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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1분 안에 일어나는 변화

Lee Eunmee 2025. 4. 23. 12:58

중간고사 기간이라서 중간평가용 말하기 테스트를 진행하는 중이다. 오늘 오후에 모두 끝난다.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했다.  어떤 '묘사와 설명'을 요구하는 '이미지'를 주고 -- 이것을 마치 현재 눈앞에서 일어나는 일인것처럼 현재형이나 현재진행형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라는 지시를 하면, 학생은 약 1분간 이미지 속의 상황에 대하여 생각해보고, 내가 이것을 어떻게 묘사하거나 설명할것인가 생각해본후 -- 1분간 설명을 하는 것이다. 나는 녹음을 하면서 학생의 설명을 최대한 받아쓰고 앉아있다. 

 

 

내가 보는 것은 -- 이야기를 시작하는 방법 -- 이야기의 연결성이나 짜임새 - 현재형이나 현재진행형으로 제대로 묘사하는가 - 평범한 어휘들을 제대로 구사하고 있는가 - 발음은 알아 들을수 있는가 이런 것들을 평가하며 귀를 기울인다. 

 

 

특히 '현재형이나 현재진행형'을 문법적으로 제대로 (여기서 제대로라는 말은 100퍼센트 정확성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실수와 정확성이 뒤섞여 있을때 실수가 더 많은지 정확한 사용이 더 많은지 전체적으로 그정도면 충분하다 싶은정도를 말한다) 구사하는지 보는 항목의 점수 배점이 높다.  가령 He walk to school during the week and drives around on weekends. -- 이렇게 말한다면, 우리는 적어도 이 사람이 문법적인 사항을 알고 있는데 때로는 실수하고 때로는 올바로 말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내가 학생들을 평가하면서 발견한 재미있는 현상은 - 단 1분안에 일어나는 일인데 - 처음에는 삼인칭 단수 현재일때 's'를 붙이는 것을 생략하고 He say to his son... He try to fix his car... He wonder why... 하고 동사원형만 말하던 사람이 후반부로 가면서 Now he realizes that ... He gets out of the room and... 하면서 정확하게 삼인칭 현재 동사형을 구사하더라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보이는 케이스가 벌써 여러명이다. (모두 그런것은 아니다. 대개 중구난방으로 실수와 정확한 구사를 뒤죽박죽 섞는데...).  전반부에서 실수를 거듭하다가 후반부에 가서 정확한 구사를 하는 현상을 보면 - 이 학생들은 '워밍업' 시간을 갖는것으로 보인다. 처음에는 - 이것도 시험이라서 긴장하고 떨리니까 잘하려고해도 자기도 모르게 실수를 연발하다가 - 서서히 그의 뇌가 이 상황에 적응하면서 본래 갖고있던 지식과 기능들이 정상적으로 작동을 하게 되는 것이리라. 

 

 

그래서, 이런 현상을 보이는 학생들에게는 - 내가 받아적은 것들을 보여주고, 실수한것과 정확히 구사한것을 형광펜으로 표시하여 보여주면서 "이것 좀 봐봐, 처음에는 이렇게 계속 실수했는데 - 나중에는 모두 정확히 했어. 그대는 이미 머릿속에 문법을 가지고 있어. 이게 늘 이렇게 자동으로 정확하게 굴러가게 하는 비결은 - 자주 자주 써야 한다는거야. 그러니까 될수있는대로 자주, 많이 영어를 하셔. 자주 많이 사용하게 되면 이런 실수들이 점차로 줄어들게 될거야." 

....

 

 

이와는 별도로, '질문'을 만드는 과제도 있는데, 학생들이 만들어내는 질문을 내가 그자리에서 받아 적는다. 학생들이 말한 질문중에 어떤 것은 문법적으로 정확하게 맞고, 어떤 것은 엉성하므로 다시 고쳐야 한다. 맞는 문장과 잘못된 문장이 뒤섞여있다. 우선 내가 맞는 질문 문장을 표시하고 읽어준다. 그 후에 틀린 질문 문장을 소리내어 읽어주고 '이것을 고쳐보라'고 한다. 학생들은 혼란스러워하지만, 내가 맞은 문장에 줄을 긋고 이 문장을 보면 어떻게 고칠지 알수 있을텐데...하고 알려주면..자신이 만든 맞는 문장에 기대어 떠듬떠듬 문장을 고쳐나간다. 

 



한 학생은 틀린 질문 문장 "Why he go out of the room?"을 가리키며 고쳐보라고 했을때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뭐가 틀렸냐? 이거 맞는 문장 아닌가? 이런 표정이다.  그래서 나는 그가 만든 맞는 질문을 가리폈다. "How did he fix his car?" 이 문장을 보면 어떨까...  

 

 How did he fix his car? (correct)
 How he go out of the room? (incorrect)

 

 

윗문장과 아랫문장을 몇차례 읽어보던 학생은 -- 아! Why did he go out of the room?! 하고 스스로 고친다.  그리고나서 이렇게 말한다. "그런데 제가 원래 이렇게 말하지 않았나요?"  그래서 말해줬다. "그대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이 문장이 왜 틀렸는지 어디가 틀렸는지 모르고 있었는데....."  (마치 내가 잘 못 받아적어놓고 너를 함정에 빠뜨리는것처럼 말하는군. 그래서, 내가 녹음까지 하는거지. 녹음 틀어볼까?  이런 말을 속으로만 한다. )

...

 

숙제 검사를 하거나 간단한 퀴즈 채점을 하다보면 와서 시비를 거는 학생도 있다. 자기가 이 문항에 대하여 이 답을 쓴 이유는 내가 수업중에 분명히 그렇게 말했기 때문이란다. (당신이 그렇게 말해서 내가 그렇게 썼는데 왜 틀렸다는거야? -- 뭐 이런 시빗조다). 그러면 나는 (속으로 ...너 정말 가르치기 싫다.... 이런 생각이 들지만, 마음을 숨기고) 평온한 표정으로 말한다. "만약에 내가 수업중에 그렇게 얘기해서 그대가 틀린거라면, 왜 그대 혼자만 틀리고 다른 학생들은 다 정답을 고른걸까?"  시비걸던 학생은 미안하다는 말도, 착각했다는 말도 없이 그냥 뒷걸음치고만다. 저도 할말이 없는지라. 교사도 교수도 가끔 엉뚱한 소리 하는 학생들의 비난과 공격의 대상이 된다. 우리는 비둘기같이 온유하게 - 뱀처럼 교활하고 지혜롭게 이런 엉뚱한 상황에서 자신을 방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