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20. 7. 3. 20:56

 

 

낮밤이 뒤바뀌어, 오후에 남편이 사다 던져주고 가버린 아이스커피를 마시고나서 아주 푹 잠이 들었다가 깨어났다.  성경책을 열어서 구약이 1,331 페이지, 신약이 423 페이지까지 표시가 된 것을 확인했다. (성경의 페이지 개념은 일반책 페이지와 약간 다르다. 한페이지가 몇페이지로 이어지기도 한다. 원전의 페이지를 옮기기 때문에 그런듯 하다.)  어쨌거나, 전체 페이지와 내가 여기 갇혀 지낼 날짜를 따져보고 구약은 하루에 170페이지씩, 신약은 하루에 90페이지씩 읽어나가기로 계획은 세웠다.

 

성경을 그렇게 빨리 읽느냐고? 어떤 경우에는 성경읽기 일주일 프로젝트를 하기도 한다. (그렇게 하는 캠프도 있다고 들었다). 시간을 정해놓고, 주어진 시간 안에 통독을 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스피드 리딩인데 -- 그렇게 설렁설렁 대충대충 읽어나가면 뭣하느냐고 누군가가 물을 수도 있다. 이것은 말하자면 Intensive reading vs. Extensive reading 의 문제이다. 빠르게 죽-죽-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것도, 한 줄 한 줄 사색하며 읽는 것도 모두 의미 있는 일이다.  나는 해마다 여름 방학때 성경 스피드 리딩을 몇 차례 했었다.  가가격리 기간을 '요나의 고래 뱃속 체험'으로 보내겠다는 것이다. 

 

나의 성격상, 이렇게 계획표를 만들어 놓으면 -- 여태까지의 경험상 -- 늘 계획표보다 먼저 숙제를 끝내는 편이었다.  이제는 나도 늙어가고 있고 전 같이 빠릿빠릿하지가 않으니 알 수 없는데. 해 보면 알겠지. 

 

그런데, 성경 읽기에는 어떤 신비한 무엇인가가 따른다.  그것은 말로 설명이 안되고. 그냥, 정말로 하느님이 나와 함께 앉아 계신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우선, 아까 잠시 창세기를 읽으면서 나는 깨달았다.

 

하느님이 인류에게 던진 최초의 질문이 무엇일까? (나는 오늘에서야 그것을 자각했다.... 그렇게 수차례 읽었어도 그 점을 눈치채지 못했던 것이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