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검정 마스크를 착용한 어떤 사람의 마스크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 마스크가 과연 보통 마스크만큼 안전한가 아닌가 그런 점이 논란이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이 이미지를 발견한 내 눈에 띈 것은 과연 이 그물망같이 생긴 마스크가 침방울이 튀어 나오거나 들어가거나 하는가 이런 문제가 아니었다 -- '그것 참, 마스크 착용한 그림 상태가 희안하게 야하고 흉하네...' 이런 괴상한 느낌이 앞섰다. 속 다 비치는 검은 망사그물 속옷 입은 그림이 그대로 노출된 듯한. 가끔 웹 서핑하다 보면 뭔가 예기치 않은 볼썽사납고 엽기적인 19금 이미지가 튀어나와서 깜짝 놀람과 동시에 기분이 아주 망쳐질 때가 있는데, 바로 그런 엽기적인 이미지에 해당되는.
음...나라면...누가 저거 공짜로 줘도 차마 저걸로 입을 가리고 돌아다닐 기분은 안들겠다 싶은 것이다.
건강 유지 차원에서 새벽 공원 산책을 시작한지 한달이 넘었다. 확실히 7월 말에 비해서 9월 초인 요즘, 공원에 산책나오는 분들중에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한 분들 숫자가 급격히 치솟은것은 사실이다. 나도 얼마전까지는 마스크를 턱에 걸치고 걷다가 저만치 사람이 보이면 코위로 끌어 올리곤 했는데 - 요즘 미친종교인들과 이상한 신념에 빠진 사람들의 합작으로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짐에 따라서 나는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집으로 돌아오는 순간까지 주변이 어둑하고 사람이 안보여도 마스크를 내리지 않는다. 상황이 심각한 것이다. 이제는 그것도 그대로 익숙하다. 심지어 요즘은 나혼자 문닫고 연구실에 앉아 있을 때에도 마스크 벗는 것을 깜빡 잊곤 한다. (나혼자 연구실에 있을때는 벗어도 되는데.) 지금도 마스크를 쓴채로 앉아서 이러고 있다.
일부러 사람이 없는 이른 시간에 나가서 걷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집으로 돌아올 시각이 되면 주변 산책객의 숫자가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하는데 - 그러다보면 마스크를 턱에다만 걸치고 마주오는 사람이 보이면 슬그머니 내 쪽에서 모자챙을 최대한 내리고 얼굴을 돌리고 피하게 된다. 코와 입을 마스크로 가린 사람이 맞은편에서 오면 안심하고 적정 거리를 유지한채 통과하지만, 마스크를 반쯤 써서 코가 열려있거나, 마스크를 턱에 내리고 있거나, 손목에 매달고 돌아다니는 분들이 내 근처를 통과할 경우 나는 얼굴을 반대편으로 돌리고 빨리 통과한다. 그러면서 속으로 투덜댄다. '세상 무서운 줄도 모르고 제 코와 입을 노출을 시킨채 돌아다니고 있다니... 흉측하다.'
그냥 평소에 선량한 이웃 사람이었을 그 분들이 단지 코나 입을 내 앞에서 노출시켰다고 나는 그를 '흉측하다'고 판단한다. 이렇게 생각하는 내 자신이 점점 괴물이 되어가고 있는게 아닌가 이런 의기소침하고 기묘한 느낌도 든다.
그래서 이 마스크에 대해서 생각을 해 봤는데, 이 코로나의 끝이 어디인지, 이 후에 또 무엇이 다가올지 알 수 없는 가운데, 혹시라도 '마스크 쓰기'가 삶의 일부로 정착하게 되면 어떻게 되는걸까? 우리가 옷을 입어서 치부를 가리고 돌아다니는 이유가 뭔가? 개는 길 아무데서나 오줌을 싸도 되는데, 사람은 왜 화장실에 숨어서 용변을 해결해야 하는 것인가? 도대체 언제부터 사람들은 기본적인 옷으로 몸의 이곳 저곳을 가리게 된 것일까? 우리가 평소에 입는 브레지어를 비롯한 속내의, 이런 것들도 처음에는 '마스크' 같은것이 아니었을까? 처음에는 필요에 의해서 입기 시작했는데 -- 그게 어쩌다가 '반드시 하지 않으면 지탄받는' 무엇이 된 것이 아닐까? 이 마스크가 이대로 가다가 언젠가는 그냥 무조건 입어야 하는 속옷처럼 되는것은 아닐까? 그래서 우리가 길을 가다가 콧구멍을 노출 시킨 사람을 발견했을때 -- 바바리맨이라도 발견한 듯 충격을 받고 경찰에 신고를 하며 콧구멍과 입을 노출시킨 사진이나 동영상이 19금으로 비밀리에 거래가 되고, 콧구멍과 입을 노출시킨 미소년 미소녀 미 중년 미 노년들의 사진에 정부의 철퇴가 내려지는것은 아닐까? (상상은 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