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20. 5. 22. 16:31

 

우리 학교 건물 앞에는 학교 이름의 주인공인 미국 역사에서 중요한 인물의 동상이 있다. 본교에 서 있는 동상과 동일한 틀로 제작한 동상이라고 한다.  그 동상을 멀리서 보면 생뚱맞게도 오스카 와일드의 '행복한 왕자'가 생각나곤 한다. 아무래도 동상의 주인공이 서양사람이고 미국 식민지 시절의 신사복을 입고 있으니까 서양의 왕자가 연상이 되는지도 모른다. 

 

아침마다 그 동상앞을 지나며, 저 동상에 제비가 날아와 앉으면 좋겠다는 동화적 상상도 한다. 그런데 요즘은 도시에서 제비를 보기가 쉽지 않아 상상에 그치고 만다. 

 

 

학교에 행사가 있었는지 어제부터 그 동상의 손목에 풍선이 한무더기 매어 있었다. 그러니까 서른개쯤 되는 풍선이 그 동상의 손에 묶인채 그의 머리위에서 둥실둥실 떠 있었던 것이다. 뭔가 즐거운 행사가 있었나보다.  아침에 일부러 캠퍼스를 이리저리 돌아 '흰 눈처럼 피어난 이팝꽃'들을 감상하면서 느릿느릿 학교로 향했는데, 동상에 기어오르는 조그만 소년이 내 눈에 들어왔다.

 

 

세살쯤 되었을까? 아주 작은 소년이 동상의 팔에 매달려 풍선을 따 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그 광경이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코비드 난리통에 아무데도 못가고 학교에서 엄마, 아빠와 시간을 보내는 외국인 교수의 아이들.  꼬마들 몇명이 매일 아침 엄마와 함께 동상 근처에서 노는 것이 보이곤 하는데, 이 꼬마가 풍선을 따려는 것이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마도 그 엄마가 어딘가 근처에서 어슬렁거리고 있겠지. 

 

 

나: Do you want to pick a balloon?

그: Yes, I need two of them. One for me and one for my baby sister!

나: (빙글빙글 웃으며) I can help you pick them. 

그: Yes! My daddy can pick them, too!

나: Yes, your daddy can pick them all!

그: Please pick them for me...

 

 

뭐 이렇게 노닥거리며 풍선 두개를 따 주었는데 하나를 놓쳤다. 풍선 하나가 둥실둥실 하늘 높이 날아가 버렸다.  그래서 풍선 하나 남은 것을 그의 소매에 묶어 주고, 또 하나를 따서 그의 나머지 손에 묶어 주었다.  소년이 양손목에 풍선을 묶자 저만치서 유모차에 아기를 싣고 어슬렁어슬렁 걸어오고 있는 엄마에게 달려갔다.  그의 손목의 풍선이 둥실둥실 천사의 날개처럼 그를 따랐다. 

 

그가 엄마에게 외치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그: Mom! Look at this!  She picked these for me!

 

 

나는 학교 건물로 걸어들어가고,  엄마와 함께 선채로 꼬마가 내게 손을 흔들었다.  아주 아주 꿀같이 달콤한 순간이었다.  아, 세살짜리 어린 아이가 뿜어내는 생명 에너지는 향기롭고 달콤하고 따뜻하기도 하여라. 그의 행복한 눈빛을 위해서라면 그의 부모들은 목숨이라도 바치려 할 것이다.  잠시 그 눈부신 생명에너지의 빛 앞에 서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오늘 그 소년처럼 행복하면 좋겠다.  하지만, 세상 구석에서는 많은 천사같은 아이들이 버려지고 학대당하고, 사랑받지 못하고, 슬픈 시간을 보내고 있으리라.)

 

 

 

 

Posted by Lee Eunmee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