용기) 이런것들은 먹고나서 깨끗이 씻어서 말린다.  그러니까 음식은 남김없이 싹 먹어치우고, 음식 묻은 일회용기는 깨끗이 씻어서 말리고. 그러면 냉동실에 들어갈 쓰레기는 없다.  속옷과 양말은 매일 빨아 널고. 먹을것은 먹어 치우고. 쓰레기 나올것이 없다.  먹기 위해 발생하는 일회용기 버릴것들 조차도 깨끗이 씻어서 말려서 차곡차곡 보관하면 오히려 재활용도 되고 좋다.  그리고 우리 자가격리자들은 격리기간동안 쓰레기 배출이 금지된다.  그러니 뭐든 깨끗이 씻어서 말려서 보관하면, 기분도 좋고, 실내에서 뭐 상하는 이상한 냄새도 안나고 아주 좋다. 

 

Day 4 2021/1/16/토

 

 

어제 초저녁부터 잠이 들어 자정이 지난 후에 잠에서 깨었다.  뭔가 매뉴얼을 만들어야 했는데 그 작업을 하다보니 날이 밝았다.  결국 주물럭거리고 있던 27페이지 매뉴얼 하나를 만들었다. 숙제 끝!  

 

 

점심으로 치즈오므라이스를 먹었는데, 밥의 양이 많아서 밥을 조금 남겼다.  그리고 졸려서 자기로 했다. 종일 먹은 것이 점심으로 먹은 치즈오므라이스.  숙제를 마쳤다는 안도감에 잠이나 푹 잤다.

 

 

 

Day 5 2021/1/17/일 맑음

 

 

오전 아홉시에 시작하는 예배를 드리기 위하여 세수하고 양치질하고 책상 앞에 앉아있다. 벌써 5일차이군. 여름 첫 자가격리때에는 뭔가 뒤숭숭하고 지루했는데 - 평온하게 시간이 흐르고 있다.

 

 

지난 여름에는 학교에서 구해준 복층형 오피스텔에서 지냈었다. 복층이라서 뭔가 특별한 기분이 들었지만 - 복층을 평면으로 펼쳐 놓는것이 더 나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복층이라는 이유로 1층 평면이 어딘가 기차같이 비좁았었다.  그리고 창밖으로 벽이 보였다. 답답했다. 

 

 

이번 자가격리 장소는 내가 구했다.  우선 그냥 지난 여름 학교에서 정해줬던 곳에서 그냥 하려고 연락을 취했는데 터무니없이 비싼 값을 불렀다. 그돈을 내고 그 유치장같이 답답한 복층형에서 보름을 보내야한다구?  돈이 아깝지.  그래서 내가 직접 뒤져서 절반 값의 이곳을 구했다.  그냥 평범한 오피스텔이다. 스탠다드한.  면적은 지난번 복층형 오피스텔의 단층 면전과 크게 다르지 않는데 - 의외로 편안하다.  (구조는,  뭐 퀸사이즈 침대 있고, 소파하나 있고 뭐 벽 한면을 이용한 수납벽장 부엌시설, 욕실과 세탁기.)  

 

 

이 곳이 편안한데는 두가지 중요한 이유가 있다: (1) 한쪽벽이 통유리창으로 되어 있는데 - 전망이 좋다.  뭐 커튼 열면 옆쪽 건물의 집들이 보여서 내가 실내에 전등을 켜고 커튼을 열어 놓으면 내가 다 전시되는 상황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정면으로 - 중간에 아파트 건물이 약간 가로막는 부분도 있지만 - 내가 평소에 다니던 해안 산책로가 보인다.  해안 산챌로 너머로 다리건너 이 도시의 구도심도 그대로 드러나고 멀리 멀리 펼쳐져있는 산도 보인다.  산책가는 사람들도 보이고, 내가 모르고 있던 - 고층에서 내려다보니 보이는 또다른 습지대도 보인다.  '아! 다음에 산책 나가면 저기를 가봐야지!' 혼자서 밖을 내다보며 습지대를 마음으로 산책할 수 있다.  이곳에 대한 리뷰를 보니 "교통이나 시설이 편리하지만 전망은 볼거 없다"는 평이 보여서 '전망'을 아예 포기하고 들어왔는데 -- 내게는 이 전망이 참 좋은 것이다. 이정도 전망이면 참 좋은데.  아파트 정원에서 산책하거나 놀러가는 아이들도 보이고, 아파트 밖의 해안 산책로에 걸어가고 있는 사람들도 보이고. 해안의 물의 반쯤 얼은것 같은 것도 보이고.  이런 풍경을 내다 볼 수 있어서 전혀 답답하지 않다.  답답하지 않으니 지루하지 않고 갇혀 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이런 곳이라면 1년을 갇혀 지내도 뭔가 영감의 시간을 보낼수 있을것 같다.  (2) 이곳에는 TV가 없다.  TV가 없으니 내 일상이 고요하다. 남편이 라디오를 갖다 주었다. 소니 옛날식 소형 라디오인데 2016년에 산 것인데 여전히 나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것으로 KBS FM을 틀어놓고 김미숙의 프로도 듣고...고요하고 평온한 음악 속에서 시간이 흘러간다.

 

그래서, 요점은 - 자가격리 장소가 어떤 곳인가가 자가격리 생활자의 삶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아주 좋은 곳에서 자가격리를 하게 되어 다행스럽고 감사하다. 

 

Day 6 2021/1/18/월

밤사이에 눈이 내려 쌓였다. 창밖이 눈 풍경이 아름답다.

 

 

오전에 프로그램 매뉴얼을 전송했고, 몇가지 점검사항을 챙겼다. 오후에는 유튜브로 80년대 드라마를 보다가 잠이 들었다. 참 심플한 인생이다. 어떤 측면에서 자가격리 상황의 이 고요함을 즐기는 기분이 든다. 

 

연말정산 관련 사항을 알아보았다. 학교에 금주말까지 모든 서류를 프린트하여 제출해야 하는데, 내가 갇혀있어서 그 일이 불가하다. 5월에 그냥 세무서에 가서 신고하기로 했다.  뭐 심각한 것 아니니까 딱히 날짜 맞춰서 이번주에 반드시 하려며는 못할 일은 아니지만 서두르기가 싫다. (이것이 갇혀진자의 불편함이다.) * 그래도, 그냥 다 언라인으로 해 볼까...생각을 해보자. 학교 담당자에게 연락해서 내가 갇혀있는걸 어쩌란 말이냐고 하면 방법을 알려줄것이다.  온라인 세상에 온라인으로 안될리가 없다. 

 

특기할 사항은 -- 미국에서 출국 전날부터 갑자기 아프던 허리가 다 나았다. (99프로 나았다) 아직 약간 부자유스럽지만 그래도 거의 다 나았다.  그래서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내가 아무런 도구가 없는 실내에서 - 그리고 감옥에 갇혀있어서 나가서 걸을수 없을때 하는 운동은 이것이다. 

 

 

유튜브에서 '엄마tv'를 검색하면 '김선생'이란 분이 운동 프로그램을 진행해주신다. 

 

www.youtube.com/watch?v=3BEU86NQr6Y

 

 

가장 기본이 집에서 3키로미터 걷기. 그 외에도 난이도가 다양한, 그리고 여러가지 다른 목적의 운동 비디오를 김선생님이 재미있게 올려주셨다. 작년 여름에 자가격리 할 때 우연히 발견한 것인데 - 미국에 있는 동안에도 집에서만 지냈으므로 매일 이것을 틀어놓고 대형TV 스크린 앞에서 운동을 따라했다.  내가 집에서 이걸 하는 것을 '체육관중독자'인 아들이 보고 재미있다며 옆에서 킬킬대며 따라하곤 했는데 - 엄마가 떠난 후에도 아들이 혼자 가끔 이 동영상을 열어놓고 심심파적으로 운동을 하는 모양이다.  내게 깔깔대며 운동하는 동영상을 보내오곤 한다. 우리 아들들은 성인이 된 지금도 엄마가 좋아하는 것들을 좋아해준다. 지구 반대편에 있어도. (아들은 내가 미국집에 도착하자마자 실내운동용 스텝퍼를 주문하여, 바깥으로 산책을 나가지 않는 날에는 집안에서 스텝퍼와 체조 운동을 했다. )  아들은 '체육관'에서 주로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승부를 보는 편이고, 나는 '걷기 대마왕'인데  내가 '걷기'의 효능에 대하여 귀가 따갑게 설복을 하여 이제는 일주일에 최소한 10마일 (16킬로미터)은 걸어주는 것을 그의 일상에 포함시키게 되었다.  격일로 체육관 다니고 격일로 워킹 나가고 그럴 모양이다.  내가 미국에 있는 동안에는 나와 함께 걷는 것을 좋아했다. 지금은 내가 없으니 혼자 밤길을 걷다가 동영상을 찍어 보내기도 한다. 

 

 

이건 쉬운데 10킬로미터짜리는 어렵다. 아무튼 김선생님 운동동영상이 내게는 즐거움과 위로와 건강을 준다. 김선생님 좋은 운동영상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가볍게 한번 하고 나니 온몸에서 땀이 배어나와서 기분이 아주 좋아졌다.  이제 허리가 멀쩡하니 난이도를 높이기보다는 이것을 하루에 두세번 (아침-점심-저녁) 이렇게 해주려고 한다. 가볍게 - 무리하지 않고 - 땀을 내는 정도로만. 

 

Day 7 2021/1/19 /화 

 

벌써 자가격리감옥 입소 7일차가 된다.  벌써 일주일이 지나다니!  시간이 화살처럼 빠르게 날아간다!  아쉽다.  내가 여길 나가면 여기가 그리워질것 같다.  전혀 지루하거나 답답한 느낌이 없다. 주님의 은혜다...

 

이 자가격리장소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겠다. 여름엔 학교에서 장소며 경비를 모두 책임져 주었다. 그런데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겨울부터는 각자 알아서 책임지는 쪽으로 바뀌었다.  '자가격리상황' 자체를 만들지 말라는 암묵적 메시지였다.  나도 물론 이런 상황을 원한 것이 아니다. 나는 반드시 미국에 가서 해결해야할 일들이 있었다. 내가 여행이 좋아서 이 난리통에 전쟁하듯 비행기를 타는 것은 아니다. '울며겨자먹기'인 것이다.  어쨌거나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되는 원칙에 대하여 나는 불평하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직접 자가격리 장소를 알아보았다. 물론 학교에서 거래했던 자가격리 장소에 먼저 연락을 취했다. 학교가 단골이니 뭔가 혜택이 있을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내가 대충 온라인으로 검색해 본 것보다 가격이 훨씬 높았다.  (이건 순 바가지네... 아, 학교에서 나를 위해서 많은 경비를 썼던 거구나.) 

 

그래서 그냥 에어비앤비에 등록하고 학교 근처를 물색했다.  전망좋고 위치좋고 좋은 가격의 후보가 몇가지 나왔다. 지금 내가 있는 장소는 후보들 중에서 가장 값이 저렴하며 내가 약간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던 곳이다. "아니 저긴 왜 저렇게 싸지? 뭔가 문제가 있는게 아닐까?"  그래서 이곳을 간단히 제끼고 제법 폼나는 곳에 예약 신청을 했는데 내가 자가격리 할거라니까 바로 거절을 했다. 그렇게 세군데서 '자가격리'라는 이유로 거절을 당했다.   그래서, 나는 알게 되었다. 애초에 학교에서 거래하던 장소에서 왜 그렇게 높은 가격을 불렀던 것인지.  자가격리라서 비싸게 받았던 것이구나. 아하!   자가격리도 서러운데 아주 '죄인' 취급을 하는구나. 

 

세군데서 거절을 당하고, 그 가장 싼 곳에 예약신청을 하니 곧바로 승인이 되었다. (오호!??!)  그곳이 지금 내가 머무는 곳이다. 나는 이곳이 왜 그렇게 다른 곳에 비해서 가격이 절반쯤 되는지 그 이유를 아직도 모르겠다.  그냥 단지 TV가 없을 뿐이다.  TV가 없어서 나는 더 고요하고 여유있고 사색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어서 좋은데 말이다. (TV가 있었다면 나는 종일 누워서 TV 채널만 이리저리 돌리고 홈쇼핑이 보이면 홀린듯 물건을 사들였겠지. 심심하니까 더 사들였겠지.).  그래서 현재로서는 여기저기 거절당하고 마지막으로 얻게 된 가장 싼 이곳이 - 아주 복이 있는 장소라고 믿고 있다. 심지어 '하느님께서 미리 예비하신 나의 임시 거처임이 분명해!' 하며 감사하고 있는 중이다. 

 

하느님께서는 가장 좋은 것을 내게 주신다. 

Posted by Lee Eunm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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