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20. 4. 4. 09:37

코로나가 우리 삶의 양상을 바꾸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전쟁상황이 우리 삶을 바꾸듯 전지구적 유행병이 우리 삶의 여러가지 장면에 영향을 끼친다. 

 

 

매 학기초에 맞추어 주요 수학, 과학 관련 교양/전공 과목에 필요한 '조교' 적정 인원을 선발하고 그들의 활동을 관리하는 것이 수업외에 내가 책임져야 하는 보직인데, 이번 학기는 온라인으로 시작되었으므로 '조교'가 활동할 영역이 없어졌다.  교실 개강을 할 때까지 조교는 유명무실해진 것이다. 필요 인원을 이미 선발해 놓았지만 필요가 없어졌으니, 조교들은 교실 개강까지 한없이 기다리는 상황이 발생했다.  (덕분에) 내가 관리해야 할 한가지 일이 없어진 것이기도 해서 - 잘 만하면 나는 오히려 편해지는것이 아닐까?  이런 악마의 속삭임이 나를 잠시 미소짓게 하기도 했다. 

 

 

그런데, 조교로 선발된 학생 한명이 내게 진지한 이메일을 날렸다.  온라인 수업으로 학생들은 누군가의 도움이 더욱 필요해졌다.  수업중에 직접 교수에게 질문하거나 조교를 찾아와 묻거나 배우거나하는 그런 생생한 학습보조가 사라진 것이다. 그래서, 그 조교는 '월급 안받아도 좋으니, 대면하면 안된다고 하니, 온라인으로라도 자원봉사로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메시지였다.  자기에게 온라인 조교 시스템을 구축할 아이디어가 있으니 무보수라도 (허락만 해 주신다면) 시스템을 구축하여 봉사하고 싶다는 것이다. 

 

 

여러가지 일로 복잡한 상황이었던 나는 그 순간, 잠시 '지금 나 골치 아픈데, 이 친구는 왜 없는 일을 저지르려고 하지?' 이런 생각을 했다. 만사가 성가시고 피곤하구만... 하지만 새벽 기도중에, 온세상이 잠들어있고 내가 혼자 깨어 하느님 앞에 머리를 조아리고 졸고 있던 그 순간 나는 생각했다. 메시지가 왔으니 따르는 수 밖에.  그래서 기도를 마치고 즉시 답을 했다.  조교가 일을 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보수를 받아야지 왜 무보수인가. 활동을 시작하게 되면 보수를 받는 것이 마땅하지. 내가 움직여보겠노라. 

 

 

학교는 학생의 아이디어를 전폭 지지했고, 주말 (토/일)에까지 관계자가 출근하여 일을 삽시간에 처리했으며, 아이디어를 냈던 조교와 나는 갑작스럽게 매뉴얼을 만든다-동영상 안내 자료를 만든다-전체 회의에서 발표를 한다-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는지 확인한다는 둥 번갯불에 빌딩한채 올리듯 분주한 며칠을 보냈다.  그리고, 벌써 한달이 지나서, 온라인으로 도움을 받으려는 학생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조교들은 내게 한달간의 활동 상황 보고서를 보내왔고, 한달치 봉급을 받게 되었다.  학교는 조교들의 활동에 매우 기뻐했다, 학생들이 반응이 좋았으므로.  아이디어를 내고 시스템을 만들어낸 조교 외에 다른 조교들은, 조교채용을 위한 인터뷰 때 얼굴 본 것외에 따로 볼 시간이 없었다. 코로나 사태 때문에.  그들은 멀리 각자의 집에서 공부와 일을 하고 있다.  그래도 우리들은 긴밀히 대화하여 일을 진행하고 있다. 여러가지 언라인 도구들 덕분이다. 

 

 

지진도, 전쟁도, 유행병도, 그 무엇도 사회적동물인 인간의 진보를 막아 설 수는 없다. 설령 대 재앙으로 지구에서 인간이 멸절되는 상황이 온대도, 그 순간까지도 인간은 사회적으로 움직이며 서로 도울것이다.  아이디어를 내는 자와, 귀담아 듣는 자와, 협조하고 후원하는 자와, 도움을 얻고 다시 도움을 되갚는 인간들이 지키는 사회는 하늘의 별보다 아름다워보이기도 한다.  우리들은 모두 반짝반짝 빛나는 별들이다.  코로나가 그것을 일깨워준다.  코로나. 

 

 

Posted by Lee Eunm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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