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24. 1. 19. 21:47

창가의 튤립 포플라: 봄이면 튤립같은 꽃이 이 나무에서 피어나서 '튤립 포플라'라고 버지니아 사람들이 부르는데, 눈이 쌓이니 목화솜 처럼 보인다.

 

 

1월 18일 목요일. 

 

아파트에서 다리를 건너면 바로 북버지니아의 최대 쇼핑몰이라 할만한 타이슨스 쇼핑몰 (왼쪽)로 진입하게 된다. 사진 왼편의 벽돌색 외벽에 반즈앤노블이 보이고, 회색 외벽에 AMC (극장) 표시도 보인다. 저 반즈앤노블이 나의 산책 목표 지점이다. 집에서 출발해서 5분이면 책방에 도착할 수 있으니, 신나는 산책코스이다. 

 

이 다리아래로 흐르는 도로가 Capital Beltway 인데 말 그대로 워싱턴디씨를 중심에 놓고 '벨트'처럼 동그랗게 순환하는 도로이다. 이 도로를 타고 있으면 워싱턴디씨 주위를 뱅글뱅글 돌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벨트웨이는 미국의 행정수도 워싱턴을 관통하는 '포토맥강'의 이쪽저쪽으로 버지니아와 메릴랜드를 통과한다. 2015년 봄에 내가 버지니아주의 조지메이슨대학과 메릴랜드주의 몽고메리 커뮤니티 칼리지 두군데에서 강의를 하던 시절 나는 아침에 패어팩스 조지메이슨에서 강의를 하고, 오후에는 이 벨트웨이를 달려 메릴랜드주 실버스프링에 있던 몽고메리 커뮤니티칼리지에서 강의를 하고 밤에 파김치가 되어 돌아오곤 했다.  그당시의 나의 이동 노선이 버지니아패어팩스 -- 워싱턴디씨 -- 메릴랜드 실버스프링을 한바퀴 왕복하는거여서 그당시에 내가 농담으로 자평을 했었다: "나 무서운 사람이여. 하루에 버지니아와 워싱턴과 메릴랜드를 오가며 활동하는 사람이여."  이 벨트웨이가 수도 워싱턴의 동맥 같은 도로라서 트래픽이 심한데, 당시에 오후 6시에 시작되는 오후 강의를 하기 위해서 조지메이슨에서 오전 수업 세시간을 하고 - 집에 와서 라면 하나 끓여먹고 잠시 쉬었다가 오후 2시에 출발하여 오후 3시에 학교에 도착하여야 했다.  오후 2시이후에 출발할 경우 시시각각으로 트래픽이 심해지면서 25마일 거리를 세시간씩 운전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지기 때문에. 어느날은  정말 차가 안막히면 30분이면 통과할 그곳을 세시간이 넘게 도로에서 가다서다를 한 적이 있었다. 악몽같은 시간이었다.  벌써 그 시간도 십여년 전의 일이다.  이 다리아래로 미친듯이 달리는 자동차들처럼 나의 시간도 빠르게 흘렀다. 

 

(아래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벽돌건물을 우리식구들은 '쇼핑백 건물'이라고 부른다. 원래 건물 디자이너가 설계할때부터 '시장가방' 형태로 컨셉을 잡았다고 한다. 2007년에 처음에 이곳에 왔을때는 이 건물만 유독 크게 보였던 상징적인 건물이었으나 지금은 이 일대가 개발이 되면서 화려한 고층건물들이 많이 들어서서 이 건물이 어딘가 찌그러진 느낌이다. 

 

신호등에 뭐라는 메시지가 많이 붙어있다. (맨아래) 건너고 싶으면 버튼을 누르라고 적혀있다.  보행자용 건널목 신호등이 자동으로 바뀌는것이 아니라 보행자가 버튼을 눌러야 신호가 바뀌는 시스템이다.  만약에 사거리라면 두가지 방향의 신호등이 있어서 자기가 건너려는 방향의 버튼을 눌러줘야 한다. 이걸 안 누르면 아무리 기다려도 보행자 신호가 켜지지 않는다.  

 

 

 

 

타이슨스 쇼핑몰 푸드코트.  저쪽에 AMC 입구가 보인다.  읽고 있는 책은 Jonah Berger 의 Magic Words: What to say to get your way. 

 

전에 온가족이 매클레인에 살던 시절에는 금요일 저녁에 온가족이 이곳에 와서 영화도 보고, 푸드코트에서 밥도 먹고, 쇼핑몰 구경도 하고 그랬었다. 평범한 사람들의 금요일 저녁의 풍경.   아이들은 장성하여 각자 살고 있고, 나는 여행자로 잠시 이곳을 스친다.  산책삼아 이곳에 오는 일이 항상 즐겁다. 

 

이 책은 꽤나 흥미진진하다.  '명사'와 같이 규정하는 어휘가 '형용사나 동사'같이 서술하는 어휘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는데, 가령 예를 들어서 어떤 사람이 사람을 죽였을때 (1) 그는 살인자다, (2)그는 사람을 죽였다 이 두가지 설명중에서 (1)번이 그 사람의 '규정'하는 표현인데 사람을 죽인 사실에는 차이가 없지만 '그는 살인자다'가 그 사람에 대하여 훨씬 더 부정적인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이 예는 내가 생각해 본 것이고, 책의 저자는 'help'와 'helper'로 설명을 한다. 

 

 

 (1) Will you help me to clean it?  (2) Will you be an helper (and clean it)? 

 

 

 

이 두가지 중에서 '나를 도와줄래?' 보다는 '나의 조력자가 되어줄래?'가 상대방의 도움을 이끌어내는데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좋은 책이다. 조나 버거의 책을 몇권 더 읽어야지) 

 

 

1월 19일 금요일, 눈. 

 

새벽에 깨어보니 창밖의 나뭇가지가 선명해졌다. 아하! 밤사이에 또 눈이 왔구나!  내다보니 눈이 솔솔 뿌리고 있다. 나뭇가지의 눈이 지워지기 전에 다시 눈이 내려 덮었다.  좋아라!  눈이 오는 창가는 항상 기쁘다 (출근 할 걱정이 없으니까!).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