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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 Lunch, Rex Ogle

Lee Eunmee 2024. 1. 30. 00:23

 

저자 Rex Ogle 의 자전적 어린시절 이야기를 담은 non-fiction 이라고 한다. 

 

Free lunch (무료 급식) 라는 미국의 청소년 복지 시스템이 있다. 점심시간이 되면 미국의 초-중-고등학교 (K-12) 학생들은 학교 식당에 가서 돈을 내고 점심을 사 먹거나, 자기가 집에서 싸가지고 온 점심을 펼쳐놓고 먹는다.  그런데 식당에서 점심을 골라서 먹는 학생들 중에 돈을 내지 않고 무료로 받아 먹는 학생들이 있다. 학교에 저소득이라고 알리면 대개 그것이 가능해지는 듯 하다.  내가 플로리다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유학을 할 때, 가난한 유학생 자녀들도 '저소득층'에 해당되었고 학교에 신고만 하면 무료 급식이 가능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나는 애들 기죽이기 싫고 내 형편이 애들 점심도 못 먹일 형편이 분명 아니므로 무료급식을 신청하지 않았었다.  나와는 반대로 '사회복지'를 전공하던 '지금은 모 명문 주립대 교수이신 내 이웃친구'는 '당연히 누려야할 복지 서비스를 외면할수 없다'며 자녀들에게 무료점심을 받게 했다. 그 댁 자녀들 역시 누려야 할 복지를 누리는 것이 지당하다고 믿고 그다지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무료 급식 서비스를 누린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이 글의 저자는 중학교 (6학년)에 들어가서 자신이 무료급식자로 등록이 된것에 대하여 수치스러워하였고, 다른 친구들이 그것을 알아챌까봐 전전긍긍하고 괴로워한다. 그래서 제목도 '무료급식 Free Lunch' 이다.  '무료급식'은 여기서 - 미국 사회에서 '무료급식' 서비스를 신청할수 밖에 없는 보통 사람들의 헤어나기 힘든 상황 전체를 대변한다고 할 만하다. 

 

어찌보면 비참하고 슬픈 상황인데, 다행스럽게 책의 저자이며 화자이며 주인공인 렉스는 착하고 바르게 상황들을 헤쳐나간다. 해피엔딩이다. 그리고 그는 멋진 작가가 되었다. 

 

책을 읽는 내내, 미국에서 저자와 비슷한 또래로 성장한 내 두아들이 학교에서 겪었을 여러가지 장면들을 상상할 수 있었다.  큰아이 존이 가끔가다 그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의 웃기는 에피소드를 늘어놓으며 온가족이 포복절도 하곤 하는데, 녀석에게 당시의 이야기를 써보라고 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 

 

가장 인상적인 에피소드:

렉스는 자기가 가난하고 해진 옷과 신발을 신었다는 이유로, 그리고 백인 아버지와 멕시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나 피부빛깔이 진하다는 이유로 영어선생님(우리나라에서 국어선생님)에게 차별을 당하고 있음을 직감한다. 자유롭게 읽기 시간에 그가 천페이지가 넘는 스티븐 킹의 소설을 읽고 있는 것을 보고 '네가 그렇게 두꺼운 책을 어떻게 읽는다는거냐' (거의 다 읽어가는데요)  '네가 읽는다면 나쁜책이 분명하다, 네 엄마에게 알리겠다' (헌책방에서 엄마가 사준건데요) 이런 식의 노골적으로 경멸섞인 반응을 보인다.  하루는 단어 받아쓰기 시험을 봤는데, 분명히 모든 단어를 정확히 썼는데도 85점을 받았다. 선생님에게 가서 어디가 틀렸는가 묻자 선생님이 세개의 단어를 가리켰다. 'U'자로 쓴것이 'W'로 보인다는 것이다.  렉스가 '나는 분명히 철자를 알고 있다. 나는 잘 못 쓰지 않았다'고 항변하자 - 선생님은 95점으로 점수를 고쳐줬는데 - 5점 깎은 이유는 글씨를 헛갈리게 쓴것에 대한 징계라고 했다.  화가난 렉스는 "선생님, 이거 20개 문제를 내셔야 했는데 선생님은 19개의 문제만 내셨어요. 한문제 빠졌다구요.  그 한가지 빠진 단어를 제가 채워드리지요"라고 말하고 시험지에 PREJUDICE (차별) 이라고 적어 놓고 자리를 뜬다. 

 

이튿날, 렉스는 겁에 질려서 학교에 간다. 분통을 터뜨린것까지는 기분이 좋았으나 아무래도 선생님이 단단히 화가나서 자신을 응징할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수업시간에 렉스를 복도로 불러낸 선생님 - 벌벌 떨고 있는 렉스 -- 선생님은 렉스에게 정중하게 사과하며 용서를 빌었고 렉스는 마음이 가벼워졌다.   -----> 정말 현실에서 이런 극적인 태도의 반전이 가능할까?  이야기에 재미를 더하기위한 장치가 아닐까? 읽으면서 생각을 해 봤는데, 뭐 사실이건 허구이건 간에 여기서 교훈은 'You should resist and speak up' 으로 정리 될 수 있겠다.  부당한 일이 진행될때, 가만히 있으면 바뀌는게 없다, 어느 순간에 결연히 맞서야 한다. 그래야 깨지거나 해결되거나 할 것이다. 사회가 정의롭지 않게 돌아갈때, 충돌 없이 바뀔수 있는게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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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스가 그보다 조금 부유한 친한 친구와 만나서 놀다가 식품점에 가게 된다. 그 친구가 목이 말라서이다. 렉스도 목이 마르지만 돈이 한푼도 없으므로 아무것도 살 수가 없다. 식품점에 간 친구는 계산도 하기 전에 차가운 음료수 하나를 꺼내서 마신다. '내가 계산도 안하고 음료수를 마시면 나는 잡혀갈텐데...' 하고 렉스는 상상한다. 

 

친구는 점원이 바쁜 틈을 타서 진열대에 있는 과자 나부랑이들을 주머니에 집어 넣는다. 발각되지 않는다. 친구는 렉스에게도 어서 먹을것을 훔쳐서 옷에 숨기라고 한다. 하지만 렉스는 물건을 훔치지 않는다 '너희 아버지는 변호사라서 걸려도 별일 없겠지만, 나는 잡히면 교도소에 가게 될거야'하고 렉스는 생각한다.  여러가지 과자를 몸에 숨긴 친구는 자신이 마신 음료수의 빈캔을 계산대에 올려놓고 점원과 즐거운 대화를 하며 계산을 치르고 나온다. 그는 밝고 명랑하고 세련되고 그리고 점원들의 환대를 듬뿍 받는 귀공자. 그들이 상점에서 나오는데 점원이 렉스를 불러세운다. '너 옷속에 뭔가 숨겼지?' 점원이 렉스의 몸을 더듬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점원은 심지어 미안한 기색도 없이 그를 보낸다.  이를 보고 있던 친구는 깔깔대며 말한다, "내가 훔치는 동안 점원이 너를 감시했단 말이지. 우리 보석가게도 털러 가자. 네가 의심받는동안 내가 훔치면 되니까."   렉스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한다.  "그런데 너는 부자이고 아버지도 변호사이고, 갖고 있는 돈도 많은데 왜 물건을 훔치는거지?" 렉스가 묻자 친구는 대답한다."그냥, 훔칠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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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 중심의 미국사회에서 유색인종이나 이민자들이 살아남는 방법은 백인들이 100퍼센트로 일을 할때, 나머지 우리들은 200퍼센트로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간신히 그들이 누리는것에 근접할 수 있다. 하지만 설령 근접한다고 해도 동등한 혜택을 누린다는 뜻은 아니다.  이는 비장애인 중심으로 돌아가는 사회 시스템속에서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한 생산성과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비장애인보다 몇배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현실과 마찬가지이다.  이는 남성 중심으로 돌아가는 사회구조 속에서 여성이 남성이 누리는 것만큼을 누리기 위해서 역시 몇배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것과 마찬가지이기도 하다.  정치사회경제적인 힘을 갖고 태어난 자와, 그것을 갖고 태어나지 못한자들이 공존하는 사회에서 '갖고 태어나지 못한자'들은 '갖고 태어난자들'에 비해서 힘들고 피곤한 삶을 살게 된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그것은 자명한 일이고. 

이런 공공연한 문제를 사회 시스템을 개선하는 식으로 바꾸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 동시에 '개인'이 이것을 어떻게 대면할것인가의 문제도 동시에 생각해봐야 한다.  각자 잘 싸우고, 공동의 장에서 만나서 또 잘 싸우고. 서로 도와주고. 서로 위로해주고. (뻔한 소리). 

 

 

이민자들은 이것을 디폴트로 받아들이고 오늘도 열심히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