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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손가락

Lee Eunmee 2023. 10. 10. 17:36

나는 왼손잡이이다. 그래서 나는 왼손으로 현을 잡는 현악기를 사용하기에 유리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물론 음악이나 연주에 대하여 고등학교 수준의 교양을 갖고 있는 나의 매우 개인적인 생각이므로 이론적으로 전혀 뒷받침이 안될것이나...).  아무튼 나는 왼손잡이이니까 왼손으로 코드를 잡는것이 오른손으로 잡는 것보다 유리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런데, 기타 연습을 하다가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느낌이 들게 만드는 연습곡이 있다. 새끼손가락을 집중적으로 사용하게 만드는 연습곡이다. 잘 진도가 나가다가 그 곡이 나오면 나는 혼자 '징징' 우는 소리를 낸다. 나는 새끼손가락이 현저하게 짧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남자손같이 두둑한 내 손을 살펴보다가 우연히 내 새끼손가락을 발견하면, "야, 너 새끼손가락 너무 귀엽다!"고 말하곤 한다. 다른 손가락에 비해서 새끼손가락이 앙증맞게 작고 가늘고 귀엽기 때문이다.  새끼손가락은 내 손을 제법 귀엽고, 예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문제는 이것이 앙증맞게 작고 가늘다는데 있다. 

 

저 아래 솔부터 시작해서 솔-라-시-도-레-미-파-솔-라-시-도-레-미-파-솔 까지 치려면 기타줄 맨 아랫줄(가장 높은 음줄)의 솔에 새끼손가락을 붙이고 기타줄 맨 윗줄(가장 낮은음 줄)의 솔까지 잡고서 오르락 내리락 해야 하는데 - 그 아래솔과 그 위의 솔을 한꺼번에 새끼손가락과 네번째 손가락으로 잡아야 하는 것이다. 넷째 손가락과 새끼 손가락이 가장 힘이 약한데 이 두 손가락이 가장 잡기 힘든 두개의 줄을 잡아야 한다. 너무나 괴롭다. 

 

아, 뭐 연습밖에 답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에게 장애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손가락힘이 약하다는 것 뿐이다. 군소리 말고 연습을 해서 근력을 키워야 한다. 아, 괴롭다.

 

(장애가 없어도 괴로운 상황은 얼마든지 많은데, 불리한 신체적 장애를 가지고도 그것을 이겨내고 대가를 이루는 사람들은 정말 굉장한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