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Column2011. 2. 12. 03:32

어제는, 학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올라가려는데, 몇명의 한국인 신사분들이 맞은편에서 차쪽으로 이동해 오다가 길 가운데서 마주치게 되었다. 물론 나는 이경우 대개 시선을 내리 깔아서 외면하고 (한국식으로) 지나친다. 평소처럼 그렇게 시선을 피한채 지나치려는데 그중의 한분이 내 앞에 정지하여 서서는,  "아이구 이선생이시죠!" 이러시는거다.  (나 이선생 맞지...)

그래서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제서야 상대방을 쳐다봤는데, 물론 나는 모르는 분이다. 내가 이바닥에...아는 분이 어딨나..나는 학교에서 마주치는 사람 외에는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내가 이선생 글을 매일 읽는데, 글을 참 잘쓰셔."  (이제는 주위의 일행을 둘러보며) "이선생이 신문에 글을 쓰시는데, 정말 잘 쓰셔..."  

우와, 길에서 이런 인사 받으니까, 이거 참 면구스럽고, 난감하고, 이럴때 '몸둘바를 모른다'는 말을 하는 모양이다. (아 근데, 지나가는 사람하고 신문에 손톱만하게 실린 사진하고 그걸 어떻게 연결시켜서 사람을 알아봤을까?  아 거기가 우리학교 건물주차장이라서 바로 연결시킨건가?)

아무튼 그 난처하고 벌쭘한 상황속에서, 그냥 할말이 없어가지고 겸손하게 고개 숙이고, "아이고 감사합니다. 보잘것 없는 사람을 칭찬해주셔셔..." 이러고 우물거리며 자리를 떴다.  

그러고나서 내가 나를 한번 돌아봤다.  내 꼴이 어땠지? 화장은 좀 신경쓰고 나왔으니까 꼴이 흉하지는 않았겠지.  옷도, 신경써서 입고 나왔으니까 된것 같고...내 태도는 어땠지?  겸손하게 지나치고 있었지? 그것도 합격. 전체적으로 내 인상이 그리 나쁘지 않았겠구나. 다행이다...

내가 다행이라고 생각한 이유는 --- 어떤분이 매주 내 글을 읽고, 내 이름을 기억하고, 그 글을 쓴 사람에 대해서 호감을 품었다고 치자. 그분은 나를 모르지만 내 글이 좋았을것이다.  그런데 눈이 밝은 그 분이 길거리에서 나라는 실재하는 사람을 발견했을때, 그때 내가 오만불손해보이고, 용모며 태도가 엉망이었다면, 그분은 여태까지 읽었던 내 글에 대해서 배신감을 느낄것이다.  형편없는 인간이 글만 반지르르하게 썼군...하고 스스로 실망을 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분이 나를 발견하고 반갑게 인사를 건넸을 때는, 그가 평소에 만났던 내 글과, 눈앞에 지나가고 있는 사람으로서의 나의 인상이 아마도 일치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가 반가워 했을 것이다.  (내가 선의의 어떤 모르는 사람을 실망시키지 않게 행동한 것에 대해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이따금 "글 잘 읽고 있어요" 하는 인사를 학교에서 모르는 학생으로부터 받는다거나, 그럴때가 있다.  그런데 길에서 전혀 예기치 않은 상황속에서, 아무하고도 연결되지 않은,  완전히 타인인 누구로부터 인사를 받기는 처음이다.  그래서 그분이 반갑게 던진 인삿말을 곰곰 생각하다가,  나의 행동거지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된다.

남의 눈에 띄거나 안띄거나, 내가 내글을 정성껏 쓰듯, 내 행동을 정성껏 하고, 그렇게 살면, 그것이 내게도 좋을뿐아니라, 나를 쳐다보는 사람들 (아는 사람들,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기쁜 일이 될 것이다.  타인의 시선은 나의 지옥이 아니고, 나를 지켜보는 수호천사들의 시선이라고 할수 있다. 거기에 의지해서 내가 나를 더욱 반듯하게 세워야 하는 것이다. 나도 기쁘고, 내 이웃도 기쁘게.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하느님의 눈에도 기쁘게.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