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eums2009. 11. 9. 14:22

 

공식 홈페이지: http://www.warhol.org/

 

 

2009년 11월 7일 토요일. 화창한 늦가을 날씨였습니다.  워싱턴에서 펜실베니아주의 피츠버그 까지는 대략 250마일 거리.  중간에 주유, 휴식 시간까지 포함하면 편도 다섯시간을 예상해야 하는 거리입니다.  (하루에 열두시간도 뛰는데 편도 다섯시간정도야~  헤헤)

 

 

2009년 현재 입장료는 성인 15달러, 학생 8달러 입니다. 오전 10시에 열고 오후 다섯시에 닫습니다. '개인 미술관'의 경우 사진 촬영을 허요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앤드루 와이어드의 브랜디 와인 리버 뮤지엄 (http://americanart.textcube.com/43)에서도 그러하였고,  다른 대부분의 '개인 이름'을 딴 미술관들이 사진촬영을 금지합니다. 아무래도 '개인 미술관'의 협소성때문에 이런 방침을 취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한정된 소장품을 관람객들이 사진으로 다 찍어가버리거나,  이를 언라인으로 유포해버리면 미술관 소장품의 매력이나 신비감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혹은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사진 촬영을 못하게 하면, 조금 아쉽지만 한편으로는 사진을 '안찍어도 된다'는 안도가 느껴지면서, 숙제를 면제 받은 가벼운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냥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즐기다가 나오면 된다는 안도감.  기록하지 않아도 된다는 가벼움. 그래서, 덕분에 편안하고 쾌적한 미술관 구경이 되었습니다. 

 

미곳을 편안하게 보는 방법은, 일단 1층 입구에서 입장표를 산 후에 구석의 '와홀 소개 전시실'을 대충 살펴봅니다. 이 곳에는 와홀의 일생의 기록이 정리되어 있어서 앤디 와홀에 대하여 잘 모르는 사람들이 대략 그가 누구이고 무엇을 했는지 살펴볼만 합니다. 저의 경우에는 이미 앤디 와홀 관련 책 한권을 읽고 난 후라서 이 소개실은 대충 보고 자리를 떴습니다.  (책 한권 읽고, 관심이 생겨서 와홀 미술관을 찾은 것이니까요).

 

이제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 (맨 꼭대기층)으로 이동합니다. 7층에서부터 한층씩 내려오면서 전시회 구경을 하는 것입니다.  마침 제가 방문했을 때에는 이곳에서 Shepard Fairey 의 Supply and Demand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6층에서는 와홀의 작품전시와 함께 Super Trash 라는 제목의 '쓰레기같은 영화 포스터' 전시회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5층에서는 초기의 팝아트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었는데,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실크스크린의 초상화 작품들, 그리고 꽃무늬 작품들,  그리고 그가 제작한 식품 상자 작품들등 친숙하면서도 정다운 작품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4층에도 기획전과 와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3층에는 그의 타임 캡슐상자들과, 그 상자를 지키는 개 (박제개)가 있었습니다. 그의 Interview 잡지 표지들도 전시되어 있었고요. 2층도 와홀 전시실인데, 내부 전시 준비중이라 창고용 상자들만 쌓여있었습니다. 이것도 작품인가 싶어서 들여다봤지만 =) 그냥 상자였지요.

 

1층에는 매표소, 와홀 소개 전시장, 그리고 그의 설치 작품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입구쪽에 기념품 가게가 있군요.  지하에는 카페가 있습니다.

 

 

 

 

 

 

'미국 미술' 전문 블로그를 표방하고 있는 이 블로그를 꾸려나가면서, 앤디 와홀 얘기를 하지 않고 그냥 지나갈수는 없겠지요.  그래서 심심할때마다 그를 소개하는 소책자를 한권 여러차례 통독을 한 바 있습니다.  조금 더 시간이 흘러서 와홀 차례가 되면 그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기로 하고, 기왕에 미술관을 방문했으니 그에 대한 간단한 소개만 해보겠습니다.

 

앤디 와홀 (1928-1987) 은 슬로바키아 출신의 이민자 부모 밑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바로 이 도시 피츠버그에서 태어나 성장했으며, 현재의 카네기 멜론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습니다. 그러니까 이 도시에서 나고 자란 미술가인 셈입니다. 그는 맨해턴에서 상업화가로 성공한후 그의 천재성을 발휘하여 이런 저런 미술 작업을 시도하게 되지요.  한때는 미술 작업에서 은퇴한다고 선언하고 영화 작업에 몰두 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이런 저런 매체를 통해 앤디 워홀이라는 이름을 알게 되는데, 아마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마릴린 몬로'의 초상화가 아닐까 합니다.  반복되는 여배우의 이미지. 워싱턴에 와서 시내는 몇년간, 워싱턴및 뉴욕, 그리고 대도시의 유명 미술관들을 돌아다니다 보니 앤디 워홀의 작품도 흔하게 보게 되었습니다. 어딜가나 현대 미술 전시장에 가면 등장하는 깡통 그림, 여배우 그림, 때로는 하도 그의 작품이 '널려'있으니까 시시하게 보이기까지 하는데요.  관심이 생겨서 책을 찾아 보니 예술의 여러분야를 설레발을 치고 돌아다니며 작업을 해서 이 사람 예술세계는 정리하기도 쉽지가 않아 보입니다.  가령 '에드워드 호퍼' 이 사람 예술세계를 정리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평생 자기 스타일을 고수한 사람이라 오히려 평하기는 편하지요.  워홀은, 너무 여러가지 작업을 중구난방으로 해서, 대책이 없습니다. 피카소도 그런 편이지요.  뭐 심하게 말해서 '잡놈'기질이 있다 이것이지요. 그래서 조금 삐딱하게 말해서, '싸구려 미국 상업주의에 편승한 잡놈같은 예술가' 정도로 파악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카네기 미술관에 걸려있는 재클린 케네디 초상화 연작 (클릭하면 커집니다)

 

그런데, 앤디 워홀 뮤지엄에 가서 7층부터 차례차례 내려오는 사이에 저의 이런 시각에 큰 변화가 오고야 말았습니다.  앤디 워홀 뮤지엄을 나서면서 저는 깨끗이 그의 예술성과 천재성에 백기를 들고 말았지요. 그는 '대단한'  '잡놈'이었던 것입니다.

 

특히 제가 워홀에게 반한 대목은, 그의 '전투복 무늬' 연작에서였습니다.  미국의 여기저기 다니다보면 그의 '예비군복 무늬 (얼룽덜룽한 위장복 무늬)' 작품들이 보이는데,  저는 왜 그것이 '예술'이 되는지 이해할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워홀 뮤지엄에는 이 전투복 무늬의 작품들이 여러점이 걸려있었는데, 조금씩 색깔이 변하면서 마지막에는 핑크색 주조의 전투복무늬가 되는 것입니다.  핑크색 얼룽덜룽한 전투복 무늬!  상상을 해보죠. 만약에 우리들이 전쟁터에 핫핑크, 형광 분홍색이 얼룩얼룩한 위장복을 입고 나가서 싸우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전쟁 하겠다는 겁니까? 하하)  워홀은 전쟁에 대하여 한마디도 안하면서, 평화를 역설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가 그린 모택동 초상화가 유명한데, 저는 그 모택동 초상화 볼때마다 기분이 안좋았죠. 아무튼 한국전 막바지에 인해전술로 밀고 내려온 중공군을 지휘하던 사람이니까.  그런데 워홀 뮤지엄에 걸린 모택동 초상화 연작을 보면, 그의 입술에 연분홍색이 칠해지고, 노란색도 칠해지고,  뭐랄까, 힘이나 폭력성이 거세된, 어린아이들 상상속의 평화로운 색감이 넘치더란 것이지요.  워홀이 꿈 꾼 세계는 장난과 쾌락이 가득찬, 가벼운, 심각하지 않은, 명랑한, 유치한, 폭력이 설 자리가 없는, 그런 세상처럼 보였습니다. 

 

 

카네기 미술관, 앤디 워홀의 Love

 

 

 

그래서, 15달러를 주고 앤디 워홀 뮤지엄 구경을 하고 나오면서, 그 돈 15달러가 억울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태까지 꽤나 많은 워홀의 작품들을 구경해왔지만, 그리고 그의 소개책자를 통독하면서 그에 대한 이해를 하려고 했지만, 내가 수긍하거나 발견할수 없었던 그의 천재성을 저는 그의 전시관을 층층이 둘러보며, 시기별로 분류 정리된 전시물들을 챙겨 보면서 문득,  사과가 툭! 하고 떨어지듯, 문득, 깨달았다고 할수 있지요.  워홀 뮤지엄에 가지 않았더라면, 저에게는 아직도 워홀이 그저 '싸구려 상업주의에 영합한 운좋은 잡놈' 정도에 불과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저는 앤디 워홀을 사랑할수 밖에 없을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를 만나고 난 후에 제 기분이 많이 가벼워졌음을 실토합니다. 인생은 여전히 겨울외투처럼 무겁지만,  그러나 우리는 형광 분홍색처럼 가볍고, 유치하고, 유쾌할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가볍게, 유치하게, 밝게! 

 

 

 

 

 

 

뮤지엄 샵에서 15달러 주고 산 셔츠: I never fall apart because I never fall together. 나는 망가지지 않는다 (혹은 나는 실패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망가질것이 없으니까.

 

 

이 셔츠의 문구를 봤을때, 문득, 음, 그렇지. 나 빈손으로 와서 한 세상 잘 놀았지...잘 놀고 있지...지금 사라진대도 내가 억울할 것은 없지 않은가... 깨달음 (환각과 같은 깨달음일지라도).

 

 

피츠버그의 '카네기 박물관' 소속 전시관이 네가지가 있습니다.

 1. 카네기 미술관

 2. 카네기 자연사 박물관

 3. 앤디 워홀 미술관

 4. 카네기 과학관

 

이중에서 제가 이날 가 본곳은 카네기 미술관과 자연사 박물관, 그리고 워홀 미술관이었지요.  다음에 피츠버그에 가면 카네기 과학관을 가보려고 합니다. 물론...미술관도 또 둘러보고 싶고요.

 

 

 

앤디 와홀 이야기는 조금 더 시간이 지나야 쓸 수 있을것 같아요. 지금 써야 할 작가가 많이 밀려있거든요 = )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