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Column2012. 3. 15. 00:06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1375304

http://americanart.tistory.com/1569




모차르트가 작곡한 오페라 ‘코지 판 투테 (Cosi fan tutte)’가 지난 2월부터 3월15일까지 케네디 센터 오페라 하우스에서 공연 중이다. 제목 ‘Cosi fan tutte’는 이 오페라에 등장하는 세 명의 남자들이 합창하는 곡의 대사이기도 한데, 우리 말로는 ‘여자는 다 그래’라는 뜻이다. 애인들의 사랑이 진실하고 영원한지 시험을 해 보는 남자들, 그 남자들의 꾐에 넘어가는 애인들. 그래서 결국 남자들은 ‘여자는 다 그래’라고 노래 부르게 된다는 것인데, 전체적인 맥락에서 이 제목은 그다지 냉소적이거나 여성 비하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냉소적 가사 뒤에 남녀간의 사랑의 유한성을 받아들이는 철학적 관조가 스며있는 유쾌한 코미디다.

 
1790년에 처음 무대에 올랐다는 이 작품이 이백 년이 흐른 후에도 여전히 관객의 공감을 얻으며 오페라 하우스를 폭소로 가득 채울 수 있는 이유가 모차르트 음악의 탁월성에 있기도 하겠지만, 연애가 갖고 있는 보편적이고도 통시적인 속성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아무리 세월이 흐르고 세대가 바뀌어도 남녀간의 ‘사랑’ 이야기는 입고 있는 옷이 바뀔 뿐 그다지 변하지 않는 것이니.

 
그래서일까? 2012년 워싱턴 국립 오페라단의 ‘코지 판 투테’는 오늘날 젊은이들의 일상을 그리는 ‘시트콤’의 양식을 따르고 있다. 화려한 무대가 아닌, 현대적 디자인의 단순한 무대가 세시간 내내 변함없이 지켜지고, 캐주얼 의상, 오토바이 폭주족 의상, 그리고 최근 새로 도입된 미군 복을 입은 주인공들이 무대 위를 활보한다. 출연자들은 스마트폰으로 이메일을 확인하거나 즉석 사진을 찍기도 하고, 결혼식에 참석하는 군중도 객석은 쳐다보지도 않고 스마트폰에 열중한다.

 
고전적이고 화려한 무대를 기대했던 내게 2012년의 ‘코지 판 투테’는 그 일상성 때문에 오히려 낯설게 느껴지면서 동시에 나의 상식의 탑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고전적 오페라를 고전에 가두지 않겠다는 새로운 조류를 발견하는 것은 아프면서도 산뜻한 경험이다. 사람들은 늘 새로운 해석을 하고 새로운 도전을 한다.

 
이 코미디 오페라에는 세 명의 남자와 세 명의 여자가 등장하는데 이들 모두가 주인공이라고 할 만큼 각자 중요 역할을 해 낸다. 내가 지난 11일에 본 공연에서는 한국 출신 소프라노 양제경씨가 그 주인공들 중 하나인 '데스피나' 역을 아주 활발하게 해 냈다. 다른 출연자들에 비해 체구가 다소 작은 듯 하지만 작은 체구를 무색하게 하는 힘찬 음성과 연기로 무대를 압도하고 관객들의 폭소를 자아내는 그를 보니 특히 흐뭇한 기분이 들었다.

 
오페라를 보러 갈 때 사람들은 무엇을 기대하고 갈까? 라디오나 음반을 통해 귀에 익은 아리아를 흥얼거리며 그것을 오페라 무대에서 확인하기 위해 가는 수도 있고, 드라마 그 자체를 즐기는 경우도 있고, 화려한 무대나 조명을 기대하는 수도 있고, 오페라를 위한 오케스트라 연주에 열광하는 수도 있겠다. 오케스트라 연주나, 유명 아리아들, 줄거리, 가수들의 연주와 연기, 무대 연출과 조명들, 많은 요소들이 한편의 오페라를 무대에 올리는데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이를 ‘종합 예술’이라고 칭한다.

 
예전에 나는 '오페라'에 대해서 부정적인 편견을 가졌던 적이 있다. ‘오페라’는 부자들이나 즐길 수 있는, 서민 생활하고는 동떨어진 것이라고 생각했고, 게다가 노래 가사도 알아 들을 수 없는 것을 제대로 즐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비용 문제는 아직도 걸림돌이 될 수 있겠다. 하지만 가사 이해 문제는 무대 위 쪽으로 자막 처리를 해 주므로 해소가 되었다.

 
내가 나이가 들어서 일까, 이제는 역량 있는 성악가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힘을 모아 기획하고 무대에 올리는 종합예술인 오페라 구경을 하는 일이 참 좋다. 입장료는 여전히 부담이지만, 조금 부지런을 떨면 그럭저럭 싼 표를 구할 수도 있다. 케네디 센터에서 ‘코지 판 투테’를 보고 오는 길에 5월에 열리는 ‘나부꼬’와 ‘베르테르’ 공연표를 샀다. 제일 싼 25달러짜리로. 구석자리 가장 싼 표라도 오페라를 볼 수 있다니 참 기쁜 봄날이다.


2012,3,14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