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20. 6. 20. 04:50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 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이제 슬슬 귀국후의 자가격리 사항에 대하여 준비를 해야 한다. 뭘 준비해야 하지?

 

일단, 내 숙소로 돌아갈 수 없다. 공공의 안전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밖에서 자가격리 의무를 마친 후에야 내 숙소로 돌아갈 수 있다.  그러니까, 자가격리가 가능한 호텔을 잡아서 보름간 (만 2주이므로 사실상 14박 15일이다). 자가격리하게 될 장소는 직장에서 마련해 주기로 했다. 숙소 인근의 호텔이 될 것이다.

 

자 그러면 호텔방에서 꼼짝없이 15일간을 버텨야 하는 나는 그 시간을 무사히 보내기 위하여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1. 일단 성경책을 통독하면서 시간을 보낼 것이다. (성경 통독)
  2. TV도 보고 인터넷으로 이메일도 보내고, 기본적인 사무를 볼 것이다. Youtube 로 실내 운동을 따라 해야 할 것 같다.
  3. 뭐 간단한 도구들은 내가 호텔방에서 빨아 쓰고, 청소하고 그러면 되겠지.
  4. 4. 15일간의 '먹을 것'이 문제다. 하루에 한 차례씩 남편이 가져다가 문에 매달아 놓고 가면 받아 먹으면 되겠지.  방에 갖혀 지내야 하니 많이 먹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하루에 한끼 혹은 두끼와 간식/과일이 필요할 것이다.  남편이 고생을 하겠다. 
  5. 음, 뜨개질이나 바느질 거리를 준비해 볼까?  성경을 통독하려면 딴 짓 할 시간도 없는데, 그래도 갇혀 지내는 것이 지겨워서 몸서리가 날때, 그 때는 알록달록한 뜨개질이 위로가 되지 않을까? 음, 예쁜 털실을 좀 사갖고 가볼까?

 

뭐, 적어보니 복잡할 것도 없군. 이 정도인건가?  3일내에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한다니,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차를 몰고 보건소에 가서 검사를 받으면 되는게 아닐까? 궁금해서 언라인으로 뒤져봐도 나와 같은 상황에서 준비할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안내가 안보인다. 자가격리하는 학생들을 돌봐야 했다는 (2주간 식사와 필요 물품을 공급했다는) 선생님에게 연락을 취하여 기본적으로 무엇을 준비하면 좋을지 팁을 좀 얻어봐야겠다. 

 

아, 영화 <올드보이>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다.  15일간의 자가격리를 집에서 식구끼리 "아 교도소에 들어가야 한다"고 농담으로 말하는데 -- 사실 교도소에서도 매일 일정시간 동안 운동장에 나갈 수 있지 않은가?  자가격리는 그것도 허용이 안된다. 독방 징계 같다.  그렇지만 - 다른 사람들이 겪는 고통을 나 혼자 빠져 나갈수는 없다. 남들이 견디듯 나도 견디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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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보이' 신세는 벗어나게 된 것 같다. 내게 배정된 숙소는 취사가 가능한 조금 넓직한 복층형 오피스텔이다.  내 평소생활과 크게 다르지 않게 '집'에서 살듯 '나름대로' 자그마한 2층을 오르내리며 보름만 버티면 될 것이다.  계단 오르내리는 운동을 할 수 있으니 그나마 하루에 백번만 오르내리면 기본적인 '움직임'은 해결 되겠지.  이제 조금 안심이 된다. 

 

보름간 취사 가능한 상태에서 문밖에 나가지 않고 살기위해 미리 준비 할 것은?

 

1. 세면도구: 세수비누 1, 치약, 샴푸, 린스. 수건 몇장, 빨래비누 1 (속옷, 셔츠 손 빨래)

2. 식량: 햇반 20개. 생수 한박스. 컵라면 과 라면종류.  과자. (가끔 간식거리를 배우자가 문에 걸어 놓아주고 가겠지.)

 

뭐, 이 정도면 되겠다. (적어도 내게는 매일 필요 물품을  문앞에 조달해줄 배우자님이 계시니까.) 이제 안심이 된다. 

 

검사는 공항에서 하는걸까? 아니면 도착후에 인근 보건소에 가야 하는걸까?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 제법 흥미진진.  현재 내가 있는 곳은 거의 '웰컴 투 동막골'처럼 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조차 없는 외진 산골 마을이므로, 공항과 비행 중에 조심하면 감염을 피 할 수 있을 것 같다.  미국에 입국 할 때도 나는 94 마스크와 면 마스크 두개를 했었고, 비닐 차양이 달린 모자를 쓰는 둥 여러가지 안전 조치를 했다. 비행기에서는 타자마자 내 손이 닿는 의자 주변 모든 것을 소독티슈로 닦았고,  시시때때로 손 소독제로 손을 문질러 댔으며, 한자리 건너 앉은 이웃과도 대면하지 않았다.  돌아갈 때도 공항에서-비행기-다시 인천 공항 전 과정에서 동일하게 안전조치를 취하면 그것이 나로서는 최선이다.  인천 도착후 무슨 절차가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배우자가 차를 갖고 올 것이고, 나는 마스크를 쓴 채로 배우자와 만날 것이다. 내가 운전하여 격리장소로 갈 것이다. 그리고 15일의 '고래 뱃속' 생활이 기다린다. 나는 고래 뱃속의 '요나'처럼 얌전히 하느님과 시간을 보내도록 한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