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20. 6. 22. 21:36

 

미국 정부가 주는 코로나 지원금 수표가 뒤늦게 도착했다.  

 

5월 1일자로 United States Treasury 이름으로 발행된 수표이다. 두 아들들에게는 은행으로 직접 입금이 되었다고 하는데, 왜 나는 은행입금이 아닌 수표 처리가 된 걸까?  아들 설명으로는 전 국민에게 뿌려지는 자금이라 전산망이 마비가 되기도 해서, 전산처리가 원활하지 않은 경우에 수표처리가 된 것 같다고. 

 

봉투에 내 옛주소가 적혀 있고 누군가 moved 라는 손글씨를 적었다.  옛 주소에 배달 되었다가 반송이 된 후에 다시 보내진 것인지, 신고한대로 우체국에서 새 주소 처리를 한 것인지 알 수는 없고, 먼 길을 돌아서 내 손에 들어오게 된 것은 분명하다. 은행에 갖다 넣어야 하는 절차가 남아있지만, 뭐 '현금'과 다를 바가 없다. 은행에 갖다 넣고 돈을 쓰면 된다.

 

한국에서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코로나 재난 지원금을 이렇게 저렇게 주면서 '돈은 이런데다 써라,' '이런 곳에서 쓸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여러가지 제한사항을 걸어 놓았다. 내 몫으로 어디서 얼마가 나왔는지 나는 자세히 알지도 못한다. 알아도 돈을 어디서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한국의 배우자에게 '지원금'을 써본적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 "아직 한푼도 안썼어." 왜?  잘 모르겠고, 내가 돌아오면 함께 쓰려고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돈을 쓰라고 주는건지, 아이큐 테스트 하는건지, 쓰지 말라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나는 제법 많은 세금을 한국 정부에 내고 있다. 유리지갑 납세자이니까.

 

미국에서는 그냥 개인 통장에 현금 입금을 시켜주거나, 내 경우처럼 수표를 보내준다.  수표의 경우 은행 입금처리가 남아있긴 하지만, 그 돈으로 내가 명품백을 사건, 한여름에 밍크코트를 사건 아무도 간섭하지 않는다. 돈을 쓰기만 하면 된다는거다.  뭐 나라가 하도 커서 국인 개개인이 돈 쓰는 문제까지 다 통제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니까 그냥 현금 뿌려주고 -- '알아서 소비하라'는 것이겠지만, 어쨌거나 들어온 돈을 자유롭게 쓸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시원하다는 느낌이 든다.  수표에 적힌 도날드 트럼프 라는 이름이 이 순간만은 예뻐보인다. 하하하.  돈 주는 손은 예쁜 손.  사실 내가 벌어들이는 수입에 대한 세금은 한국 정부에 모두 흘러들어가는데, 그래도 매년 꼬박꼬박 미국정부에 내 세금 보고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미국정부가 주는 긴급재난지원금의 수혜자가 된다.  고맙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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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보고를 해 주시는 회계사님께 문의 하니 시원한 답을 주신다.

내 아들들은 통장으로 코로나 구호금을 받았는데, 내게는 수표가 날아온 이유:

 

나는 지난 수년간 한국에서 수입이 발생하고 한국에서 세금을 모두 냈으므로, 미국 정부에 세금보고를 하지만 별도로 미국에 내야 할 세금이 발생하지 않았다.  보통 세금보고를 하고 약간의 세금을 돌려받았던 사람들은 이전에 돌려받았던 은행자료가 그대로 남아 있으므로 직접 은행으로 처리를 했는데 -- 나처럼 어떤 이유로 세금보고를 하되 환급받은 기록이 2년 이상 없는 경우, 환급받은 은행 기록을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그 사이에 은행이 바뀌었을수도 있으므로)  수표를 직접 집으로 부쳐준다고 한다.

 

이렇게 수표처리가 된 사람들 중에는 아직도 막연히 기다리는 입장도 많다고 하니, 수표를 무사히 받은  나의 경우 운이 좋은 편이라고 한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