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슬기로운 코로나 자가격리 시즌 II, Day 11-15

Lee Eunmee 2021. 1. 27. 04:40

A room with a good view

 

A majestic view from my window

 

Day 11, 2021, 1, 23, 토요일  격리장소 이동이나 잠시 외출 방법

오전 여덟시 (8:00 a.m.)에 예정된 대로 새로운 격리장소로 이동했다. 

 

원래 코로나 자가격리는 한곳에서 15일간 외부와의 접촉을 완전차단하고 머무는 것이 원칙이다.  14일차에 보건소에 가서 코로나 재검을 받아서 '합격/음성확인'을 받아야 15일차 정오에 자유인이 되는 것이다. 그 외에는 문밖으로 한걸음도 나가면 안된다.

 

그런데 사람마다 특수한 사정이 있을 수 있다. 예컨대 갑자기 너무나 아파서 병원에 가야 하는 응급상황이라던가, 지진이 일어나서 격리장소가 무너져서 도저히 있을수가 없다던가, 불이 났다던가, 뭔가 상황이 있을것 아닌가. 이 특수한 상황에서는 자가격리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다.  나의 특수한 상황은, 본래 내가 소속한 직장에서는 해외입국자들을 위하여 1월 23일부터 자가격리장소를 제공하기로 되어 있었다. 모든 것이 엄중하게 통제되는 그런 장소가 열리는 것이다. (대개 봄학기를 위해서 해외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이 1월 23일 이후에 하나 둘 들어오므고 이때를 최적기라고 계산 했을 것이다.)   그런데 나의 경우는 사정이 달랐다.  나는 관래해야할 특별프로그램이 있어서 날짜를 앞당겨 들어올수 밖에 없는 처지였다. 개소 열흘전에 입국한 것이다.  그러므로 그 열흘은 인근 적법한 장소에서 채우고 이제서야 이곳에 입소한 것이다.

 

자가격리 장소에서 임시로 병원등의 이유로 외부 출입을 해야 한다거나, 나처럼 장소를 옮겨야 할때는 어떤 절차가 필요한가?  나를 관리하는 자가격리 공무원에게 전화를 걸어서 (자가격리 시작할때 공무원이 전화를 걸어서 알려온다. 자가격리어플을 통해서도 통화가 가능하다) 나의 사정을 설명한다. 공무원은 이렇게 중간에 옮기는 것이 합당한 것인지 상세하게 묻는다. 옮기려하는 장소의 상세한 주소와 현지 상황에 대한 심문이 이어진다. 일단 담당공무원이 인지하는 범위안에서 '타당'하다는 판단이 들면 - 그는 내게 보건소의 담당자 전화번호를 알려준다.  자가격리자의 개인별 소원수리는 담당공무원이 일단 들어주지만 --> 자가격리장소 관련 사항은 해당보건소에서 관리한단다.  해당 보건소에 연락하여 다시 한번 나의 상황을 상세히 설명한다.  마침 내가 새로 들어가는 자가격리소가 이미 보건소에 등록이 되어있고 이미 여러 사람들이 이곳에 입소하게 된다는 정보를 보건소에서 알고 있었기때문에 내 설명이 쉽게 수용이 되는 듯 했다. 보건소 직원은 내게 '그곳이 어떤 곳인지 상세히 얘기 좀 해달라'고 했고, 나도 내가 아는 범위안에서 설명을 했다. 그래서 마침내 '허락'을 받았다.  (허락 못 받으면 못 움직인다.)

 

이동하기 전날 우리는 다시한번 전화통화를 했고, 담당공무원과 보건소 측으로부터 이동시의 주의사항을 교육 받았다.  일단 내 차로 이동한다는 것에 그들은 안도했다.  현재 사용중인 시설에서 발생한 쓰레기를 모두 담아서 밀폐시켜서 내 짐보따리에 챙기고, 실내를 보건소에서 나눠준 소독스프레이로 샅샅이 소독을 하고, 엘리베이터가 아닌 계단을 통해서 어느 누구와도 접촉하지 않고, 어느 장소에도 별도로 들르지 않고, 곧바로 간다.  특히 사람들과의 접촉을 최소화 해야 하기 때문에 이른 새벽이나 늦은 밤에 이동하라고 해서 - 나는 이른 새벽을 선택했다. 새벽에 장소에서 떠나기전에 어플의 체온 신고하는 칸 아래에 '예정대로 지금부터 30분내에 새로운 곳으로 이동합니다'라는 메시지를 적어보냈다. 

 

새로운 장소는 사실 2Km 떨어진 곳에 있다. 걸어가도 잠깐인데 차로 옮기면 10분이면 충분하다. 원래 밤새워 앉아있는 사람이니 주섬주섬 짐을 챙기고, 온 집안을 청소하고, 소독약을 살포하고 새벽에 '순간이동'으로 새 격리장소에 도착했다.  현관에 도착하니 이미 보안요원이 나와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나는 '격리자 전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여 보안요원의 호송/감시를 받으며 목적지에 도착했다. 

 

도착하여 격리자 앱을 열어보니 내가 이동한 10분여 사이에 '격리장소에서 이탈했습니다!!!'라는 자동생성 알람이 여러차례 와서 쌓여있었다.  물론 나는 사전에 신고했고, 승인 받았고,  담당자들이 이미 인지하고 있으므로 문제가 된 것은 아니다. 그래도 앱을 열고 '무사히 도착했다. 이곳의 경계가 매우 삼엄하므로 안심하시라' 는 메시지를 띄워 보냈다. 

 

새 격리장소는 20층에 배정받았고, 창밖에 가로막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내가 온집안의 불을 환하게 켜놓고 속옷 바람으로 춤을 춘대도 누가 볼까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하하하.  내 평생에 이렇게 벽면 가득 바다를 내다보는 방에서 지내본 적이 몇번이나 될까?  메릴랜드 오션시티에서 2015년 추수감사절 휴가때 바로 바닷가 호텔에서 밤새도록 둥근 달이 차오르는것과 파도소리를 실컷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 외에 딱히 기억나지 않는다.  동향이라서 해가 떠오르는 것이 보이고 온종일 햇살이 스며든다.  바다는 멀리있다.  새들도 멀리 날아간다. 아 이곳에서 15일간 머물렀어도 참 좋았겠다.  단 며칠이지만 이 책상에 앉아 즐겁게 공부하고, 일하고, 글을 써야지.  하느님께서는 내 고난 중에도 깜짝 선물을 준비해 놓으시고, 당신이 나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보여주신다. 예상치 못했던 장소에서 예상치 못한 시간을 보낸다. 하느님이 주신 시간 같다.

 

Day 12. 2021, 1,24 일요일   평화로다~ 

 

 

창밖에 펼쳐진 바다를 내다보면서 아침 운동을 하고, 예배를 거룩하게 드리고, 일을 좀 했다. 평화, 평화로다~

 

 

Day 13. 2021, 1, 25 월요일 연수 프로그램 시작!!!

 

그동안 준비해왔던 교육 프로그램이 시작되는 날이다. 말하자면 미니 '입학식' 같은 것을 줌으로 진행해야 했는데, 내가 사회, 안내, 그리고 모든 것을 다 진행해야 했으므로 바빡 긴장된 하루였다.  온라인으로 일을 진행해야하니 사전 사후로 자질구레한 것들을 처리 해야 해서 신경소모가 크다.  바퀴가 구르기 시작했으니 무사히 마치기만 하면 된다.  일을 할때는, 밥솥이 끓듯이 머릿속에서 보글보글 뭔가가 자꾸 익어서 부풀고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분출한다.  그러니 아이디어대로 구현하다보면 내가 녹초가 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온종일 바빴다. 

 

 

 

오후에 격리자 담당 공무원이 전화를 하셨다. 내일이 14일차이니까 퇴소를 위한 코비드 검사를 하라고. 나도 기다리던 전화였다.  내일 아침 9시에 보건소에 가는 것으로 예약을 했다.  "갇혀 지내니 답답하시고 힘드시죠?" 저쪽에서 묻길래 웃으면서 대답했다, "아니요, 안 답답해요. 완전 해외 휴양 온것 같아요!"  (설마 내가 돌았다고 생각하시는건 아니겠지...) 

 

 

통화를 마치고 어디선가,  '자가격리자를 위한 심리상담'을 해 주겠다는 문자가 왔다. 뭐 그런 공공복지 프로그램이 있나보다. 피싱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원치 않으면 거절하면 된다고 해서 '거절'을 보냈다. 지금 바쁜데 무슨 심리상담이란 말인가.  나는 우리 예수님께서 상담해주신다. 

 

 

 

Day 14. 2021, 1, 26  출소를 위한 두번째 코비드 검사 

 

오늘 검사에서 코비드 음성 결과가 나오면 내일 정오에 출소 할 수 있다.  제발 좋은 결과가 나오길....

오전 8:30 자가격리앱에 보건소행을 보고하고 외출

오전 9:00 보건소 도착. 검사

오전 9:30 다시 감옥으로 돌아옴.

오후 11:30:  코로나 검사결과 음성을 알리는 문자 도착. (내일 오전 12시에 나갈수 있음)

 

Day 15, 2021, 1,27 (수) 출소

 

2차 자가격리 마지막날 아침이다. 여름에는 미국판 자가격리와 한국판 자가격리를 함께 경험하게 되는건가? 알 수 없는일....

12:00 정오에 이곳을 나가서 집으로 가면 된다. 한 오백미터 거리가 아닌가... 하하. 

무사히 집으로/일상으로 돌아가게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