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Eunmee 2022. 3. 25. 03:16

일주일 내내 창가에서 연세대 교정을 내려다 봤다. 정문에서부터 백양로, 독수리상을 지나 주욱 올라가다 저 낡고 오래된 건물 앞에서 왼쪽으로 구부러져 올라가는 길가에 '윤동주 시비'가 서 있고, 거기서 조금 더 올라가면 내가 드나들던 건물.  20년 전 봄에 나는 저 길을 걷고 있었다. 그때도 '청춘'이라고 말하기엔 나는 내가 너무 나이가 많다고 생각했었다.  나는 늘 내가 뭔가 새로 하기엔 나이를 많이 먹어버렸다고 상상했었다.  지금도 나는 내가 지금 '첼로'를 배우기엔 너무 나이가 많다고 생각한다.  첼로는 갖고 다니기에도 너무 벅차게 크고...(하지만 피아노보다 훨씬 작고, 조금 크지만 갖고 다니는데도 별 문제가 없지 않은가?)

 

창밖의 중앙도서관 앞 길을 내려다보면서 개미만하게 작은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것을 내려다보면서 "저 속에 20년전의 나도 있겠지. 나는 걸어가고 있겠지"하고 상상을 하기도 한다. 

 

사람이 '청춘'을 말할때, 그는 이미 청춘이 아니다. 조망할때 그 때 모든 것이 뚜렷해진다.  전에는 병원에 들렀다가 '암병동' 간판만 봐도 뭐랄까 어린시절 '장례식장' 혹은 '장의사' 간판을 발견했을때처럼 간담이 서늘해지고 뭔가 무시무시한, '재수없는' 느낌이 들어서 아예 그리 시선도 돌리지 않았었는데 내가 그 '소굴'에 있다니 하하하.  있어보니 별게 아니더라... 해외여행보다 값진 경험이다. 하느님께서는 나에 대하여 여러가지 계획을 갖고 계심이 분명하다. 나는 매일 그와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매일 연세대학교 교정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늙그막에 찾아온 아름다운 시간과 풍경이었다.  하느님은 어쩌면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것을 다 주시려하시는지.

 

(일주일 전 사진이다. 그 후에 눈이 한 차례 펑펑 쏟아졌고, 그리고나서 봄빛이 스며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