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20. 6. 11. 00:34

 

미국집에 내 운동화가 있을거라고 생각하고 샌들을 신고 왔는데, 와 보니 없었다. 아, 아들이 짐정리 하면서 다 버린 모양이다. 그래서 아쉬운대로 근처 월마트에서 18달러짜리 운동화를 한켤레 사 신고 (9달러 짜리도 있었는데 믿음이 안가서 18달러짜리로 산 것인데) 10킬로미터를 걷고 오니 발목이 시큰거린다.  망했어...  이제 나도 젊은 청춘이 아니라서 이태전부터 발 쪽에 시큰시큰 '나이가 보내는 시그널'을 느끼던 중이라 걸을때조차 신중했어야 했는데,  곰이 돌아다닌다는 트레일에 넋이 나가서 신나게 걷다가 이 꼴이 되고 말았다. (나이 먹으면 내 육신이 내 욕망을 따르지 못하게 된다.) 하루 50킬로미터를 걸어도 발이 멀쩡했던 나의 청춘은 어디로 간 것인가?  

 

그래서 내가 내 일생에 처음으로 발목에 파스를 붙이고 이틀째 절름거리고 집안을 오르내리고 있다.  아, 파스를 이래서 붙이는구나. 아들은 왜 이런 파스를 많이 갖고 있는 것일까?  허리 아픈것을 운동으로 달랜다더니 파스가 많이 필요했던것이구나.  나는 건강한 몸을 타고나서 내 아들의 고통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살았던 듯 싶다.  

 

월마트에서 산 20달러 운동화는 실내화로나 신어야 하려나. 나는 검소하게 살던 습관이나 생각의 구조가 그대로 남아있어서 20달러짜리 운동화나 100달러 짜리 운동화나 별 차이가 없을거라는 상상을 했었다.  "그게 다 브랜드 광고 값이지 운동화가 이만하면 되는거겠지 무슨 대단한 차이가 있으려고..." 뭐 이렇게 안이한 생각을 하고 20달러쯤 하는 운동화에 몸을 맡겼던 것인데 결과는 혹독하다. (나는 지금 절름거리고 있다구!)

 

어쨌거나 아들이 이 꼴을 보고 15마일쯤 운전하여 나가서 운동화를 한켤레 사 주었다.  나이키를 고르다가 매장 점원에게 "Hey, I am an elderly woman. I have ankle problems and some other issues with my feet. What would you recommend for me?" 하고 물었다. 그는 나의 'I am an elderly woman'이라는 말에 마스크를 쓴채 벙글벙글 사람좋은 미소를 날렸다. 그러더니 그가 가리킨 것이 이 신발이었다. Brooks. 점원은 간호사 여성들이 이 신발을 많이 사 신고, 자기 엄마도 이 운동화를 신는다고 했다.  그래 맞어. 미국여자들이 이 신발 신고 뛰는거 많이 봤어. 하지만 나는 주로 나이키를 신었지.

 

벙글벙글 웃는 점원이 맘에 들어서 그가 권하는 운동화를 신어보았는데, 신발에 아픈 발을 넣는 순간 답이 나왔다.  "Yes! This is it! I don't feel any pain in my ankel and foot."   정말 그랬다. 샌들을 신고 나간 발이 그냥 있어도 얼얼했는데, 이 신발에 발을 넣는 순간 발이 편안하게 느껴졌다. 오호!!! 신발이 아픈 내 발을 단단히 안아주고 위로해준다는 느낌.  신발의 차이가 이런 것인가! 

 

그래서 110달러쯤에 이 신발을 한켤레 샀다. 아들이 사줬다. (고맙습니다 우리 아들님.)  이젠 발 편한게 최고야... 

 

아침에 일어나 작은 아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아들아! 엄마 신발 사줘!

 

 

재택근무를 하고 있을 작은 아들에게서 즉시 답이 날아왔다. "예이! 엄마!"

 

아, 착한 아들들.  스폰서 아들을 둘이나 가진 나는 얼마나 복이 많은가. 하느님께 감사드려야 해. 클로그는 연구실에 놓고 학교에서 이리저리 뛰어 돌아다닐때 신어야지. 편안할거야.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