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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1.26 [칼럼] 한국사, 내가 살아 가는 힘
WednesdayColumn2011. 1. 26. 22:26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1147007


요즘 한국사 교육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한국사 교육을 강화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의견을 냈다는 기사도 나왔다. 나는 한국사 교육에 대한 활발한 논의를 기꺼운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다.

미국에 오기 전, 한국에서 매주 수요일 아침이면 나는 텔레비전 앞에 앉아 눈물을 쏟곤 했다. 어느 프로그램에서 가족 찾기를 진행했는데, 미아가 되었거나 사고로 가족과 헤어졌던 사람들이 출연해 자신을 소개하며 잃어버린 가족을 찾는 것이다.

그런데, 가족을 찾는 사람들이 대개 이런 이야기를 한다. “언니, 나는 내가 누구인지 기억하기 위해 매일 엄마, 아버지, 언니, 동생, 내 이름, 그리고 우리 마을 이름을 외웠어. 잊어버릴까 봐 매일 외웠어!”

고아원으로 혹은 남의 집으로 이리저리 떠도는 삶을 살아온 그이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간직하기 위해 주문을 외듯 끝없이 이름들을 외웠다는 것이다. 안 그러면, 나중에는 자기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증명할 길도 없어져 버리니까 말이다. 이는 눈물겨운, 자기 정체성을 지키려는 몸부림이었다.

나는 ‘한국사’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바라보는 편이다. 한국사는 바로 내 핏줄에 흐르는 내 삶의 이야기이다. 내 삶의 이야기를 모르면 나의 정체성이 애매해진다.

혹자는 미국 역사는 기껏 300년도 안 되는데 한국사는 반만년이라서 한국사 공부가 상대적으로 어렵고 따분하고, 외울 것만 많아서, 교육이 힘들다고도 설명한다. 그런데, 이런 논의에 반대 의견을 말한 고등학생이 있다. 우리 집 작은 놈은 현재 12학년인데 열 살까지 한국에서 교육을 받았다. 어린 녀석이 한글을 깨치면서 한국사 관련 만화를 비롯해 온갖 책을 들여다보더니 어른들도 모르는 시시콜콜한 한국사 이야기를 천자문 외듯이 혼자 종알거리곤 했다. 그러다가 미국으로 와서 적응하기가 힘이 들었던 듯, 좋아하던 역사책들도 손에서 놓고 말았는데 그래도 여전히 가끔 집에 굴러다니는 한국사책도 읽고, 학교에서 배우는 미국사 공부도 열심히 하고 그런다.

녀석의 설명으로는, 한국사는 반만년이나 되니까, 큰 줄기를 중심으로 배우거나 외우게 되고, 미국사는 300년 안팎이니까 시시콜콜한 것까지 들여다봐야 하기 때문에 아주 복잡하다고 한다. 그러니 학교에서 공부하기에는 한국에서 한국사 배우기나 미국에서 미국사 배우기나 그 난이도에서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런 반문도 가능하다. 한국사 배우기가 어렵다면 땅덩어리 크고 역사도 다채로운 중국의 학생들은 얼마나 괴로울 것인가? 역사 공부를 포기할 것인가?

미국의 역사책은 백과사전처럼 두껍고 내용이 알차고, 한국의 역사책은 암기용으로 외울 것 많고 내용이 충실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학교에서 반드시 백과사전같이 두꺼운 책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특히나 요즘처럼 학교나 집에서, 길에서조차 쉽게 인터넷을 활용 할 수 있는 정보 사회에서 책이 반드시 두꺼워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관심 있으면 인터넷, 도서관에서 믿을만한 정보를 취하면 된다. 나 역시 책 보다가 뭔가 궁금하면 인터넷에서 곧바로 믿을만한 자료를 찾아 살핀다. 교육 방법과 자료 탐구의 문제이지 교과서의 두께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핵심적인 내용이 정리된 얇고 작은 책이 공부하기에 부담이 적을 수도 있다. 공부할 자료는 얼마든지 널린 세상이므로.

대학 입학을 위해 국사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한다거나 각급 공무원 시험에서 국사과목을 중요 과목으로 다시 끌어올리자는 논의를 환영한다.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어 즐겁고 의미 있는 한국사 교육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국사를 아는 것은 나의 근본을 아는 것이고, 나의 정체성을 형성시켜주며, 그것이 내가 살아가는 힘이 된다. 우리가 근본을 아는 일에 힘썼기에 약소국이면서도 오늘날의 도약을 이룬 것이 아니겠는가?

이 은 미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