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20. 9. 17.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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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봉길 손녀 윤주경 "독립운동가들이 이런 나라를 보려고…" | 연합뉴스

윤봉길 손녀 윤주경 "독립운동가들이 이런 나라를 보려고…", 한지훈기자, 정치뉴스 (송고시간 2020-09-16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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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할아버지 잘 만나서, 단지 할아버지가 윤봉길 의사라는 이유만으로 어느나라의 국회의원이 된 사람이 지금 추장관 아들의 '특혜' 문제에 쌍지팡이 짚고 나설 일은 아니라고 본다.  추장관 아들 문제를 안중근 의사에 갖다 붙이는 자들도 정신상태가 의심스럽긴 하지만, 그들의 정신이 제정신이 아닌것은 그 것대로 문제이고 -- 그런데, 할아버지 덕에 국회 의원하는 사람이 할 소리는 아니라는 것이지. 도대체 할아버지가 윤봉길 의사라는 사실 외에 뭐..뭐..(한숨.)   독립유공자 후손이 받는 특혜는 뭐 괜챦은거고 유력자 아들이 군생활좀 쉽고 편하게 한것만 문제가 된다는 건가? 그것이 독립유공자의 명예에 부합하는 것인가? 나는 그걸 도무지 이해 할 수가 없다. 

 

 

아, 우리 아들은 강원도 횡성에서 고생하다가 손가락 하나 삐뚤어져 제대 했지만 - 뭐 나라를 위해서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나도 우리 아들 군대에 있을 때 '엄마 챤스'라는 것을 쓰긴 썼다.  내가 미국에 있어서 면회 한번 못 가봤지만 - 그래도 엄마의 강력한 빽이 있었으니 -- 부대 홈페이지에 부모님들이 글 올리고 그러는데다가 장교분들 보시면 기분 좋을 만한, 혹은 감동 받을 만한 재미있고 슬픈 이야기를 적당히 버무려 올려댔는데 - 어느날 대대장님이 우리 아들을 불러서 "얘, 너 엄마한테 전화 한번 할래? (굉장한 특혜 였다고 함)"  그런데 우리 아들 왈, "우리 엄마는 전화를 안받으십니다..."   하하하.    아무튼 엄마가 좋은 글 잘 올려주셔서 군 사기를 높여 준다고 우리 아들 '라면'도 먹게 해주고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나도 엄마 챤스 다 썼다. 하하하.  그런데, 아들은 군대생활을 어찌나 좋아했던지, 심지어 장교들의 꼬임에 넘어가서 아예 군대에 말뚝을 박겠다고 하는걸, 내가, 간신히 뜯어 말리기까지 했다.  우리 아들이 군대를 좋아했던 오만가지 이유중에 넘버원: "군대에서는 삼시세끼 영양사가 계산한 밥을 공짜로 준다. 너무 맛있다. "   아들은 공부하고 노는 엄마를 만나 삼시세끼 원활한 밥상을 받아 보지 못하고 성장한 탓에 - 군대밥이 세상에서 제일 신나는 밥상이었다고, 지금도 군댓밥 얘기를 하며 군침을 흘리곤 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자식을 군에 보내놓은 부모 마음은 다 똑같다. 대통령이나 장관이나 재벌이나, 일용직 노동자나, 무일푼 무직 부모나, 자식을 군에 보내놓은 부모 마음은 다 똑같다.  어떻게든 자식이 무사히 좀더 편안하게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며 국방의 의무를 마치고 무사히 내 품으로 돌아오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서 누구든지 온갖 연줄과 빽을 동원하여 - 누군가에게라도 연락을 하여 좀더 편하고 안전한 보직으로 가도록 노력을 할 것이다.  그리고 이리저리 들어보면 - 아무튼 사람들은 그렇게 노력을 했을 것이다.   예를 들어서, 이미 수십년전에 지나간 일이지만,  우리 오빠가 그 당시에는 이름도 생소한 카투사에 들어갔는데 (나는 카투사라는 것을 오빠가 군대에 가서야 알게 되었다),  평택인가 오산인가 어디로 가게 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그런데, 마침 우리 엄마 초등학교 동창 (고향의 코흘리개 시절 친구)이 별 하나짜리 장군이었다.  엄마는 새벽에 그 장군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이런 저런 하소연을 하면서 '청탁'을 했을 것이다. 그 후에 우리 오빠는 용산으로 왔고, 주말이면 집에 치토스 이런 것을 사가지고 들르곤 했다.  수십년전 얘기다. 

 

또 그당시 우리 사촌 오빠는 '전투경찰'로 입대를 했는데,  어느 원자력 발전호 인근 부대로 가게 되었다.  서울 학생이 어쩌다 경상남도 어디로 배치가 된 것일까? 어쨌거나, 삼촌께서 장교를 하다가 퇴직을 하신 상태였는데 여기 저기 연락을 취해서 결국 그 사촌 오빠는 용산경찰서로 오게 되었다.  그는 그곳에서 하필 10-26 사태의 시절을 보내고 있었는데, 그래서 김재규씨 재판 뭐 그런거 진행될때 전투경찰복입고 호위를 했다나 뭐라나. 하도 오래된 일이라.  가끔 수원가는 버스를 타고 가다보면 한강다리 건널때 버스를 세우고 한강다리 전투경찰이 버스에 와서 '검문'이란것을 하는데, 어쩌다 그 오빠가  버스에 오를때도 있었다. 되게 웃겼다. 

 

슬픈 일화도 생각난다.  우리 아버지와 사촌지간인 당숙 아저씨의 아들, 그러니까 나와는 6촌 지간인 오빠가 있었다. 아마 우리 오빠와 동갑이거나 그랬을거다. 서형이 오빠.  그 오빠는 사람이 참 좋았다. 원래 그 댁 할머니 (우리 아버지의 외숙모, 우리 할머니의 친정 올케)부터 아주머니 아저씨 언니 오빠들이 성품이 참 어질고 유순하고 좋으시다.  그 오빠도 그 집안의 장손으로 시골 중학교에서 남들만큼 공부하고, 남들만큼 산에 가서 나무도 해 오고 농사도 거들며 모범생으로 수원시내 최고 좋은 고등학교에 들어갔다.  그 오빠가 어느 대학을 다녔는지 모르겠는데, 내가 대학생 시절에 군대에 들어갔다.  어느날 그 댁 아주머니가 우리 집에 오셨길래 -- 서형이 오빠는 군대가서 잘 있대요? 하고 여쭈었더니 속곳 주머니에 고이고이 간직한 사진 몇장을 내게 꺼내 보여줬다. 서형이 오빠가 군대에서 군복입고 찍은 사진 몇장이었는데, 그 사진을 보여주시며 아주머니도 흐뭇해 하셨다.  그런데, 얼마후 '제대한 서형이 오빠'가 그 집 사랑채 마루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사람이 알아 볼수도 없을 정도로 수척하고 어두워 보였다. 나는 실제로 그 사람이 서형이 오빠라는 것도 몰랐는데, 함께 있던 고모가 "서형이 이제 좀 괜챦니?" 하는 소리에 그이가 서형이 오빠라는 것을 알았다.  그 오빠는 얼마후 저 세상으로 갔다.  급성 백혈병이라고도 하고, 들리는 말로는 군대에서 하도 매를 맞고 고통을 겪어서 온몸이 다 망가져서 돌아왔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뼈만 남은 사람이 되어 양지바른 곳에서 볕을 쬐다가 우리곁을 금세 떠났다. 

 

시골 집에 있을때, 할아버지 할머니가 나 혼자만 집에 놔두고 서울, 오빠 중학교 졸업식에 가신 그날이었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어린 나를 집에 혼자 두고 가는것이 못미더웠던지 한동네인 할머니 친정에 들러서 서형이 오빠하고, 그 위에 언니하고 집에 와서 가축도 돌보고 나 밤도 해 먹이라고 부탁을 해 놓으셨다.  그래서 그날 서형이 오빠하고 그 위에 언니하고 따뜻하고 신나는 시간을 보냈다.  사람들이 참 따뜻하고 좋았다.  도무지 누구한테 험한 말이나 인상을 쓰는 일도 생전 안 할것 같이 선량하고 순한 사람들이었다.  아 또 생각난다. 그 며칠 후에 내가 집에서 키우던 고양이를 인형 안듯이 안고 길을 걸어가니까, 고양이가 낯선 영역이 되자 겁이 나던지 내 품에서 빠져 나와 근처 숲으로 도망을 가버렸다.  그날밤 고양이는 행방불명이 되었다.  그런데 그 다음날 서형이 오빠가 그 고양이를 품에 안고 왔다. "내가 산에 가서 잡아 왔다" 며 그는 평화롭게 벙긋벙긋 웃었다.  우리 일가친척들은 모두들 '서형이가 군대가서 매를 맞아서 저렇게 되었다'고 기억한다.  그래도 양순한 일가친척들은 누구를 원망할 줄 몰랐다.  

 

옛날에도 청탁이란게 있었고, 세상이 투명해진 지금도 그 잔재는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럴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힘있고 돈있고 빽있고 그런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뭔가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럴 것이다.  지금도 힘없고 빽없고 돈없는 사라들은 여전히 조금 위축되어 누구를 원망할 줄도 모르고 한숨 지으며 그냥 묵묵히 살아 갈 것이다. 

 

 

남들 다하는 것을 가지고, '유독 왜 내 자식 문제만 물고 늘어지는가?'라고 장관이 말한다면 - 나는 그에게 말해주고 싶다.  글쎄 그게 안걸리고 넘어갔으면 그냥 넘어가는거겠죠. 하지만, 그것이 드러나고 정황 증거들이 나오고 증인들이 나오면 이쯤에서 승복하셔야지요.  그래야 세상이 좀더 좋아지지 않겠습니까?  세상을 좀더 좋은 세상으로 만들기 위해서 정치를 하는 것이라면 -- 스스로 승복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만으로도 세상은 좀더 정화가 될것이 아닙니까?   아들에게 편하고 좋은 보직이 가도록 애쓰는 엄마 마음이야 비난 받을 사항은 아닌데 - 그것이 '특혜'를 구한 것이었다면 승복하셔도 아름다울 것이오.   

 

남들 다 하는것 왜 나만 안되냐고 묻지 마십시오. 그게 지도자의 길이라는 겁니다.  법무장관 1에 이어서 법무장관 2 -- 이게 뭡니까 대체?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