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Column2011. 9. 7. 19:52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1252397

한국에서 미국으로 와서 생활할 때 발견되는 차이점이 무엇인가 물으면 여지 없이 나오는 답 중에, “미국에서는 쓰레기 분리수거를 안 해도 된다”는 것이 있다. 사실 한국의 대도시 특히 아파트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쓰레기 분리수거의 전문가가 되어야만 생존이 가능하다.

 음식물 쓰레기, 타는 쓰레기, 안 타는 쓰레기,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 재활용 쓰레기라도 종이, 플라스틱, 알루미늄 깡통 등, 이것들을 분리해야 하고, 내다 버리는 요일도 정확히 지켜야 한다. 커다란 가구를 폐기하기 위해서는 별도로 스티커를 사다 붙여서 내놓아야 하고, 뭐든 종류별로 어떻게 버려야 하는지 숙지해야 한다. 이러한 것이 환경 보호를 위하여 필요한 행동 요령이긴 하지만, 이것을 잘 지켜야 하는 것이 스트레스를 유발하기도 한다.

 이렇게 철저하게 쓰레기 버리는 요령을 익히고 실천하다가 넓디 넓은 미국땅에 와서 생활하다 보면 도무지 아무도 쓰레기 버리는 것에 대하여 ‘잔소리’를 안 하기 때문에 여기야말로 ‘천국’이라는 느낌이 들기도 할 것이다. 미국식 파티는 또 얼마나 신 나는가. 일회용 식기를 이용하여 먹고 마시고 그리고 쓰레기통에 던져 넣으면 따로 뒤 설거지를 할 필요도 없다.

 물론 미국에도 환경 문제에 신경을 쓰고, 쓰레기를 분리 수거하는 모범 시민들이 많이 있다. 재활용 가능한 것들과, 일반 생활 쓰레기를 따로 담아 내다 놓는 시스템도 존재한다. 그렇지만 이런 분류는 자발적인 참여에 불과하다. 정부나 지방 자치단체에서 쓰레기 분리 수거를 강요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쓰레기를 분류하여 내다 버리라는 잔소리를 안 듣고 속 편하게 몇 년 맘대로 버리면서 살다 보니, 한국에서 환경관련 교육 받은 것들이 자꾸만 머릿속에서 메아리를 친다. 이렇게 살면 안 되는데, 이렇게 막 쓰고 버리고 살면 안 되는데….

 이태 전의 일이다. 평소처럼 포토맥 강변에 나가 산책을 하고 있는데 강변의 나무에 ‘물수리’라는 검은 새가 거꾸로 매달려 파닥거리는 것이 보였다. 가까이 가서 들여다보니 누군가 쓰고 버린 투명한 낚싯줄에 발이 엉킨 새가 나뭇가지 사이로 이리저리 다니다 그만 꼼짝도 못하게 거꾸로 매달리고 만 것이다. 새가 고통스럽게 버둥거리는데, 너무 높아서 사람이 다가가서 구해 줄 수도 없었다. 결국은 야생동물보호협회에서 나와서 그 새를 구해냈지만, 지금도 그 낚싯줄은 높다란 나뭇가지에 매달려서 바람에 이리저리 흩날리곤 한다.

 우리들이 하늘로 날려보내는 풍선이나 생각 없이 버리는 비닐봉지들이 바다에 흘러 들면 마치 해파리처럼 보여서 물고기들이 이것들을 삼키고 고통을 겪는다고 한다. 나는 생각 없이 버리지만, 누군가는 그 때문에 생명에 위협을 느끼거나 중병에 걸린다.

 최근에 나는 시장가방 세트를 샀다. 튼튼한 헝겊으로 만들어진 자루모양의 가방인데 다섯 개를 돌돌 말아 주머니에 집어 넣어도 지갑 한 개 크기 밖에 안 된다. 이것을 자동차나 가방에 갖고 다니다가 장을 볼 때 꺼내어 사용한다. 계산대에서 점원이 물건을 포장할 때 내가 갖고 있는 헝겊 시장가방을 꺼내주면 물건들을 가방에 담아 준다. 이렇게 가방에 물건을 담으면 비닐봉지가 절약된다. 가방 안에 많은 물건을 한꺼번에 담을 수 있기 때문에 짐을 집으로 옮기기에도 편하다. 자루 몇 개를 어깨에 척척 들러 매고 짐을 옮기는 것이 올망졸망한 비닐봉지들을 옮기는 것보다 힘이 덜 들고 편하다. 나중에 비닐봉지를 따로 정리하거나 버리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이런 봉지 절약이나 편리함 외에 시장가방이 내게 주는 더 큰 선물이 있다. 헝겊 시장 가방을 사용하고, 비닐봉지를 집에 가져오지 않으면서 가슴에서 샘이 솟듯 기쁜 노랫소리가 들린다. “지구야 사랑해. 너를 위하여 내가 조금이라도 덜 버리고, 덜 쓰고, 아낄게.” 이런 사랑의 노래가 내 가슴에서 울리면서 저절로 마음이 기뻐지는 것이다. 지구는 우리들의 어머니. 내가 지구를 사랑해줘야지, 누가 시키지 않아도.

2011, 8, 31 (수)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