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eums2009. 9. 27. 23:56

미술관 소개 페이지를 만들려다가, 그것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오늘은 그냥 스케치만.

 

 

 

 

뉴욕가기

 

버지니아 우리집 근처 알링턴에 Vamoose 라는 버스회사 정거장이 있는데 이곳에서 뉴욕 맨해턴 중심의 펜스테이션까지 직행하는 버스가 선다. 지난해에는 편도 20달러, 왕복 40달러였는데, 올해는 편도 30달러, 왕복 60 달러로 인상되었다.  온가족 네다섯명이 뉴욕 소풍을 간다면 승용차로 가도 무관하겠으나, 한두사람이 뉴욕에 갈때는 승용차로 가나 직행버스로 가나 차비가 차이가 안난다.

 

개인의 예로 들어보면, 승용차로 뉴욕에 다녀올 경우

 1. 왕복 꼬박 9-10 시간 운전을 해야 하고

 2. 개솔린 값이 못 잡아도 50달러는 들고

 3. 톨게이트 비용 왕복 50달러 정도 든다 (지난 겨울에 톨비 계산해봤다.)

 4. 맨해턴에서 어딘가에 차를 주차할 경우 주차비는 계산도 안나온다. 주차 시킬곳 찾기도 어렵고 대략 30달러 잡자

 

이러면 차 끌고 다녀오는 실비만 130달러 잡아야 한다.

 

버스로 다녀올 경우, 직행 버스 왕복 60달러, 시내에서 이동하는 것 써브웨이도 있지만 택시로 이동한대도 끽해야 30달러.  차비 100달러로 홀가분하게 다녀올수 있다. 단, 집에서 버스 정거장까지 가고, 집으로 오는 문제는 가족중에 누군가가 수고를 해줘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다. 이경우 그냥 택시로 이동해도 그만이다.  교통비가 비슷하게 든다고 해도, 왕복 9시간 운전을 내가 안하고 버스기사님이 해주시므로 버스에서 그냥 잠이나 자도 되므로 피로가 덜하다. 그래서 나는 뉴욕 갈때 버스 타는 쪽을 선호한다.

 

아침에 사고:

 

아침에 밥 좀 챙기고, 아침 여섯시 반에 예매된 버스 안놓치려고 서두르다가, 카메라 가방이 열린채 가방을 집어 들어가지고, 카메라가 쏟아져 내렸다. 결국 카메라 뚜껑속의 필터가 충격으로 깨졌다. 암담했지만, 그냥 깨진 카메라 들고 돌아다니며 사진 찍었다. 뭐 카메라는 멀쩡하길래.

 

뉴욕 도착:

 

아침 여섯시반에 알링턴에서 출발한 버스는 열한시 반에 맨해턴 중심 펜스테이션에 도착했다. 그냥 택시 잡아타고 현대미술관으로 갔는데 대략 7달러쯤 나오길래 10달러 주고 거스름돈 팁으로 줬다.  현대미술관 앞에 도착한후에, 미술관 앞 도시 공원에 앉아 밥을 먹었다. 일회용 도시락에 밥 담고, 치즈 두장 얹은 것. 빵사먹기 싫고, 그냥 밥이 편해서 이렇게 밥 간단히 먹고 물 마시면 속이 편하다.

 

미술관 구경:

 

대략 열두시부터 오후 네시까지 한가롭게 미술관을 돌았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하도 방대해서 하루종일 헐레벌떡 뛰어 돌아다녀도 목이 타지만, 현대미술관은 이보다 작으므로 조금 한가해진다. 게다가 나는 미국미술을 중점적으로 보기로 했으므로, 포인트가 분명했지. (하지만 결국 유럽미술이 발목을 끌긴 했다). 전체적으로 편안하고 한가로운 관람이었다.  기대하지도 못했던 내가 좋아하는 작품들도 만나서 횡재한 기분. 특히 Ben Shahn 의 Liberation 이라는 작품이 복도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어서, 친한 친구 만난듯 반가웠었다.  곧 벤 샨 페이지 열어야지.

 

미술관 기념품:

 

미술관 화집 19달러짜리 한권 사고, 못생긴 괴물 인형을 하나 샀다.

 

 

브로드웨이 토요 벼룩시장:

 

오후 네시반에 브로드웨이의 토요 벼룩시장 열린곳에서 친구를 만났다. 시장구경은 항상 유쾌하다. 아무것도 안 샀지만.

 

이스트 빌리지에서 저녁:

 

뉴욕대가 있는 이스티 빌리지는 대학가 답게 식당이 많고 음식값이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이곳의 유명하다는 일식집에서 우동정식으로 저녁을 먹고, 근처에 터줏대감들만 알아서 찾아간다는 케이크 전문점에서 케이크와 커피를 마시며 브레히트와 사회주의와 사회주의적 사실주의에 대하여. 뉴욕의 예술인들에 대하여 친구와 잠시 즐거운 대화. 아 뉴욕에서 3년만 살아보고 싶다.

 

귀가

 

오후 일곱시, 펜스테이션에서 직행버스를 타고 귀가. 오후 열한시 반 알링턴 도착. 집에 오니 자정.  집에 오자마자 웹 검색하여 내 카메라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정보를 찾아냈다. 필터만 새로 사서 끼우면 되는 문제인것 같았다. 불행중 다행. 확김에 80달러짜리 고급 필터 주문해 놓고, 앞으로 카메라를 조심해서 다루겠다고 반성.

 

 

노란 바지 입은 사나이와 나.

 

Posted by Lee Eunmee
Museums2009. 9. 25. 09:01

 

워싱턴 디씨 내셔널 몰 지역에 모여있는 스미소니안 박물관들 중에서 이차대전 이후, 동시대 미술품 중심의 소장품을 자랑하는 박물관은 허시혼 미술관이다.  우라늄 광산 재벌이었던 Joseph H. Hirshhorn (조지프 허시혼)은 로댕을 비롯하여 유럽의 거장들과 미국 예술가들의 작품들을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와 스미소니안 재단이 현재의 위치에 현대미술관을 기획할 당시 허시혼이 그의 소장품들을 기증하고, 미술관 건축비의 일부도 지원했고 연방정부는 그의 공로를 기려 허시혼 박물관이라고 명명하게 되었다. 이 미술관은 1974년에 문을 열어 오늘날에 이르렀다.

 

 

아래의 지도에서 중앙의 동그란 타이어 모양의 건물이 허시혼 미술관이다.

홈페이지: http://hirshhorn.si.edu/visit/index.asp?key=132

1년중 크리스마스인 12월 25일 하루만 휴관하고 매일 개방한다.

미술관 입장시간: 오전 10시 - 오후 5:30분

광장 개방시간: 오전 7시 30분 - 오후 5:30분

조각공원 개방시간: 오전 7시 30분 - 해질때까지

입장료 : 무료

건물 입장시 입구에서 소지품 검사

 

 

내가 가늠 하기에 한국인이 특별한 목적 없이 구경삼아 워싱턴 디씨를 '수학여행'하는 기분으로 하루나 이틀 시간을 내어 방문 할 경우, 대개 가보게 되는 곳이

 (1) 스미소니안 자연사 박물관 Smithsonian Museum of Natural History

 (2) 스미소니안 항공우주 박물관 Smithsonian Air and Space Museum

 (3) 국립 미술관 National Gallery of Art

 

이 정도가 될 듯 하다.  그 밖에 국회의사당, 백악관, 링컨 기념관, 좀더 기운이 난다면 알링턴 국립묘지를 대충 둘러보게 되는 것 같다.  내가 5년전에 워싱턴 구경을 처음 왔을때 그렇게 둘러봤었는데, 다른 분들도 대동소이하다.

 

어학 연수하러 온 학생들한테 "지난 주말에 어디 놀러 갔었어?  여기서는 놀러 다니고 구경하는 것도 다 공부야, 부지런히 돌아다녀" 하고 가르쳐주면 대개 주말에 '스미소니안 박물관'에 다녀왔다고 자랑을 한다. 스미소니안 박물관이 한두개가 아닌데 어디 갔었어? 하고 물으면  이때부터 이 학생들이 난감한 표정이다.  이름을 정확히 기억을 못한다.  그러면 나는 "뭘 봤는데?" 하고 다시 물어야 한다.  공룡의 뼈를 봤다고 하면 자연사 박물관이고,  로케트를 봤다고 하면 항공 우주 박물관이고,  인상파 화가 그림을 봤다고 하면 국립 미술관에 다녀 온 것이지. 사실 국립미술관은 스미소니안 계열이 아니다.  그러면 나는 대략 내셔널몰의 지도를 그려주면서 "사실 말이지 스미소니안이 한두개가 아니셔, 그러니까 앞으로는 박물관 다닐때 건물 앞의 '이름표'도 확인좀 하고 그러셔.  박물관들 이름만 정확히 알아도 꽤 많이 아는거니까. 어딜 가건 거기 지명이 뭔지, 어느 장소에 가면 그 장소 이름이 뭔지 그런것 좀 신경써서 읽으셔.  영어 공부 하러 왔으면 '지명'부터 정확히 읽고, 알고 그래야지" 대략 이런 잔소리를 하게 된다.

 

스미소니안 계열 박물관들 중에서 '허시혼 현대미술관'은 보통 사람들에게 그리 많이 알려진 곳이 아니다. 이곳은 언제 가봐도 늘 한가롭다. 바로 옆의 항공우주박물관에 여름 방학철에 미전국에서, 그리고 세계 여러나라에서 온 관광객들이 아주 많이 모여서 '바글바글'하다는 인상을 줄 때도, 허시혼은 한적하고 고요하다.  나는 가끔 한국의 친지가 와서 함께 이곳에 나가야 할때, 아이들이 있는 일가족을 '항공우주박물관'으로 안내해주고는 나는 거기 사람 많으니까 피곤해서 안들어가고, 그 대신 허시혼에서 편안하게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이곳은, 말하자면, 소문내기도 싫은 나만의 휴식처라고 할 만하다.  소문나면 사람 많이 오니까, 소문도 내기 싫은.

 

위에 잠깐 소개한대로, 이곳은 개성이 뚜렷하다.  국립미술관에 전세계의, 전 시대를 망라하는 작품들이 총 망라 해있고, 미국미술 박물관에 미국미술이 총망라 되어 있다고 한다면, 허시혼 미술관에는 이차대전 이후의 현대/동시대의 작품들이 모여 있다.  이차대전 이후, 유럽의 미술가들이 여러가지 사유로 망명하거나 이민을 하여 뉴욕으로 몰려들고, 이들이 갖고 온 유럽 미술 화풍과 미국의 풍요가 만나면서 추상표현주의 (Abstract Expressionism)을 필두로  이제 세계 미술의 중심은 미술이 선도하게 되었다고 미국은 자랑한다. 그것이 사실이건 아니건, 이 미술관에는 미국이 자랑하는 현대 작가들의 작품이 다수 소장되어 있고, 일반인 누구라도 아무때나 이 명품들을 맘껏 볼 수 있다.

 

미술관 건물은 '타이어' 처럼 둥근 건물로, 관객이 복도를 따라 전시물들을 구경하다 보면 어느새 한바퀴 돌아 원점에 서게 된다. 1층은 입구와 뮤지엄 샵. 지하층은 특별 전시장으로 이용된다. 2층과 3층에 상설 전시장이 있는데, 층간에는 에스컬레이터로 이동하게 된다. 뉴욕 맨해튼의 구겐하임 뮤지엄 역시 둥글게 설계가 되었는데, 그곳은 달팽이처럼 나선형으로 계속 둥글게 올라가는 형식이고,  허시혼 건물은 층이 분명히 구분되어 있는 형태이다.

 

중앙 복도쪽 전시장에는 주로 조형물, 조각작품들이 전시되고, 외곽의 전시장에는 회화를 중심으로 전시가 된다. 3층에 올라가면 커다란 유리벽이 있는 홀이 나타나는데, 위의 사진에서 창문처럼 보이는 부분이 바로 그 유리벽이다.  이곳에는 푹신한 소파가 반달형으로 놓여있어서, 이 소파에 앉아 밖을 내다보면 내셔널 몰의 아름다운 광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 소파에 몸을 묻고 한시간쯤 하늘의 구름이나 보면서 졸다가 일어나도 극락같은 기분이 들 것이다.

 

 

건물 밖 정면에서 계단을 내려가면 조각 공원이다. 로댕의 칼레의 시민을 비롯한 명작들이 여기저기 서 있는 아름다운 공원이다.  세세한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는 차차 정리하기로 하고, 이 페이지에서는 대략 여기까지만 정리하겠다.

 

미술관:

 

다리가 있는 고리모양의 건물:  1층에 간단한 입구와 뮤지엄샵만 있고 전시장이 없는 이유는, 바로 이런 건축 디자인 때문이다. 다리부분이 1층이므로 전시공간이 없는 것이다.  전시장은 지하층, 2층,3층까지.  4층은 전시공간이 아닌듯, 개방되어 있지 않다.

 

 

 

지하 전시 공간: 현재 Strange Body 라는 제목으로 기획전시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 전시 관련 이야기는 별도의 페이지에서~

 

 

 

 

 

2층 조형물 전시장. 복도를 따라 이동하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오른편 외곽쪽에 회화 중심의 전시장이 역시 고리모양으로 이어져있다.

 

 

3층 현대회화 전시장, Robert Motherwell 의 작품이 보인다.

 

 

 

미국 추상표현주의를 탄생시킨 주역, William de Kooning 의 작품들만 모아놓은 전시실.  Kooning 의 작품이 이렇게 한꺼번에 모여 있기가 힘든데...

 

 

 

3층 조각품 전시실 풍경.  관객을 위한 빈의자가 한가롭게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내가 이곳에서 가장 좋아하는 3층 홀.  거대한 유리벽 밖으로 워싱턴 디씨의 가장 아름다운 건물들과 풍경들이 보인다.  이것이야 말로 그대로 '작품'일 것이다.  (중간쯤에 보이는 건물이 국립 미술관)

 

 

 

 

 

 

 

 

여기쯤서 자연사 박물관의 거북이 등딱지같은 초록색 지붕이 가장 잘 보인다.  자연사 박물관의 지붕을 보면 내 가슴은 뛴다.  내가 내셔널 몰에서 가장 사랑하는 곳. 자연사 박물관이다. (미술관이 아니므로...여기서는 생략.)

 

 

 

 

 

 

 

 

 

 

조각공원:

 

 

 

 

 

 

로댕의 칼레의 시민들.

 

나는 이 작품을 각기 다른 세가지 장소에서 보았다.

(1) 필라델피아 로댕 뮤지엄 중앙홀에 이 작품이 있다. 첫 만남이었다.

(2) 뉴욕 맨해턴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보았다. 두번째 만남이었다.

(3) 허시혼 뮤지엄 조각공원 -- 바로 이곳에서 보았다. 세번째 만남이었다.

 

똑같은 작품이지만 평을 하자면, 필라델피아 로댕 뮤지엄의 칼레의 시민은 홀이 협소한 느낌이 들어서, 좀 안타깝고,  메트로폴리탄의 칼레의 시민은 천장이 높은 홀에 있지만, 어쩐지 복도에 서있는 사람들 같은 느낌을 주고,  가장 맘에 드는 구도는 허시혼 조각공원에 서있는 칼레의 시민들이다.  아무래도 야외 조각공원에 서 있어서 정말 광장에 서 있는 죄수같은 느낌도 나고, 조각의 맛이 제대로 산다.  아무래도 이 '광장'의 칼레의 용자들을 보기 위해 나는 이곳을 자주 지나치게 될 것 같다.

 

고백하건대, 나는 허시혼을 꽤 자주 드나들었지만, 조각공원을 유심히 본 적이 한번도 없었다.  그래서 이곳에 칼레의 시민이 서 있다는 것을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다. (내가 얼마나 조각품에 무심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나의 그림 구경 취미는 꽤나 '평면적'이라고 할만하다. 로댕에 대한 나의 사랑은 좀 예외적이고 특별한 경우이고, 그 외에 나는 조각작품에 큰 관심이 없는 편이다. 때로는 도시에 서있는 조각품중에는 '흉물'스러우니 치워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 할 정도로 내가 싫어하는 것도 있다.  조각작품에 대해서 나는 꽤 야박스러운 편이다.  그래서 오늘 문득 칼레의 시민을 발견해내고 내가 생각한 것이, 내가 참 심심하고 평면적인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조각공원에서 벗어나 스미소니안 메트로 역으로 가기 위해 몸을 돌리면 보이는 풍경. 길 왼편에 현재 공사중인 '산업미술' 박물관 건물이 보인다. 중앙에 보이는 붉은 벽돌 건물이 산업미술 박물관이라고 하는데 벌써 몇년째 내부 공사중이라는 안내만 하고 있다. 내부 공사가 언제 끝날지 기약도 없다. 

 

 

 

 

 

2009년 9월 24일 방문. redfox

 

Posted by Lee Eunmee
Museums2009. 9. 21. 02:10

 

공식 홈페이지: http://americanart.si.edu/

내가 작성한 또다른 안내 페이지: http://freefeel.org/wiki/VisitTheSmithsonian

 

 

                                               위의 지도에서 중앙의 맨 윗쪽에 있는 박물관

 

 

워싱턴 디씨에 있는 '스미소니안' 계열 국립박물관들 중의 한가지로 (1) 미국미술 박물관 (2) 국립 초상화 갤러리가 함께 있다. (이곳에 가면 두가지 박물관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이곳 외에도 스미소니안 계열 미술 박물관에 가면 '미국 미술' 작품들을 볼 수 있으므로 '미국미술' 관련 블로그를 업데이트하는 동안 나는 꽤 자주 내셔널 몰 지역의 미술관들을 산책하게 될 것이다. 물론 스미소니안 계열 박물관 뿐 아니라, 이미 소개가 된 필립스 콜렉션이나 코코란 미술관, 국회 도서관, 기타 건물들에 미국 주요미술품들이 전시가 되고 있으므로 볼거리는 풍부하다 할 수 있겠다.

 

 

이 많은 미술관들중에서 '미국미술'과 관련된 '왕중왕'은 아무래도 국립미국미술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을것이다.  이곳에 가면 미국 건국초기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시기별로 주요 미술품들이 골고루 소개가 되고 있다.  초상화 갤러리에는 미국의 역대 대통령의 초상화실이 있고, 관련 멀티미디어 자료도 볼 수 있다. 미술 박물관 쪽에서는 상설전시, 특별전시, 특강등을 통해 대중들이 예술을 가까이서 즐길수 있도록 돕고 있다. 현재 워싱턴지역의 스미소니안 계열 국립 박물관은 모두 '무료입장'이다. 버지니아에 있는 항공우주 박물관의 경우 '주차비'를 따로 받지만 그곳 역시 입장료는 무료이다.

 

스미소니안 계열 국립박물관이 전관 무료개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나름대로 세가지를 추측하게 되는데  (1) 그 첫번째는 미국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행정수도의 국립박물관을 무료 개방함으로써, 미국이 문화국가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려는 것이 아닌가? (2) Smithson 이라는 영국의 재벌이 사심없이 한번도 가보지도 않은 나라, 신생국 미국에 그의 유산을 쾌척하여 그 기금을 씨앗으로 세워진 박물관들이므로 '스미손'씨의 조건없는 '기여'의 정신에 부응하여 역시 돈 없는 '걸인'이라도 자유롭게 드나들도록 문을 열어 놓은 것이 아닌가?  (3)  미국의 수도, 그 중앙 국립광장이라 할수 있는 National Mall 에 일년 내내 미국 전역에서 학생들은 수학여행을, 자녀를 거느린 미국인들은 자녀들의 역사교육을 위하여,  미국의 수도를 보기 위하여, 외국인들 역시 미국의 수도를 보기 위하여 방문하게 되는데, 미국인들에게는 '수도에 가면 국립 박물관이 모두 무료다, 우리 미국인들은 이렇게 근사한 나라의 국민이다. 우리는 대접받고 있다'는 환상을 심어줄 수 있고, 외국인 방문자들에게는 '미국은 역시 근사한 나라야'하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데, 이는 입장료 수익을 상회하는 큰  이익을 가져 올수도 있겠다는 것이다.  특히 수십개의 주로 이루어진 미국은 전 국민을 하나로 묶어줄만한 정신적인 '아이콘'이 필요한데, 내셔널몰이 일부 그러한 '아이콘' 역할을 하고, 무료 입장 가능한 국립 미술관들 역시 이런 분위기에 일조한다 할 수 있겠다.  이것이 워싱턴디씨를  수년간 드나들며 관찰한 나의 시각이다.

 

 

 

 

 

워싱턴 지역을 통과하는 메트로 (전철) Red Line의 Gallery Place/ China Town 메트로역에서 나오면 바로 박물관 건물이 보인다. (빨간선, 한국의 3호선이 Orange Line 인것처럼 이곳에서 색깔로 노선 구분을 한다. 한국에서 나는 3호선 Orange Line 구역에 살았었는데, 이곳에서도 역시 Orange Line 을 통해 주로 이동한다) 이곳이 갤러리 플레이스, 차이나타운 역인 이유는 이곳에 갤러리들이 있고 또한 박물관 뒷편으로 중국인들의 거리인 차이나타운이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도심이면서도 늘 한적한 느낌이 들어서 이곳을 찾을 때마다 마음이 한가로워진다.

 

 

 

 

 

 

 

 

1930년대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미술 기금이 마련되었을때, 미국 전역의 화가들이 기금의 도움으로 그림 작업을 할 수 있었는데, 당시 작품들을 재 전시 하고 있다.  오늘날 미국 뿐 아니라 한국,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우리들이 겪고 있는 경제 불황이 1930년대의 경제 암흑기를 연상시킨다.

 

 

 

기형적으로 커다란 꽃, 동물의 뼈, 단순한 선과 면의 주로 그린 조지아 오키프의 대형 그림이 보인다.

 

 

 

3층 링컨 갤러리의 중심에 설치된 백남준씨의 Electronic Super Highway 라는 작품을 볼 때마다 엉뚱하게도 내 머릿속에선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애국가가 흐른다.  여기 한국산 미술가가 설치 해 놓은 미국 최고의 작품을 보라...고 마음 속으로 외치게 되는 것이다.  이곳에 숨겨진 다른 백남준씨의 작품들은 후에 별도의 페이지를 열고 정리하겠다.

 

 

 

미국미술박물관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다. 3층 링컨 갤러리. 사진 왼편 벽, 형광불빛이 나오는 벽면에 백남준씨의 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이곳에는 동시대의 조각품, 회화, 설치미술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때로 나는 이곳에 설치된 작품들에 대해서 '설명'을 못하고 입을 다물어버리는데, '말'로는 전달이 안되기 때문에, 나의 설명력에 한계를 느끼기 때문에...몸으로 체험하기 전에는 도무지 짐작이 안되는 작품들이 있기 때문에 그러하다.  워싱턴 디씨를 방문하는 친구가 '어디 봐야해?'하고 물을때 나는 서슴치 않고 '미국미술 박물관'에 가보라고 권하게 되는데, 미국미술이 대단해서라기보다는, 이곳에 와서 꼭 봐야할 보물들이 있기 때문에... 가슴이 컥 막히고 눈물이 쏟아지는 '한국'이 여기 어딘가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국립 미술관의 '심장부'에는 '한국'이 들어있다.  한 예술가가 그것을 이뤘다.  그, 그것을 꼭 꼭 봐야만 한다...

 

 

초상화 갤러리의 대통령 초상화들 속에 있는 Ben Shahn ( http://en.wikipedia.org/wiki/Ben_Shahn )의 작품. 뉴딜 정책의 주인공, 미국의 대공황을 딛고 일어선 대통령, 간단하게 FDR 로 통하는 루즈벨트 대통령의 초상이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유일하게 대통령에 4선했던 사람이다. 네번이나 당선이 되었다는 뜻이다. 세번째 임기까지 무사히 채우고 네번째 임기중 사망했다. 당시 '사회성'강한 그림을 그리던 벤 샨이 루즈벨트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호감을 보이고 사회성 짙은 작품 활동으로 대통령을 도운것으로 알려져 있다.  (벤 샨 역시 내가 좋아하는 화가이므로 장차 그에 대한 페이지들이 만들어질 것이다.)

 

 

 

이 뮤지엄은 '미음자' 구조로 건물들이 이어져 있다. 그러니까 통로를 따라 이동하게 되면 동서남북 미음자로 한바퀴 돌게 된다. 그리고 그 미음자 구조의 중앙은 코트야드 (Court yard, 중앙홀)이다. 지붕을 수백장의 유리판으로 얹어서 이곳 테이블에 앉아 하늘의 구름도 보고, 저녁에는 달님 별님도 볼 수 있다.  비오는날 이곳에서 비 떨어지는 것을 보면 좋겠다는 상상을 해보는데 아직 비 쏟아지는 날 이곳에 가 본 적은 없다.

 

 

 

꼭 필요해서 뮤지엄샵에서 산 것들. 미국미술사 정리된 것 (할인해서 8달러에 살수 있었다. 아마도 싼맛에 좋아서 샀을 것이다. 갖고 있는 미국미술사 관련 책만 다섯권이다. 하하하.).  그리고 '미술 용어 카드.'  미술 관련 블로그를 열어 놓고 글을 쓰다보니, 내가 미술 용어중 구체적으로 정확히 내용을 알고, 다른 사람에게 쉬운 말로 설명할 수 있는 개념들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되었다.  나는 '내가 남에게 쉬운말로 전달할수 없다면, 나는 정확히 안다고 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편이다. 뭐든지 아주 쉬운 말로, 가령 공부를 많이 하지 않으신 '내 엄마'가 내 말을 알아듣고 수긍할 수 있을 정로로 내가 설명할 수 있어야 내가 정말로 아는 것이라고 믿는 편이다. 그러므로 뭐든 설명하기 위해서는 깊게, 상세히 이해해야 하고 이를 가장 쉬운 말로 간단하게 정리 할 수 있어야 한다. 

 

 

학교에서 수업할때, 학생들이 발표 자료를 준비해 가지고 와서 발표를 할 때,  가르치는 입장에서 내가 가장 '재미없어'하는 것은, 파워 포인트 자료에 잔뜩 교재 요약해 가지고 와서 그것을 '낭독하듯' 발표 하는 것이다.  나는 가끔 발표를 하는 학생들에게 아주 기초적인 개념이나 어휘를 가지고 질문을 던진다. 가령 Meta-linguistic, Meta-physical, Meta-cognitive 라는 말이 막 뒤섞여 나오는데, 그 메타가 뭐냐? 묻는다.  그러면 학생들은 우물거리다가 beyond...above ...이정도의 대답을 한다. 그러면 나는 다시 묻는다.    "Beyond..above..what? (그게 무슨 말인데?). 그러면, 이미 다른 과정에서 박사학위까지 마치고 온 학생조차 우물거리며 이렇게 말한다, "I know it, but I cannot explain it..because it's a very abstract concept (알긴 하지만 설명을 하기는 힘들다, 왜나햐면 매우 추상적인 개념이라서)."  그러면 나는 대꾸해준다, "If you are not able to explain that concept in plain language, you do not know about it. Don't tell me that you do know it... (만약에 그 개념을 평이한 언어로 설명 할 수 없다면, 당신은 그것에 대하여 안다고 할 수 없다.  안다는 말은 하지 말라.)  잘 모르는 것에 대하여 안다고 말하면 안된다. 잘 모르는 것에 대하여 그냥 베껴다가 읽으면서 자신이 그것에 대하여 알고 있다고 착각해서도 안된다.  내가 그것을 잘 이해하고 있는가, 아닌가, 직시할 필요가 있다. 모르면, 책을 뒤지고 인터넷에 널린 친절한 자료를 뒤져서라도 알려고 노력해야 한다.  'Meta-linguistics knowledge' 란 '언어에 대한 지식'을 가리킨다.  메타 피직스란 물리 세계에 대한 지식, 그러므로 철학을 메타 피지컬 학문이라고 하는데, 물리 세계 너머에서 물리세계에 대한 사색을 하는것, 그것이 철학의 시작인 것이다. Meta-cognitive awareness 는 앎에 대한 지식. 내가 무엇을 아는가 모르는가에 대한 자기성찰 그것을 말한다.  '나는 아는가 모르는가?' 자기 성찰은 '메타'적 기능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어떤 말을 하고나서 문법적으로 그것이 잘 못 되었음을 파악하는 능력, 그것이 메타-언어 능력이다.   내가 평이한 말로 설명 할 수 없다면, 나는 아직도 정확하게 모르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배움과 소통에 대한 나의 신념인데, 그 신념대로 나를 채찍질 하는 것은 참 힘든 일이다.  (그런데 내가 왜 내 전공도 아닌 미국미술을 가지고 씨름을 시작했단 말인가?  가끔 회의가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진도 나간다. 왜냐하면... 미국미술이 좋아서 :-]  )

 

그러니 공부를 해야...

 

(엄마가 읽고 수긍 할 수 있는 블로그... 그렇게 만들고 싶은데, 그것도 쉽지 않다.)

 

 

    전철역 입구의 각종 무료 주간 안내지 상자들. 그 알록달록한 통들이 서있는 것이 발랄해 보인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다시 메트로 역

 

                                                                  워싱턴 디씨 메트로

 

                                                        

 

메트로 스테이션 역에서 Orange Line 으로 갈아타야 한다.  벽화가 보이길래 사진기에 담아 보았다.  이런 사소한 것들이 거리의 풍경을 이루는 것이고, 이런 것들이 쌓여서 문화가 되고, 미술사의 일부가 되는 것이므로.

 

2009년 9월 19일 금요일 오후 방문. redfox

Posted by Lee Eunmee
Museums2009. 9. 20. 22:14

 

 

공식 홈페이지:http://www.philamuseum.org/

 

현재 필라델피아 미술관이 서 있는 언덕은 원래는 '저수지'였다. 그런데 기존의 펜실베이나 박물관이 노후해 짐에 따라 새로운 박물관 부지를 물색하던 사람들이 이 저수지 자리를 눈여겨 봤고, 1917년 이 터전위에 세워질 박물관 설계가 완성되었다.  11연간의 공사 기간을 거쳐 1928년 현재의 필라델피아 미술관이 완공을 보게 된다. 올해가 2009년이니까 81년 된 셈이다.  1917년이면 우리나라는 1910년에 한일합방을 당하고 1919년에 삼일운동이 일어났으니까, 그 즈음에 이 건물이 지어지고 있었던 셈이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 디씨의 주요 건물들이 대개 '코린트 양식 (Corinthian)'을 택하고 있는데 이 건물 역시 동일한 건축양식을 따르고 있다.  (미국 건국 초기의 건축양식에 나타나는 미국의 이상주의에 대한 페이지를 따로 정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코린트 양식을 '별로 아는바가 없는 내 식으로' 단순무식하게 설명하자면, 기둥위를 살피면 '뭐라뭐라' 장식을 해 놓은 것을 볼 수 있는데... (히히히. 이부분은 Art Dictionary 카테고리에 추가 설명 페이지 엮어야 할 것 같다. 공부를 해서 정리를 해야 한다는.)

 

입장시간은 (오전 10시 - 오후 5시).

입장요금은 성인 16달러

자세한 사항은 http://www.philamuseum.org/

안내데스크에는 한국어/일어 안내지도 준비되어 있다. 한국인들이 많이 오는가보다.

 

1층에는 미국미술과, 유럽미술이 주로 전시가 되면 윗층으로 올라가면 세계 여러나라의 문화 예술품 전시관들이 있다. 이곳에 한국관도 있는데 이웃한 일본관에 비하면 어쩐지 쓸쓸하지만, 아무튼 한국관도 있긴 하다.  2008년에 방문했을때 돌아보았는데, 올해 (2009)에는 내가 '미국 미술' 자료를 찾아보러 간 것이라서, 전관을 다 둘러보지는 못했다. 오로지 미국미술관에서 거의 모든 시간을 보냈다.  그냥 일반적으로 둘러보기에는 하루를 다 잡아도 다 보기 힘들정도로 전시품의 양이 방대하고, 그냥 지나치기 안타까운 명작, 명품들이 수두룩해서 오히려 갈증이 심하게 날지도 모른다. 보이는 모든 것들이 귀한 것들인데 다 볼 수 없어서 안타까운, 그런 갈증.

 

 

 

본관 외에도 길건너 조금 걸으면 Perelman Building (펄만 빌딩)이라고 불리우는 별관도 있는데, 이곳에는 주로 현대 미술, 설치작품들이 전시가 된다.  참고로 이 건물의 카페테리아 디자인이 현대적이고 예쁘다.

 

 

 

미국미술에 관심을 가진 나의 입장에서 평가해보자면, 이곳의 미국 미술관은  가구나 다른 장식품 속에 당시의 회화작품을 전시하는 식으로 입체적인 전시를 시도 했다는 것이 눈에 띈다 (이렇게 말하는 나 자신은 미국미술의 분야중에서도 '회화'를 집중적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가구나 장식품에는 그다지 눈길을 주지 않는것을 보면).  펜실베니아 태생의 Thomas Eakens 토마스 이킨스, Hicks (힉스)등 지역 화가들의 작품이 많이 있어서 배부르게 볼 수 있고, 제법 '미국미술'품이 숫자가 많아 보여서 만족스러웠다.  워싱턴 디씨의 국립 미술관에도 미국미술 전시관이 따로 있는데,  내 인상으로는 필라델피아 미술관쪽이 미국 미술에 좀더 성의를 보이는 것 같다.  물론 미국미술의 '왕'은 스미소니안 국립 미국미술박물관이라고 할수 있겠다.

 

워싱턴에서 필라델피아 미술관까지는 자동차로 편도 세시간이면 넉넉하다. 그래서 워싱턴을 방문하는 한국인 여행자중에 이곳을 일정에 포함시키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미국에서 왕복 여섯시간 거리는 그냥, 대충 참을만한 하루 여행거리).  필라델피아 시내에 있어서 일단 미술관에 가면 걸어서 시내를 둘러보는 일도 가능하고, 주말에는 주변에 무료로 주차도 가능하다. (내가 주말에만 가 봤으므로 주중에 주차사정이 어떠할지는 가늠이 안된다.)

 

참고로 Philadelphia 필라델피아는 City of Brotherly Love (형제애의 도시)라는 별칭이 따라다닌다.  탐 행크스가 주연했던 Philadelphia 라는 영화에서 닐 영 (Neil Young) 이 부르는 노래 '필라델피아'가 흐르는데 'City of brotherly love~'라는 가사가 슬프고 달콤하게 흐르기도 한다.  이 별칭은 초기 미국 정착역사와 관련이 있다. 매사추세츠 지역에 이주하여 정착한 주요 세력은 '퓨리탄'이라고 일컬어지는 개신교 세력들이었다. 이들은 다른 종파에 대하여 배타적이었고, 그래서 다른 종파의 사람들이 종교의 자유를 찾아서 델라웨어나 기타 다른 지역으로 이주를 하기도 하였다. 펜실베니아 지역에는 퀘이커교도들이 정착하게 된다. 퀘이커 교도들은 퓨리턴들과 달리 이념이나 종교적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 대하여 관용적이었고 그래서 다른 종파의 사람들도 마음편히 살수 있었다고 한다. 미국 남북전쟁의 도화선이 되었다고도 전해지는 해리엣 스토우의 '엉클 톰스 캐빈 (톰 아저씨의 오두막)' 이야기에도 퀘이커 교도들이 도망가는 흑인 노예들을 도와주는 장면이 나온다. 그래서 나는 늘 '퀘이커 교도' 하면 어릴때 읽었던 그 장면이 떠오르고 마는데, 필라델피아가 그들의 땅이었던 것이다.

 

필라델피아는 미국 독립사에서도 빠질 수 없는 역사적인 곳인데, 아무래도 이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페이지를 여는것이 좋겠다. 오늘은 필라델피아 미술관을 방문한 사진을 좀 올리는 것으로 일단 마무리를.

 

 

유튜브에 연결된 닐 영의 필라델피아 노래

 

 

 

가사:

Sometimes I think that I know  
What love's all about  
And when I see the light
I know I'll be all right.

I've got my friends in the world,
I had my friends
When we were boys and girls
And the secrets came unfurled.

City of brotherly love
Place I call home
Don't turn your back on me
I don't want to be alone
Love lasts forever.

Someone is talking to me,
Calling my name
Tell me I'm not to blame
I won't be ashamed of love.

Philadelphia,
City of brotherly love.
Brotherly love.

Sometimes I think that I know
What love's all about
And when I see the light
I know I'll be all right.
Philadelphia.

 

 

미술관 및 필라델피아 시내 사진들

 

 

 

 

 

 

미술관 앞 광장 계단에서 단체사진을 찍는 여행객들

 

 

내가 시간을 많이 보낸 미국 미술 전시장의 한 갤러리. 토마스 이킨스의 그 유명한, 수술하는 그림이 오른쪽에 보인다.

 

 

현대미술 갤러리의 한 전시장.  오른쪽에 앤디 와홀의 재클린 케네디 작품이 보이고, 왼쪽에는 역시 앤디와홀의 '전기의자 (사형할때 쓰는 전기의자)' 작품들이 걸려있다. 중앙의 홀 천장 저쪽에 가위표 (x표)가 보이는데 이쪽편 벽에는 동그라미표가 있다.

 

 

 

미술관 구경의 즐거움중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뮤지엄샵 구경. 재미있는 것들이 많았지만, 뭘 사지는 않는다. 그냥 사진 찍어 오는것으로 충분하다는 생각도 하고, 물건 사 늘어놔봤자, 어쩐지 인생에 짐만 들어나는 것 같기도 해서.

 

 

 

뮤지엄샵에서 발견한 한국미술품 도록.  필라델피아 미술관이 소장하는 한국미술품 책이다. 반가와서 들었다가 내려놨다.  :)

 

 

 

미술관 계단에서 내려다본 필라델피아 시내 전경. 중앙에 보이는 도로가 '프랭클린 도로'인데 (벤자민 프랭클린은 필라델피아의 터줏대감님이었다) 이 도로를 따라서 한가롭게 걷다보면 시내 주요 박물관들, 건물들이 차례차례 나온다.

 

 

 

우리나라 '경복궁'이나 뭐 배경 좋은 공원에서 신부사진을 많이 찍는데, 이 미술관앞 광장에 신부사진을 찍으러 온 팀들이 여럿이었다.  사진속에만도 두팀이 보인다.  한국에서는 신랑, 신부만 단촐하게 웨딩사진을 찍는 편인데, 미국에서 살면서 보면 신랑신부가 친구들에게 드레스와 턱시도를 사 입혀가지고 (그러니까 돈이 엄청 들지...) 아예 단체가 이동을 하며 여러가지 장면을 연출한다. 사진에서 보면, 가까운데 있는 팀은 '가족' 구성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옷을 맞춰 입고 와서 사진을 찍었는데 이는 단촐한 경우이고, 저만치 있는 팀은 신부의 친구들이 단체로 드레스 입고, 신랑 친구들도 단체로 턱시도 입고 줄서서 사진찍고 그랬다.  공부할때 중국계나 돈없는 유학생들 결혼식하는 것도 보았는데, 가장 단촐한 케이스는 지역 등기소에 가서 결혼신고 하고, 등기소 한구석에 마련된 '기념사진 촬영용' 세트 앞에서 그냥 신랑색시가 기념사진. 이때 신랑색시의 복장은 그냥 수수한... 친구들도 각자 가진 옷중에 가장 좋은 옷으로 골라입고 와서 축하.

 

 

계단 아래 입구 구석에, 그 유명한 Rocky 로키 동상이 있어서, 사람들이 그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 줄서서 차례 기다리는 사람들.  무명의 실버스타 스탤론을 일약 미국의 영웅으로 만들어준 영화 Rocky 1편의 장면중에 로키가 운동삼아서 이 필라델피아 박물관 계단을 뛰어오르는 장면이 있다.  영화의 성공으로 덕분에 이 장소도 명소가 되고 말았다.  (어릴때 영화 로키 1의 이야기를 선생님한테서 들었던 기억이 새롭다. 수업중에 영화 얘기를 해준 선생님이라니...하하하. 나중에 대학생이 되고, 집에 비디오가 생긴 후에야 그 유명하다는 '옛날' 영화를 보고 좋아했었지.)

 

 

 

프랭클린 도로변을 따라 걷다보면 왼편에 로댕 박물관이 나타난다. 입장료는 무료. 기부를 하고 싶다면 각자 알아서 원하는 만큼만 내거나 말거나. 중앙에 보이는 것이 지옥의 문. 왼편으로 건물안에 들어가는 문이 있다. 그 안에 로댕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칼레의 시민이 중앙홀에 있다.

 

 

계속 걷다보면 왼편에 프랭클린 도서관이 나오고, 길 건너편에 과학센터, 자연사 박물관등이 나오고, 중앙에 로간 써클 (Logan Circle)이라는 중앙 분수공원이 나온다. 이 분수공원을 가로질러 가보면 자연사박물관 뒷편으로 고층 건물들이 줄지어 서있다.

 

 

 

자연사 박물관

 

 

고층건물의 숲. 

그러니까, 박물관에서 내려다보던 저 멀리 있던 그 고층건문들 그 숲속까지 슬슬 걸었었다는 기록이 되겠다.  걷기에 편안한 9월의 햇살이었다.

 

 

 

박물관 입구 돌계단에서, 사진사들이 신부들을 꼭 이자리에 앉혀 놓고 사진들 찍길래, 저 자리가 어떤 자리길래 모두들 저 각도로 저기서 사진을 찍나 궁금해서 찍어봤는데,  햇살이 뒷편에서 부터 오면서 역광에 가까운 측광이라 머리 뒷부분이 반짝이고, 얼굴은 그늘지고, 잘 모르겠지만 대략 이 각도가 신부사진 찍어대던 전문 사진사들이 선호하던 각도였다.  하하. 난 야외에서 신부사진 그런거 찍어본적 없어서 야외 웨딩촬영하는 풍경을 보면 조금, 음, 번거롭겠다 그런 생각도 하게 된다. 옛날에 우리 엄마는 '구식 결혼'을 해서, 연지곤지에 한복 새색시 복장으로, 아빠는 사모관대 뭐 그런 복장으로 결혼식을 해서, 그런 흑백사진이 우리집에 걸려있는데 엄마는 하얀 웨딩드레스입은 사람들 사진을 무척 부러워하셨다. 두고두고 부러워하셨다.  어느해에 우리 엄마가 집에 돌아다니면서 사진장사를 하던 사람의 설득에 혹하여서 '사진 합성'을 주문했다.  뭐냐하면 아빠, 엄마 얼굴 잘 나온 사진을 가져다가 웨딩드레스 입고 양복입은 신랑신부 사진에 '합성'을 하는 것이다. 사진장사가 그렇게 합성을 하여 액자에 담아가지고 와서 돈을 받아가지고 갔을 것이다. 아주 아주 옛날 이야기이다.  그날 저녁에 학교에서 퇴근하신 우리 아빠가 엄마를 '어린애' 야단치듯(?) 엄마한테 화를 내셨다. 왜 남의 몸뚱아리에 내 얼굴을 갖다 붙이느냐 이거였다. 이런 거짓사진이 그렇게 좋냐 이거였다.  나는 웨딩드레스의 환상이 좌절된 우리 엄마가 안타까웠다.  그때부터였을거다. 내가 웨딩드레스를 증오하게 된 것이.  나는 그따위 환상같은것 개나 물어가라고 생각하게 되었던 것인데, 엄마의 환상이 너무 가슴이 아팠기 때문에 그만 그 반대로, 강한 거부를 하게 되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웨딩드레스를 봐도 별 감흥이 없고, 사람들이 왜 저것을 입고 사진을 찍을까? 이런 의문이 일없이 떠오르다 말 뿐이다.  사는게 그런거지. 뭐.

 

 

Posted by Lee Eunmee
Museums2009. 9. 13. 20:46

 

 

                    공식 홈 페이지: http://www.brandywinemuseum.org/

                   앤드루 와이어드 관련글: http://americanart.textcube.com/category/Andrew%20Wyeth

 

소개

 

미국의 21세기 사실주의 화풍의 대표가 할 만한 앤드루 와이어드(Andrew Wyeth) (July 12, 1917 – January 16, 2009)는 크리스티나의 세상 (Christina’s World)라는 작품으로 한국인들에게 기억 될 것이다. 메인주(Maine)의 이웃집 여인 Christina Olsen 을 그린 그림이다.  앤드루 와이어드가 미국 미술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을 것으로 짐작되는데, 그의 아버지 N.C.Wyeth (Newell Convers Wyeth: October 22, 1882 – October 19, 1945)는 책의 삽화가로 역시 자기 분야에서 대가로 인정 받는 사람이기도 하다. 앤드루 와이어드의 아들 제이미 와이어드 (Jamie Wyeth) 역시 화가로 성장했다. 그러므로 근현대 미국 미술사를 보면 Wyeth 집안에서, 삽화가로 살아간 N.C.Wyeth 에서 앤드루 와이어드를 거쳐 제이미 와이어드에 이르는 3대에 걸친 미술가들이 탄생한 것이다. 그 삼대에 걸친 화가집안을 기념하는 미술관이 브랜디와인 리버 미술관 (Brandywine River Museum)인데, 펜실베니아의 채즈 포드(Chadds Ford)지역에 있다.

 

워싱턴 디씨나 북버지니아에서 이곳까지는 대략 120마일 안팎의 거리인데, 델라웨어(Delaware)의 주도인 윌밍턴 (Wilmington)시에서도 인접해 있고, 필라델피아 (Philadelphia)에서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내가 이곳을 방문한 날은, 2009 9 12. 날이 잔뜩 흐려서 하늘에 회색 구름이 가득하고, 간간히 비가 내리기도 하는 날이었다. 하이웨이를 달리던 도중에 실수로 국도로 접어 들게 되었는데, 마침 델라웨어의 윌밍턴의 변두리를 통과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미 이곳에서부터 브랜디와인 리버 (Brandywine River)라는 이름이 여기저기 표지판에 붙어 있었다. 이 일대를 흐르는 자그마한 강이 브랜디와인 강인듯 했다.  강이 브랜디와인처럼 흐른다니, 얼마나 향기로울지. 이곳의 아름다운 풍광을 강의 이름에서부터 느낄수 있었다.

 

하이웨이에서 빠져나와 U.S. Route 1, (미국 1번 국도)를 따라 나즈막한 평야와 숲, 그리고 마을들을 통과하다보면 나타나는 표지판. Brandywine River Museum. 이 박물관이 처음 만들어진 것은 1971년이라고 하는데, 현재 규모의 박물관이 개관된 것이 언제부터인지는 분명치 않다. 아마도 최근에 현재의 모습을 갖춘 것이 아닐까 상상 할 뿐이다. 이 박물관 주변에는 앤드루 와이어드가 태어나 성장하고, 미술 공부를 하던 그의 아버지의 집, 그리고 아버지의 스튜디오가 있고, 또한 앤드루 와이어드가 좋아하던 이웃 크뤼너 (Kruener) 농장도 있다. 박물관 입장료는 방문 당시 10달러, 생가와 스튜디오를 묶은 투어와 크뤼너 농장 투어가 각각 5달러씩 이었다. 일정상 나는 박물관과 생가, 스튜디오를 둘러보았는데, 나중에라도 다시 방문하여 크뤼너 농장도 살펴보고 싶다.  그런데 사실 이 주변을 살펴 보고 이웃집들, 농가주택들, 풍경들을 보는 것 만으로도 앤드루 와이어드가 사랑하던 풍경에 공감할 만 했다.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전시장

 

박물관 1층에는 기념품 매점, 카페테리아, 전시실이 있고, 2층에는 미국 미술품들을 특별 전시하는 공간이 있다. 이곳에서 미국의 풍경이라는 주제로 미국의 풍경화들이 전시 되어 있었는데, 미국미술 명문가답게 Winslow Homer를 위시한 대가들의 그림도 많이 보였다.  2, 미국의 초상전에서도 역시 Mary Cassatt 의 인물화 습작품을 위시한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호레이스 피핀 (Horace Pippin)의 작품은 기도하기’ (Saying Prayers) 외에 두 점의 정물화가 있었고, 마침 삽화가이며 미술가였던 로크웰 켄트 (Rockwell Kent) 기획전도 하고 있어서, 켄트의 작품들을 집중적으로 볼 기회를 가졌다. 3층은 와이어드 집안을 위한 공간이다.  아버지 N.C.Wyeth 갤러리에 이어, 아들 앤드루 갤러리, 그리고 가장 구석에 손자 제미이 와이어드.  물론 나의 관심은 앤드루 와이어드에 있었으므로 앤드루 갤러리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며 그의 그림들을 감상했다.  화집에서 보던 그림들이 내 앞에 펼쳐져 있을 때, 보고 싶던 그림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이라니.

 

 

 

 

미술관 건물의 특징

 

브랜디와인 리버 뮤지엄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박물관 입구로 들어설 때, 한국 사람이라면, 한국의 농가주택에서 살아 본 경험이 있거나, 혹은 한옥집에서 살아 본 사람이라면, 마치 자기의 집을 혹은 할머니댁에 들어서는 듯한 기분이 들을지도 모른다. 박물관 건물의 구조가 전통적인 한옥의 건축양식을 닮았기 때문이다. 내가 살던 고향집을 예로 들어보겠다.  우리집은 경기도의 일반적인 농가 주택이었는데, 바깥에 커다란 마당이 있어서 이를 바깥 마당이라고 했고, 사랑채에 대문이 이어져 있었다. 사랑채의 대문을 거쳐서 안마당을 지나 안채로 들어가는 것이다. 이 박물관도 그런 식이었다. 대문 통과하면 앞마당 있고, 그리고 미술관 본채가 있다. 이것은 전통적인 미국식 건축양식이 아니다. 나는 이 미술관의 대문을 통과하여 앞마당을 지나칠 때, 내 고향집에 들어서는 기분이 들었다.

 

 

 

 

 

인테리어 역시 일반적인 미국의 미술관이나 갤러리와 차이가 났다.  예를 들어서 필립스 콜렉션(Phillips Collection)의 경우, 미국의 부호가 사용하던 개인 주택을 갤러리로 개조했으므로 미국식 부잣집 내부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브랜디와인 리버 뮤지엄의 내부는 한옥을 연상시켰다. 투박하고 굵직한 원목 기둥이 그대로 드러나있고, 전시장 내부 바닥을 마루로 깔았으며, 매끄럽지 않은 울퉁불퉁한 흰 회벽처리를 해 놓았다. 분명 현대적으로 설계된 건물이지만 갤러리들을 돌아 다닐 때의 느낌은 내 집처럼 아늑하고 편안하다는 것이었다.

 

브랜디와인 리버 강, 혹은 집 옆을 흐르는 개울

 

 

 

뮤지엄 건물의 한쪽 벽은 유리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유리벽은 잔잔히 흐르는 브랜디와인 강을 내려다보도록 설계가 되었다. 미술관에서 갤러리를 이동할 때 우리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유리벽 바깥의 강과 강 주변 풍경으로 이동하게 된다. 그런데 브랜디와인 강은 강이라고 부르기엔 작아보이는, 개울 보다는 좀 커보이는, 딱 청계천 정도의 규모였는데, 자그마한 강 혹은 개울이 집앞에 흐르는 형상이라, 소박하고 정다워 보이기도 한다.  우리가 한강이나 포토맥강처럼 규모가 큰 강을 앞에 두고 있을때와, 헤엄쳐 건널정도의 자그마한 하천, 개울을 보고 있을때의 느낌은 다르다. 큰 강이 압도적이라면 작은 하천은 소박한 평화를 선물한다.  브랜디와인 강은 고향의 앞개울같이 정답게 흐르고 있었다.

 

 

 

앨범

 

갤러리 내부에서 사진 촬영이 금지 되어 있어서, 열망하던 작품들을 사진에 담아 올수 없어 아쉬웠다. 앤드루 와이어드 갤러리에서 Lovers 그림이 있는 갤러리 풍경을 '한 장' 찍었다. (경비의 눈을 피해서). '사냥꾼'이 사냥을 한듯, 혹은 낚시꾼이 물고기를 잡은 듯 잠시 유쾌.  헬가의 누드 Lovers.

 

 

 

 

 

 

 

와이어드의 생가, 와이어드 집안의 스튜디오 (다음 페이지에)

Posted by Lee Eunmee
Museums2009. 9. 12.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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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일찌감치 퇴근하는 길에 메트로를 타고 내셔널몰로 갔다.  National Gallery of Art 에 가서 요즘 내가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는 작가들의 작품 사진을 찍었다. 오늘은 피곤하니까, 뮤지엄 설명은 생략하고, 오늘 찍은 사진만 올리겠다. 다음에는 뮤지엄에 대한 소개글을 써야겠다.

 

 

 

 

 

Posted by Lee Eunmee
Museums2009. 9. 8. 08:36

The Phillips Collection 필립스 콜렉션

 

며칠 전에 워싱턴을 방문한 친구에게 어디를 가 보고 싶은가?’ 물었더니 필립스 콜렉션이라고 대답한다. 워싱턴 디씨에는 국립 미술관 (National Gallery of Art)도 있고 스미소니안 국립 미국 미술관 (Smithsonian American Art Museum)도 있고 허시혼 미술관등 국립미술관들이 수두룩 한데 이 친구는 그 큰 미술관들을 젖히고 필립스 콜렉션을 보고 싶다는 것이다. 필립스 콜렉션이 아마도 암암리에 미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모양이라고 짐작하게 되었다. 그래서 내 친구에게 일단 국립 미술관 급의 큼지막한 것들을 보고, 그냥 양념 삼아서, 혹시 구경하다 시간 여유가 되면 필립스 콜렉션에 가보라고 조언 해 주었다. 큼지막한 미술관에 가면 세계적인 명작들이 뜨르르 하게 걸려있어 온 종일 봐도 다 못 볼 지경인데, 개인 소장품을 전시한 필립스 콜렉션에서 귀한 시간을 보내 버리면 어렵게 온 길이 좀 아깝지 않겠는가?

 

 

 

 

필립스 콜렉션은, 워싱턴 디씨에 위치한 개인 소장품 미술관으로 유명한 곳이다. 그러니까 국립 미술관 급에 비하면 아주 작은 미술관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필립스 콜렉션의 규모 자체가 작고 보잘 것 없는 것은 아니다.

 

 

 

필립스 콜렉션은 미국의 은행, 철강, 유리 산업의 재벌로 알려진 Phillips 집안이 일군 것이다.  Duncan Clinch Phillips (1838 – 1917)씨가 사망했을 때, 그의 아들인 Duncan Phillips (1886–1966)씨가 어머니와 함께 필립스 기념 갤러리 (The Phillips Memorial Gallery)를 열었고, 1921Marjorie Acker 와 결혼한 그는 아내 마 조리와 함께 활발하게 당대의 유럽, 미국의 미술품들을 수집한다. 화가였던 마조리의 작품은 지금도 필립스 콜렉션에 가면 볼 수 있다.

 

 

 

 

 

필립스 콜렉션이 있는 곳은 듀폰 서클 (Dupont Circle) 근방인데, 듀폰 서클을 중심으로 매사추세츠 애비뉴 (Massachusettes Ave.)가 이어져있고, 그 매사추세츠 애비뉴의 양쪽에 각국의 대사관들이 줄지어 서 있어서, 이곳을 대사관거리 (Embassy Row)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국 대사관, 한국 영사관, 한국 홍보관 역시 필립스 콜렉션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 해 있다. 매사추세츠 애비뉴를 걷다 보면 길가에 간디의 동상이 서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데, 바로 그 곁에 붉은 벽의 필립스 콜렉션이 서 있다.

 

 

필립스 콜렉션은 방대한 유럽, 미국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유명하다는 화가들의 작품이 최소한 한두 점씩은 모두 걸려있다. 가령 피카소, 마티스, 반 고흐, 르누아르, 세잔, 보나르, 뷔야르, 잭슨 폴락, 엘 그레코, 조지아 오키프…… 일일이 열거하는 것 보다 홈페이지를 소개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http://www.phillipscollection.org/   Jacob Lawrence 의 작품들이 걸려 있는 곳도 이곳이다. http://americanart.textcube.com/32

 

 

 

 

필립스 콜렉션의 특기 할 만한 것은 개인 소장품으로 이루어진 미술관이라는 것인데 미술관 역시 필립스 일가가 살던 집을 개조하거나 증축, 확장한 것이다. 그래서 전시공간에 일반 주택의 거실같이 편안한 소파가 놓여있거나 혹은 이들이 살던 당시에 설치 되었을 벽난로가 그대로 보존 되어 있기도 하다. 대중에게 공개되는 갤러리나 역사적 주택에 가보면 대개 집기들을 전시해놓고, “만지지 마시오,” 라는 표시를 붙이거나, 전시된 소파에 앉지 말라는 표시를 해 놓는데 이 곳 필립스 콜렉션에서는 전시장의 고풍스런 소파에 편히 앉아 쉬라고 표시를 해 놓는다.  우리는 잠시, 미국의 어느 재벌 집에 초대 받은 사람처럼 고풍스런 소파에 앉아 미술품을 보면서 쉴 수도 있는 것이니, 이런 점이 정답고 친절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필립스 콜렉션은 칸칸이 방으로 이루어진 다수의 전시장을 갖고 있는데, 그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로스코(Rothko) Room 이라는 곳이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필립스 콜렉션의 인상을 말할 때, 그 로스코의 방이 인상적이었다는 얘기를 한다. 로스코는 2차 대전 때 러시아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미술가인데, 그의 작품의 특징은 문짝이나 문짝보다 더 큰 캔버스를 몇 가지 색으로 추상적으로 처리를 하는 것이다. 필립스 일가가 로스코의 작품을 사들여 방 하나에 전시해 놓았을 때, 로스코가 이를 흥미 있게 보았다고 한다. 뉴욕에서 활동하던 로스코가 워싱턴을 방문하여 직접 이 방을 구경 한 후에 방 가운데에 작은 의자를 하나 놓아두면 좋겠다고 제안하여 그의 제안대로 전시장 가운데에 나무 벤치가 하나 놓였다.  조명이 낮아 고요한 느낌을 주는, 사방에 로스코의 대작이 걸려있는 이 방의 가운데 벤치에 앉아 어느 한쪽 벽을 바라보고 있으면 기분이 차분해지고 편안해 진다.  사람들은 취향에 따라서 각기 다른 면을 바라 볼 텐데, 나는 그 네 장의 그림 중에서 짙은 녹색 주조의 작품 (위 사진에서 오른편의 작품)을 볼 때 가장 마음이 고요해진다. 이곳은 어찌 보면, 신전, 성스러운 장소, 명상실 같이 여겨지기도 한다.

 

 

필립스 콜렉션에서는 정기적으로 지역 청소년들을 위한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워싱턴 인근 빈민가 학교의 어린이들을 초대하여 미술 작업을 하도록 한다거나 혹은 지역 학교와 연대하여 학생들의 공동 작업을 이끌기도 한다. 가끔 필립스 콜렉션에 들를 때, 나는 이곳, 청소년을 위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전시장을 찾아본다. 그곳에서 어린이들의 시각으로 보이는 세상, 어린이들의 희망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필립스 콜렉션은 연중, 상설 전시와 특별 전시가 진행되는데, 상설전시장은 평일에 무료로 개방된다. 주말 (토요일, 일요일)에는 입장료를 내고 입장한다. 평일에 상설전시장과 특별전시장을 함께 둘러보려면 입장료를 내야 하지만, 상설전시관만 볼 계획이라면 입장료 없이 그냥 들어가면 된다. 나는 필립스 콜렉션에 종종 들르는 편이므로 따로 입장표 안 사고 상설전시장을 둘러 볼 때도 있다. 한구석에 기념품 샵이 있어서 기념품이나 미술 관련 책을 구경할 수도 있고, 카페에서 음료나 간단한 음식을 사 먹으며 쉴 수도 있다.

 

필립스 콜렉션은 방대한 소장품의 양에 비해서 전시 공간이 협소한 편이다. 그래서 그런지 매주마다 벽의 전시물이 바뀌기도 한다. 상설 전시관의 전시물들이 갈 때마다 위치를 조금씩 바꾸거나 혹은 새로운 작품들이 나와 있거나 하는 것이다.  이런 변화를 발견하는 것도 이곳을 찾는 기쁨중의 한가지라고 할 만하다.

 

 

아, 위의 작품은 상설 전시관에 걸린 호레이스 피핀 (Horace Pippin)의 작품이다. 언젠가 미국 미술가 피핀에 관한 글을 쓸때, 이 그림과 화가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할 생각이다.

 

 

워싱턴이 자랑하는 개인 미술관으로 필립스 콜렉션에 쌍벽을 이루는 것이 코코란 미술관 (Corcoran Gallery of Art)이다. 다음에 코코란 미술관을 소개 하겠다.

Posted by Lee Eunmee
Museums2009. 8. 29. 10:39

 

  (왼쪽)  디씨 대사관로 인근의 필립스 콜렉션

                      (가운데)   Elizabeth Murray (1940-2007), The Sun and the Moon

                                                                             (오른쪽)     전시장에서 보이는 실제 작품 크기

 

                    

                        기념품샵에 진열된 만화경 (Kaleidoscope), 그 만화경으로 보이는 세상

 

 

 

Jacob Lawrence 의 Migration Series 를 취재하러 워싱턴 디씨 시내의 필립스 콜렉션 (Phillips Collection)에 나갔다 왔다. 오후에 일찌감치 퇴근하고.  제이콥 로렌스에 대하여 장문의 글을 쓰려고 컴퓨터를 열었는데, 어쩐지 피곤해서, 내가 대충 써버리고 말까봐, 나중으로 미루고.  오늘은 그냥 필립스 콜렉션에 나갔다 온것만 기록하고 만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