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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2.17 [칼럼] Biutiful,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WednesdayColumn2011. 2. 17. 01:08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1156217

일전에 모처럼 친구와 극장에서 조조할인으로 영화를 보았다. 제목은 ‘Biutiful’. ‘No Country for Old Men’에서 소름 끼치는 악당 역할로 2008년 아카데미 조연상을 받았던 하비에르 바뎀 (Javier Bardem)이 주연으로 나왔다. 제목 ‘Biutiful’은 ‘beautiful(아름다운)’이라는 단어를 어린아이가 잘못 표기한 것이다. 2011년 아카데미 외국영화상 후보에 올라 있다.

영화는 주인공 남자를 중심으로 스페인의 대도시, 바르셀로나의 변두리의 삶을 다큐멘터리처럼 거칠고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인권이 무시된 불법이민자들의 시궁쥐 같은 삶, 마약, 매음, 자행되는 불법 그리고 이 모든 것 위에 드리워진 파란 하늘과 죽음. 오직 ‘죽음’ 만이 유일한 출구처럼 보이는 지옥 같은 삶.

두 시간이 넘는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가슴에 무거운 바위가 얹혀진 것 같은 고통을 느꼈고, 자반 뒤집기 하듯 몇 번이고 몸을 뒤척여야 했다. ‘사는 것이 왜 이렇게 비참하고, 희망이 없는 것일까?’ 영화를 보는 내내 격한 우울감에 신경이 소모되는 듯 했다. 마침내 생지옥을 견디는 듯한 사람들이 죽었을 때, 주인공 남자가 육신을 벗고 유령이 되었을 때야 나는 안도했다. ‘끝났구나. 다행이다.’ 죽음이 위안이며 ‘구원’이라는 사실을 이처럼 극명하게 보여준 영화가 또 있었던가?

지난 보름간, 한국에서 전해지는 뉴스들이 내 가슴을 여전히 무겁게 했다. 세 살짜리 어린 아이가 제대로 얻어먹지도 못하고, 마땅히 누려야 할 부모의 사랑을 받아보지도 못한 채, 부모의 손에 무참하게 살해되고 동네 쓰레기장에 유기되었다는 뉴스는 나의 가슴을 무너지게 했다.

한편, 나이 서른도 한참 넘긴 한 ‘시의원’이 지역 자치 센터의 임시직원에게 행패를 부리고 고소를 당하는 일이 생기자, 문제 일으킨 시의원의 어머니가 백배 사죄하는 것으로 문제를 마무리 했다는 뉴스 앞에서, 나는 나이 세 살에 부모한테 살해당한 그 어린 아이를 생각했다. 어떤 아동보육 전문가라는 시의원은 나이 마흔이 다 되도록 어머니가 앞장서서 세상 문제를 모두 해결해주는데, 어떤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부모로부터 구박만 당하다가 쓰레기봉지에 싸여 저 세상으로 가버렸구나.

삼십 대 초반의 영화인이 지병과 생계 곤란 속에서 고통을 겪다가 요절했다는 뉴스기사 바로 옆에서는, 어느 영화배우가 신혼집을 30억 원짜리를 얻었다는 행복한 기사가 노래처럼 울려 퍼졌다. 세상의 한구석에서 젊은 예술인이 가난에 시달리다 요절한 것을 애도하는 동일한 페이지에서, 호들갑스럽게 떠들어대는 수십억짜리 신혼 집 뉴스는 이세상의 비정함과 부조리함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처럼 보였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사는 것은 참 부조리하며 출구 없는 방처럼 보인다. 그러면 나는 왜,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 것일까?

그 해답을 다시 영화 ‘Biutiful’에서 찾는다. 주인공 남자는 암에 걸려 죽어가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모은다. 어린 자식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그가 아이들을 위해서 모은 돈은 아이들에게 온전히 전해지지 않는다. 그의 죽음과 함께 그의 아이들은 천애고아로 남겨지게 된다.

이 즈음에야 관객은 영화에 등장한 늙은 무녀의 말을 상기하게 된다. “네 아이들은 네가 돌보는 것이 아니야. 네 아이들을 돌보는 손은 따로 있다.” 그리고 졸지에 부모를 잃고 남겨진 아이, 그 아이가 크레파스로 그린 햇살 가득한 세상, 그 세상에 삐뚤삐뚤 적어 놓은 ‘Biutiful’이 생생하게 빛난다.

비참 속에서도 태양은 빛나고, 아이들은 그 태양을 보며 자란다. 우리가 우리 아이들을 잘 키우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은 세상의 비참함을 돌아보고, 그곳에 한줌의 빛이라도 뿌리는 일이 될 것이다. 어둡고 비참한 뉴스가 반복될 때마다 우리들은 잠시라도 우리 이웃을 돌아보고 내가 나눠줄 것이 없는지 생각하고 실천하면 된다. 큰 일은 하기 어렵지만, 작은 일은 실천 할 수 있는데,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아주 작은 일들이다. 아름다운 (biutiful) 세상을 위하여.

이은미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