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Art2015. 7. 7. 00:56




한국의 대학생들 중에서 '비너스'에 대해서 들어본 적도 없다고 말 할 만한 사람이 있을까?  비너스에 대한 상세한 정보까지는 아니더라도, '비너스' 하면 대충 '미인'이라던가 팔 잘린 여자 조각을 어디선가 봤다는 식으로 어렴풋한 무엇이라도 있을 것이다.  미의 여신까지는 아니라도 말이다. 




바로 위의 사진은 Venus Flytrap 이라는 식충 식물이다. 몸집이 작은 날파리나 날아다니는 곤충이 이 식물 안쪽에 앉을 경우 이를 감지한 식물이 상어이빨같은 끝부분을 덜컥 잠궈버려가지고 곤충을 잡은후에 열흘간 소화를 시키며 유유자적한다고 한다.  이 식물의 이름이 (직역하자면) '비너스의 날파리 덫' 쯤 될것이다.  앞에 붙은 비너스란 이름은 아무래도 이 식물의 빨간 표면이나 모양새가 여성의 성기를 연상시켜서가 아닐까 추측할 뿐이다. (상세히 찾아보지 않았다).


오늘 영문 읽기 시간에 식충식물과 관련된 과학 기사를 읽는데, 내 아랍 학생들이 이 식물의 이름에 대해서 이해를 잘 못하고 있었다.  '비너스'라는 말 안들어봤니? 물으니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단다.  그래서 제우스는?  헤라는? 아폴로는? 에로스는?  내가 그리스, 로마 신화속의 이름들을 하나하나 주워 섬겨도 학생들은 금시초문이라는 표정으로 앉아있다.  "헤라클레스는?" 내 물음에 단 한 학생이 헤라클레스를 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힘 센 남자가 헤라클레스라고.  빙고. 어쨌거나 헤라클레스에 대해서는 애니메이션이나 다른 경로로 알게 된 모양이다.


내가 좀 딱해서, 밀로의 비너스상 이미지를 스크린에 띄워놓고 "이거 누구지?" 물었는데, 아무도 답을 하지 못한다.  발랄한 학생들이라 알면서도 모른척 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정말로 밀로의 비너스나, 뭐 그리스 로마 신화 관련 내용에 대해서 깜깜했다.  아, 이들은 정말로 멀고 먼 나라에서 온거다. 내 상식의 범주 바깥, 어느 별에서 온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아주 상식적은 것에 대해서 나 역시 깜깜하기는 마찬가지일 터.


나는 시간 나는 대로, 이슬람 문화, 역사 관련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 역시 몰상식하기는 마찬가지이므로.


우리가 어떤 사람과 아주 상식적인 선에서 이야기가 잘 통한다면…우리는 상대방에 대하여 감사해야 할 지도 모른다.  우리들은 각자 너무나 동떨어진 채 살고 있고, 서로 이해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서로 '비너스'에 대해서 알고 있다고 해도 대화가 쉽게 통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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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