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 Cotyledon Pend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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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Life

기다리: Cotyledon Pendens

Lee Eunm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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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가 꽃봉오리 맺히고 한달이 넘도록 필 기미를 보이지 않는 이름도 모르는 이 친구가 요즘은 조금씩 조금씩, 고추가 익어가듯 붉은 물이 들기 시작하더니, 오늘 아침에는 꽃받침에 해당하는 부분이 꽃에서 살짝 떨어진 것이 보인다. 곧 꽃이 피려나보다.  내가 오피스를 비운 사이에 피면 내가 섭섭할텐데. 그렇다고 가는 곳 마다 강아지처럼 안고 다닐수도 없고. 


이름을 찾아 낼 때까지, 너의 이름은 '기다리' 

기다리게 만들어서

기다려야 하니까.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succulent 이미지를 검색하니 이 친구의 조상이나 친구들이 곧바로 등장.  음, 너의 이름은 Cotyledon Pendens 다.  





톰 티트토트 네 이름은 톰 티트토트

계몽사 영국동화집에서, 게으른 아가씨가 거짓부렁으로 왕비가 되는데, 매일 한필의 비단을 짜야 했는데, 도깨비가 나타나서, 하루에 세개씩 이름을 말해서 한달안에 그 도깨비 이름을 알아 맞히면 한달간 비단을 짜 줄것이고, 만약에 한달이 끝나도록 이름을 못 맞추면 도깨비의 색시가 되어야 한다는 '거래'를 하게 되었다.  아가씨는 설마 한달안에 그걸 못 맞힐소냐...했지만, 마지막 날이 다가오고, 마지막 날 왕이 밥먹다 깔깔대고 웃으며 하는말 -- 낮에 사냥을 갔다가 숲속에서 노랫소리가 들려 그리 가보니 나무 동굴 속에서 도깨비가 비단을 짜면서 '내 이름은 톰 티트토트 내 이름은 톰 티트토트' 우스꽝스러운 노래를 부르더라고. 너무 웃겼다고. 결국 마지막 날 밤에 게으른 아가씨는 '네 이름은 톰티트토트~  약오르지롱~' 하고 왕과 행복하게 살았다는 기묘한 결말. 어린이 동화이지만 권선징악도 아니고, 운좋은 자가 승리한다는.  그거 읽을때마다 뭔가 부당하다, 도깨비가 불쌍하다 생각했는데 -- 아아, 영국 어린이들은 이미 어릴때부터 인생은 부당할수도 있다는 것을 배우는구나.  


http://www.sacred-texts.com/neu/eng/eft/eft02.htm

참 멋진 세상이다. 문득 생각이 나서 tom tit tot로 구글 검색을 해보니 곧바로 원문이 떠 준다. 



얘는 사실, 2년전 봄에 오천원에 세개 주는 조그만 화분 세개 살 때 하나 산 친구인데, 그냥 가끔 물만 줘도 싱싱하게 잘 자랐다.  오피스를 한참 비우는 여름, 겨울엔 집에 갖다 두고.  그런데 애가 참 실하게 잘 커서, 화분을 큼직한 것을 사다가 분갈이도 해주고 살림을 여럿 냈다. 지금 집에는 이것의 '어미'가 되는 큰 화분이 두개나 잘 살고 있는데, 하필 새살림 낸 이 화분에서 꽃송이 하나가 매달렸다. '나중된 자가 먼저된다'는 예수님 말씀이 실현되는 순간이다. 새끼의 새끼의 새끼가 최초로 꽃을 피우게 된 것이다.  얘가 꽃이 피면, 집에 데리고 가서 제가 분리되어 나온 본체와 다시 상봉하게 해 줘야지.  화초들이 서로 알아보고 인사를 할지 안할지 나는 모르겠으나, 제 몸에서 분리되어 살림차려 나간 제 몸의 일부가 꽃을 피워가지고 돌아오면 얼마나 신기할까.


우리는 우주의 가장자리 먼지같이 작은 태양계, 그 먼지속의 박테리아 같은 지구의, 눈에 띄지도 않는 생명체. 그 중에서도 너는 참 작다. 내가 바닥에 던져버리면 꽃도 잎도 으스러질지 모르는 아무것도 아닌 생명체다.  하지만 너는 조금씩 붉게 물이 들고, 그래서 내게 붉은 꽃이 필거라고 미리 알려주고 있다.  너도 나도 우주의 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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