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공짜 밥의 쾌락

Lee Eunmee 2022. 2. 10. 21:06

버지니아 타이슨스 코너에 있는 '우래옥'은 워싱턴 디씨 지역의 명소이다. 이곳에는 힐러리 클린턴도 다녀가는 둥 미국인에게는 가볼만한 한국식당으로 알려져있고, 한국에서 대통령이 미국 방문을 한다거나 국회의원을 위시한 '잘 나가는 사람들'이 워싱턴 나들이를 할때면 대개 그 수행원들이나 관련자들이 이곳에서 연회를 하거나 잔치를 하거나 미팅을 하거나 그러기도 한다.  내가 살던 곳이 이곳과 가까운데 있어서 나도 '유붕자원방래'하면 이곳에서 식사 대접을 하곤 했다. 

 

하루는 오하이오에서 젊은 부부 친구가 워싱턴에 들렀다가 연락을 하길래 이곳에서 저녁 약속을 잡았다. 그분들은 부부가 수학자들이었다. 언젠가 내가 오하이오에 들렀을때 나를 극진히 환대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이곳에서 평소에 먹기 힘든 모듬전이며 한상 차려서 잘 먹고 있는데,  마침 이곳에서 열린 어떤 '모임'에 참석했던 남편이 '화장실'에 가다가 나를 발견하고 다가왔다.  나는 남편에게 친구들을 소개하고 그렇게 노닥거리고 있었는데, 역시 마침 '화장실'에 가던 어떤 '관계자'께서 남편을 알아보고 다가왔다. 

 

그 관계자는 꽤 유복한 사람이었나보다. 그가 다가오더니 "아, 사모님이시군요"하며 나를 무척 반가워하셨다. 우리는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그들은 본래 있던 연회 장소로 갔을 것인데, 우리가 명랑하게 밥을 먹고 있는 자리에 남편이 다시 나타났다. 남편은 내게 식당의 영수증을 보여주었다.  사연인 즉 -- 그 유복해보이는 어떤 '관계자'께서 너무나 친절하시게 '사모님'인 나의 테이블 밥값을 잽싸게 지불했는데 -- 눈치가 빠른 남편이, 뒤 쫒아가서 그 관계자의 크레딧 카드 지불을 '취소' 시키고 자신의 카드로 내 밥값을 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어떤 마음씨 좋은 아저씨가 내 밥값을 내 줬는데 송곳같이 꼬장을 떠는 남편이 득달같이 가서 '내 마누라 밥값을 왜 당신이 내는가?' 따지고 자신이 지불했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누군가 내 테이블의 밥값을 내줬다는 사실에 약간 '돈 굳었다'고 기분이 좋아지려 했다가 -- "이 사람아 공짜 밥이 청산가리야. 남편 망치고 싶으면 남이 사주는 밥 얻어먹어라. 죽은거는 나니까!~ "  이런 남편의 비아냥거림에 등골이 오싹해진 적이 있다. 아...이런게 청산가리같이 위험한 거였구나. 

 

이 송곳 선생은 언젠가는 (뭐 추석이나 설날이겠지 ) 누군가 무슨 선물을 보내왔는데 너무 비싼거라고 그걸 그대로 다시 돌려보내기도 했고, 혹은 무슨 대기업에서 유력하지도 않은 시시한 사람들에게 '이거나 먹고 떨어져라'고 선심쓰듯 내미는 선물도 거절을 하곤 했다.  그때마다 나는 '이 사람 참 답답하게 산다'는 느낌이 들곤 했는데, '뭐 어쩌겠어 그게 천성이라는데 내버려두자. 공돈을 바랄게 아니라 내가 나가서 더 벌면 되지 뭐' 뭐 이런 생각으로 나 역시 공돈 바라지 않고 그저 개미같이 일하면서 살아왔다. 

 

그런데 요즘 대통령 선거판을 보면 , '공짜 밥' 그거 남이 준다고 척척 받아 먹는거, 그게 얼마나 '청산가리'인지를 뼈저리게 깨닫게 된다.  평생 꼬장부리고 사는 남편 덕분에, 사람들 앞에서 고개 숙일일도 없으니 그것도 내 복이다. 내 복이 넘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