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Column2012. 8. 16. 01:34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1463733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은 수염을 길렀다. 상대편 후보도 수염을 길렀다. 그러므로 그를 이슬람 테러리스트로 몰아버리는 거야!”

 “하지만, 예수님도 수염을 기르셨지!

 “이봐, 선거 운동할 때 절대로 유태인들을 씹지 말게나 그러면 큰일 나네.

 지난 주말에 미국 전역에 개봉한 코미디 영화 ‘캠페인(The Campaign)’에 나오는 장면이다. 노스캐롤라이나의 한 연방하원 지역구 의원을 뽑는 캠페인에서 두 명의 후보들이 서로 물어 뜯는 선거전을 펼친다. 대기업의 사주를 받은 돈 거래와 후보 밀어주기가 진행되고, 서로를 함정에 빠뜨리며, 밀고하고, 폭력 행사도 마다하지 않는 선거전. 물론 코미디 영화이므로 과장되고 억지스러운 에피소드도 들어갔지만, 사람들이 이 영화의 대사에 깔깔대며 공감을 하는 이유는 우리의 일상에서 이미 이와 비슷한 일들을 겪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역구민과의 대화에서 두 후보에게 누군가 질문을 던진다. “취업률이 떨어져서 큰일이다. 어떻게 일자리를 만들 것인가?” 후보는 대꾸한다. “일자리는 매우 중요하며, 우리는 열심히 일을 하여 위대한 미국을 만들어야 한다. 미 합중국 만세!” 그러자 지지자들이 열광하고 관중이 박수를 친다. 이 꼴을 보고 객석에서는 발을 구르며 폭소를 쏟아낸다. 구체적인 계획은 아무것도 없이 매끄럽고 아름다운 말씨로 ‘동문서답’을 하는 후보들을 우리는 그 동안 너무나 자주 봐왔던 것이니.

 올 가을과 겨울, 미국과 한국이 대통령 선거를 치른다. 미국은 11월6일, 한국은 12월19일에 치러진다. 이미 미국의 주요 텔레비전 뉴스채널은 많은 시간을 오바마 대통령과 롬니 후보의 각축을 보도하는 데 할애하고 있고, 한국은 아직도 주요 당에서 후보 경선을 진행 중이다.

 최근 오바마와 롬니의 설전 한 가지. 오바마가 롬니의 경제정책을 비꼬면서 ‘롬니 후드 (Romney Hood)’라고 칭했다. 부자들의 재산을 빼앗아 가난한 자에게 나눠줬던 전설적인 영웅 ‘로빈 후드’에 빗대어, 반대로 롬니를 가난뱅이들의 재산을 빼앗아 부자들에게 나눠줄 사람이라고 공격한 것이다. 롬니 측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오바마의 이런 언급에 대하여 ‘오바마-로우니 (Obamaloney)’라고 일축했다. 이는 오바마 이름에 ‘baloney’라는 단어를 조합한 것으로 ‘벌로니’라고 하면 ‘엉터리, 터무니 없는’을 뜻하는 속어. ‘오바마로우니’에서 전해지는 뉘앙스는 ‘엉터리 같은 오바마, 오바마가 하는 엉터리 말이나 행동’ 정도가 될 것이다. 미국에서 이전에 두 차례의 대통령 선거를 구경해 왔지만 이토록 비방과 비난이 심한 경우는 겪어보지 못한 것도 같다. 대통령 선거가 흑색선전이나 말장난으로 일관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며칠 전에는 한국에서 모 의원이 어느 상대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선 여성 의원을 지칭하며 입에 담기 힘든 말을 트위터에 올렸다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미국 대통령 후보들이 우회적으로 상대방을 비방하는 것도 눈살이 찌푸려지는 판국인데, 한국 의원이 원색적인 욕설을 사용했다니 실망스럽다. 좀 아름다운 말로 캠페인을 하면 안될까? 하지만 한 사람의 실언에 과민하게 신경질적으로 반응한다면 그것도 웃음거리가 될 것이니 피차 자중자애 하는 것이 상책 일 터.

 영화 ‘캠페인’은 해피 엔딩이다. 거대 재벌들의 음모에 놀아나던 후보가 단호하게 그들의 유혹을 물리치고 외로운 선거운동을 펼치고, 재벌들과 손잡고 선거에 승리했던 후보가 양심선언을 하고 후보에서 물러난다. 결국 둘은 손을 잡고 재벌들을 청문회에 세우고 정직한 정치를 펼친다는 너무나 아름다운 결말이다. 그래서 우리들은 기쁜 마음으로 극장을 나섰다. 현실도 그러하다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기대하면서.

 12월 19일에 한국의 대통령 선거가 있고, 현재 주미 영사관에서는 재외 한국인들의 선거인 등록을 받고 있다. 7월22일부터 10월20일 사이에 재외국민으로서 선거인 등록을 해야만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나는 가을이 오기 전에 소풍을 가듯, 스무 살 아들의 손을 잡고 영사관에 가서 신고를 할 생각이다. 한국 떠난 후 처음으로 해보는 대통령 선거의 기회를 놓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2012,08,15

Posted by Lee Eunm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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