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필라델피아 미술관 http://americanart.textcube.com/63 에 갔던날, 뮤지엄샵에서 이 책을 한권 사려다가 말았었다. '아마존 닷 컴'에서 사면 할인가격에 좀 더 저렴하게 살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집에와서 웹 검색을 해보니 아마존에서 취급을 안하는 책이었다. 그렇다고 구형 판형의 '헌책'을 사고 싶은 생각도 안들었다. 그래서 운송료 8달러를 부가적으로 물고 언라인 뮤지엄샵에서 새 책을 주문하고 말았다. (아, 나의 실수).
여태까지의 경험으로 미루어보면 워싱턴 디씨지역의 뮤지엄샵에서 판매가 되던 미술관련 책들은 아마존 검색해보면 미술관 판매가격보다 아마존 할인율이 높아서 미술관에서 타이틀 적어놨다가 언라인으로 구입하곤 했었다. 그런데, 때로는 미술관에서만 취급을 하는 책들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뮤지엄 다닐때 일일이 컴퓨터 갖고 다니면서 이 책이 미술관이 더 싼가, 언라인 책방이 더 싼가 확인하기도 귀챦은 일이고. (요즘은 각종 통신기기가 발달해 있으니까, 넷북이나 휴대전화 열고 현장에서 가격비교도 쉽게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나는 휴대 인터넷검색족은 아니다. 그것도 귀챦아서.)
그래서 내가 잠정적으로 내린 결론: 집 근처 뮤지엄샵 책들은 나중에 또 가도 되니까, 그리고 대개 언라인 책방에서 할인이 되니까 언라인 구입하고, 먼곳에 있는 뮤지엄샵의 책들은 혹시 모르니까 현장에서 맘에 드는 책 발견하면, 그냥 사고 만다.
내가 이 책을 산 이유는, 그날 미술관을 샅샅이 둘러보고 다리도 쉴겸 뮤지엄샵에서 책 구경하다가 이것을 열어 봤는데, 내가 맘에 들어하던 작품들에 대한 해설이 많이 나와줬다. 그러니까, 그 무수한 작품들 중에서 한정된 숫자만을 선정하여 소개한 이 핸드북을 만든 편집자들과 나의 코드가 맞아 떨어진다는 셈이었다. (이는 내가 매우 대중적이고 보편적인 시각이나 기호를 갖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내가 아주 평범한 관객이라는 뜻이리라.) 아무튼 내가 눈여겨 본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들어있었으므로 흥미가 생길수밖에.
역시, 배달된 책을 들여다보니 내가 미처 제대로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쳤던 사실들이 속속 나와준다. 가령 예를 들어서, 로댕의 '지옥의 문 http://americanart.textcube.com/59 '의 경우, 37년간 이 한편의 완성을 위해 씨름했던 로댕이 사망했을때, 지옥의 문은 아직도 미완성이었고, 실제로 작품이 만들어진 상태도 아니었다. 그러니까 주형 틀은 있었지만 작품은 아직도 없었다는 말이다. 그 당시 미국의 한 재벌이 완성품 두개 (주형 틀로 두개를 찍어내는것)를 주문했다. 그렇게 탄생한 지옥의 문 첫 두 작품중에 하나는 그가 프랑스에 선물하고, 하나는 미국으로 운반해와서 그의 조국 미국에 선사했다. 바로 그가 그의 조국 미국에 선사한 '지옥의 문'이 필라델피아 로댕 뮤지엄에 있는 그 작품이다. 그러니까 이 지옥의 문이, 이 세상에 첫 선을 뵌 미완성 지옥의 문 첫 두작품중의 하나였던 것이고, 이 첫작품들이 탄생할수 있도록 후원한 사람은, 미국인 실업가였던 셈이다. 결국, 작품은 프랑스인 로댕이 만들었는데, 정작 로댕 사후에 그것이 세상의 빛을 볼 수 있도록 후원한 사람은 미국인이었다. (돈 많으니까, 팍팍 썼구만...) 덕분에 나같은 사람도 그런 명작을 공짜로 구경 할 수 있으니, 고마울 뿐.
지옥의 문이 '미완성'이라는 것도 꽤 상징적이다. :-) (음, 아무래도 지옥의 문 특집 페이지 몇장 만들어야 하려나...갈등.)
내게는 큼직한 미술관의 화집이 몇권 있는데, 일단 미국의 책값을 기준으로 보면 큰 미술관의 화집들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팔리는 편이라 가격 부담이 덜해서 몇번 망설이다가 살수 있고 (너무 비싸면 못산다), 그리고 그렇게 집어온 책은 집에서 심심할때마다 자주 열어놓고 보게 되는데, 보면 재미있다. 재미있고 흥미생기면, 시간 날때 또 미술관에 가서 들여다보기도 하고. 그러면 더 재미있어지고...
결론: 필라델피아 미술관에 갔다가 이 책을 발견, 마음에 들 경우 현장에서 사세요. 언라인 책방에서 구하기 힘들어요. 배송료 비싸니까 현장에서 사는 것이 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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