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19. 10. 3. 13:27

 

 

요즈음 대통령의 아들이 자신에 대한 공격적인 뉴스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피드백을 보내고 있다.  역대 대통령 자식들과는 약간 다른 행동이다.  나는 누가 얼마나 정당하고 옳은지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이러한 현상을 보면서 어딘가 속이 후련한 기분이 든다는 것만 말하고 싶다. (어딘가 나의 한풀이를 하는 듯한 기분이다.)

 

 

물론 나는 유명인의 자식이 아니다. 내 아버지나 어머니가 대통령이나 장관이나 의원이나 뭐 재벌이나 그런 대단한 사람들은 아니셨다.  그냥 평범하고 착한 이땅의 가장이며 부모로서 자식들을 열심히 키워내신 분들이다.  그런데, 설령 내 아버지가 '아무것도 아닌 어떤 사람/가장'이라고 해도 그에게도 분명 어떤 '직장'이 있었고, '직책'이 있었고 국가에서 주는 훈장도 받고 그러셨다.  아버지가 받으신 훈장이 뭐였더라?  한 개인이 어떤 전문분야에서 평생 일을 하면 정년기에 이르렀을때 국가가 그 노고를 인정하는 무슨 '꽃'이름이 들어간 훈장이다. 목련인지 무궁화인지 라일락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소시민인 내 아버지의 이름이 학교에 들어서는 순간 나를 따라다녔다.  어딜 가나 누군가 나를 알아보고, "얘, 너희 아버지 *** 이시지?  내가 네 아버지하고 동기다 (친구다, 함께 근무했다, 등등) 너, 아버지를 많이 닮았구나. 한 눈에 알아보겠다. 공부 잘하지?"

 

 

어딜가나 그 모양이었다. 내가 '어딜가나' 할 때, 그게 기껏해야 학교 언저리이지 뭐 내가 어딜 돌아다녔겠는가.  어쨌거나 나는 아주 불편했다. 도처에서 '내가 네 아버지하고 잘 아는데....'하는 사람들이 나를, 나의 행동거지를, 내가 친구들에게 막 욕지거리 퍼부으면서 거칠게 놀고 있는 것을, 내가 지각하는 것을, 그 모든 것을 샅샅이 아버지에게 '고자질' 할 것 같은 께름칙한 느낌 속에서 초중고대학교 시절을 보냈다. 16년간의 나의 학교 생활은 늘 주변을 살피고, 누가 나를 보고 있는지 아닌지, 내가 하는 못된 행동이 아버지 귀에 들어갈 것인지 말것인지 늘 그걸 두려워하고 주눅들어 있었다. 

 

 

초중고등학교에 다닐땐, 내가 애국조회 시간에 단상에 올라가서 뭔가 근사한 상을 받는 '우수한 학생'이 아닌것이 아버지께 미안했다. 그는 별로 신경을 안쓰고 있었지만 말이다. (사실 아버지는 나 따위의 일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도 없었다. 나 혼자 미안했을 뿐이다.)  대학은, 내가 가고 싶은 학교에 가지 못했는데, 아버지가 그리 가라고 해서 그냥 그리 갔다.  거기는 감옥이나 마찬가지였다. 그 대학에는 도처에 아버지를 아는 사람들이 쫙 깔려있었으니까. 나는 숨도 쉬기 어려웠다.  물론 숨도 쉬고, 웃고, 장난도 하고 그랬다. 하지만 자유로웠던적은 없었다.  나는 '착한 어린이'로만 살려고 노력했다.  그래봤자 우리 아버지는 나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지만 말이다. 

 

 

단지 아버지 때문이었다. 아버지의 체면을 구기는 자식이 되고 싶지 않았다. 뭐라도 한마디도 실수를 해서 아버지의 명예에 해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전력을 다해서 아버지의 명예를 지켜드리려고 했다.  아버지는 나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지만 말이지. 

 

 

아버지는 내가 선택해서는 안되는 직장, 장소도 분명히 못을 박았다. 자신이 평생 일군 영역에 대해서는 그쪽으로 머리도 돌리지 못하게, 발 그림자도 들이지 못하게 못을 박았다.  애비 직장 근처에 자식이 기웃거리면 '불명예'이고 '쪽팔리는' 일임을 누누히 귀에 못이 박히게 주장하셨다.  그래서 나는 일찌감치 아버지와 동일한 계통의 직업과는 38선 철책보다 무서운 담장을 쌓았다.  헹! 그 쪽으로는 기침도 안할테니 걱정 마시라!  이게 자존심 강한 나의 입장이기도 했다. 

 

 

지금도 나는 생각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시지 않고 아직 살아계신다면 -- 나는 대학교수 직업은 꿈도 못 꾸었을 것이다. 아버지가 격렬하게 앞장서서 방해를 했을것임이 분명하니까. 

 

 

 

유명인을 아버지로 모시고 그의 자식으로 사는 것은 -- 누군가에게는 '아빠 찬스' 패를 쓸수 있는 행운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족쇄'나 '수갑'같은 것일수도 있다.  생각해보자. 대통령의 자식도 그가 성인이면 이 나라의 시민일 뿐이다. 그는 직장도 가져야 하고, 일도 해야 하고, 다른 평범한 사람들처럼 생활인으로 살아내야 한다.  어떤 사람이 대통령의 아들이기 때문에, 며느리 이기 때문에, 딸이기 때문에 숨을 죽이고 할말도 못하고, 욕을 먹어도 엎드려 있어야 하고, 이런 사회라면 이게 정상적인 사회라고 할 만한가?  나는 아무것도 아닌 어느 아버지의 딸로 사는 동안에도 숨이 막혔다. 할말을 못했고, 기를 펴지 못했다.  아버지가 나 때문에 망신스러우면 안된다는 그 한가지 생각으로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살았단 말이다.  

 

 

좀 엉겨붙지 좀 말라. 숨 좀 쉬게 내버려 두라.  행패부릴데가 그렇게 없는가? 정말로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들여다보고 고통겪는 사람들의 문제를 들여다보고 고민해야 할 시간에, 기껏해야 별 것도 아닌 사람 하나에 올가미를 매려 드는게 온전한 것인가? 그게 국회의원이 할 짓인가?  정말 지긋지긋하다.  대통령의 자식도 할 말은 편안히 하고 사는, 그냥 편안한 사회에서 살고 싶다.  내 아버지는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삼성장군도 아니셨지만, 내가 겪었던 고통으로 다른 자식들을 들여다본다. 

 

할말은 하고 살자. 당신/우리/나는 쥐새끼가 아니다. '사람의 새끼'이다.  쥐죽은 듯이 엎드려 있기보다는, 사람처럼 일어나서, '사람의 말'을 하고 살자. 

 

 

Posted by Lee Eunm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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