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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극장가에 개봉된 영화 ‘The Help’는 백인 가정의 하녀로 생계를 유지했던 1960년대 남부 흑인 여성들의 끈질기고 용기 있는 삶을 스케치하고 있다. 말콤 엑스와 마르틴 루터 킹 등의 적극적이고 격렬한 흑인 인권 운동이 펼쳐지던 1960년대 초반, 미국 남부 흑인의 삶은 어떠했을까?
흑인과 백인은 ‘동등’하지만 각자 ‘분리’해서 살아가는 (equal but separate) 사회 풍경이 연출되고 있었다. 버스에서도 백인과 흑인의 칸이 분리 돼 있었고, 식당 역시 흑백을 구분하여 손님을 받았다. 심지어 ‘변기’를 흑인이 사용하면 질병을 옮긴다고 해 집에서 일하는 흑인들에게는 별도의 ‘변소’를 사용 하도록 했다. 영화 속에서는 태풍이 몰아치던 날, 바깥의 ‘변소’에 갈 수 없었던 흑인 하녀가 백인 집주인의 화장실을 급히 사용했다가 그 자리에서 바로 해고를 당하는 장면이 나온다.
말콤 엑스의 어린 시절 일화 중에 이런 것이 있다. 학급에서 유일한 흑인 학생이었던 말콤 엑스는 8학년 수업 중에 변호사가 되고 싶다는 말을 하는데, 그에게 선생님은 “깜둥이 (niggar)가 어떻게 변호사가 된다는 거냐”고 대꾸한다. 그날 말콤 엑스는 학교를 그만두고 다시는 백인들의 학교에 돌아가지 않았다. 그리고 혼자 힘으로 공부를 하여 인권 운동가로 성장한다.
지난 7월에 백악관에 그림 한 장이 새로 걸렸다는 보도가 있었다. 노만 로크웰 (Norman Rockwell)의 1963년작 ‘The Problems We All Live With (우리 모두가 안고 살아가는 문제들)’이다. 나는 2년 전 여름에 매사추세츠주에 있는 노만 로크웰 미술관에서 이 작품을 감상했었는데, 이 그림이 백악관으로 왔다니 참 반갑고, 기쁘기도 하다. 이 작품은 1960년 알라바마의 어느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일을 그리고 있다. 그림 중앙에 흑인 소녀가 앞을 보고 당당하게 걸어가고 있고, 흑인 소녀의 앞뒤로 경찰관들이 호위하고 있다. 알라바마 주에서 흑백차별을 철폐하고 흑인과 백인이 동일한 학교에 다니도록 조치를 취했으나 흑인 학생의 등장에 백인들은 등교 거부를 했고, 이 흑인 소녀는 일년 동안 텅 빈 학교에 혼자서 다녀야 했다.
이 사건으로부터 50년이 흘렀고, 백악관에는 흑인 대통령이 입성했다. 그러나 현재 오바마 대통령의 길은 험난해 보인다. 공화당뿐 아니라, 민주당 내부에서도 차기 대통령 후보로 클린턴 국무장관을 점치는 사람들도 나타났다. 이제 그림 속의 주인공은 흑인 소녀가 아니라 오바마 대통령 자신일지도 모른다.
영화 The Help 에 나오는 흑인 아주머니들의 이야기나, 독학으로 인권 운동의 길에 접어든 말콤 엑스의 이야기, 혹은 일년 넘도록 등교 투쟁을 한 흑인 소녀와 위기 앞에 선 오바마 대통령. 이들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가? 나는 이것이 먼 다른 별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거나 남의 일이라고 보지 않는다.
내가 중학교에 입학하던 해에, 내 고향 소꿉동무는 가난한 엄마의 손에 이끌려 상경하여 병원 집 식모살이를 하러 떠났다. 내 또래 소녀들이 공장으로 혹은 버스 안내양의 길로 가기도 했다. 나는 어릴 때, 내가 누리는 것과 그들이 누리는 것이 당연한 것 인줄 알았다. 하지만, 나이 들면서 사사건건 내 발목을 잡으러 드는 “계집애가, 여자가, 애 엄마가, 아줌마가 어딜……” 소리를 들을 때마다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한 좌절감과 함께, 전의를 불태웠다.
어떤 종류의 차별 이건 간에, 차별 당할 때 팔자 소관으로 알고 순응하는 대신에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용기이다. 사방 넘을 수 없어 보이는 벽을 넘고자 하는 용기. 시련이 내다 보여도 한걸음 내디딜 수 있는 용기. 이 영화가 한바탕 시원한 웃음과 기쁜 결말을 선사 했듯, 우리 삶의 풍경 속에서도 차별 당하고 억눌린 사람들이 한바탕 웃는 그런 세상이 오기를 나는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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