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엄마2011. 6. 24. 10:22

저녁 식사후에, 찬홍이가 욕조에 따뜻한 물을 채워 놓았고
나는 엄마의 껍데기를 모두 벗긴 후에
엄마를 욕조에 집어 넣었다. (딱 왕눈이 목욕 시키는 방법).
가만히 순하게 욕조에 앉아있는 엄니의 머리부터, 바가지로 물을 부어 샴푸를 했다.
(엄마는 귀를 막고 눈을 꼭 감고 가만히 앉아 계신다.)
샴푸 다 하고, 헹구고, 골고루 온몸에 비누칠을 하고 구석구석 싹 닦은후에
일단 타올로 머리부터 말리고, 큰 타올로 아기 감싸듯이 욕조에서 나오시게 했다.
엄마는 착한 아이처럼 말도 잘 들으신다.
왕눈이는 버둥거려서 샤워시키고나면 허리가 아픈데
엄마는 목욕 시켜드리는 것이 아주 가뿐하다.
왕눈이보다 쉽다.

혼자서 샤워하다가 미끄러지실까봐,
내가 이렇게 욕조에 물을 받아서 매일 씻어드리려고.

찬홍이는 내가 할무니를 너무 빨리 욕조에서 나오시게 했다고 잔소리를 한다.
욕조에서 한가롭게 앉아서 쉬게 해드려야지 씻고 바로 나오시게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잔소리다.
내가 귀챦아서 얼른 끝낸것이지... (내일은 한가롭게 앉아계실 시간을 드리마.)

우리 형제들이 한국에서 엄마 두차례 암투병 하시는 동안 고생한것을 생각하면
내가 잠시 이런 서비스 해 드리는 것은 꽃놀이 하는 것이지....

그래도 엄마가 건강하게 미국까지 오셔서, 내가 못한것 벌충할 기회를 주시니
하늘에 감사할 일이다. (우리 아버지가 살아계셔서 두분이 같이 오셨다면 얼마나 좋았을까...그것이 유일한 한이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6. 24. 08:31



알렉산드리아에 있는 토피도 아트센터에서 엄마는 화가들의 스튜디오에 직접 들어가서 작품을 보거나, 혹은 화가들이 어떤 재료를 활용하여 어떻게 작품을 만들어 나가는지 현장에서 직접 보고, 화가들과 인사를 나누고 하면서 여러가지를 발견하고 깨닫고 하신것 같습니다.

나는 엄마가, 자신이 가진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그것을 자각하시길 기대합니다.  엄마의 상상력, 엄마의 예술성이 엄마가 가늠하는것보다 훨씬 크고 천재성이 있다는 것을 엄마가 어렴풋이나마 발견하시길. (예술이나 인문지식에 대한 엄마의 열등감을 이참에 해소하시길 바라는 것입니다.)

화가들은 친절하게 인사를 보내기도 하는데, 내가 "우리 엄마가 한국에서 오셔서, 제일 먼저 이곳을 보여드리러 왔다. 우리 엄마도 개인전을 열은 아마추어 화가다" 이런 소개를 하면 화가들도 "영광이다. 참 반갑다"고 엄마를 향해 활짝 웃곤 합니다. 화가가 엄마한테 이런 인사를 해도 엄마는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릅니다.

그래서 내가 엄마에게 가르쳐드렸습니다.
누군가 미소를 지으면 인사하는거니까 "헬로"하면 되고,
뭐라뭐라 떠들면 "땡큐" 하면서 웃으면 되고
헤어질땐 "굿바이".
엄마는 내가 가르쳐드린대로 그자리에서 미국 화가에게 인사했고
친절한 미국화가는 역시 큰 제스처를 쓰면서 엄마에게 인사 했습니다.

엄마가 화가와 대화가 된다면 더 많이 묻고 배우셨을 것입니다. 벌써 미술 작업에 대한 몇가지 새로운 요령을 터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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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6. 24. 08:02

엄마의 워싱턴에서의 첫 일정은, 일단 워싱턴이 얼마만큼 큰 도시인지, 겉에서 살펴보기.
한강 유람선을 타고 서울의 크기를 가늠하듯, 워싱턴 포토맥강 유람선을 타고 워싱턴을 바깥에서 조망하는 것입니다.

오전에 밥을 먹고, 30분쯤 차를 달려 Old Town Alexandria 에 도착. 이곳에는 Torpedo Art Center 라는 명소가 있는데, 포토맥 강변에 위치한 예술가들의 아트 스튜디오 건물입니다. 1층부터 3층까지 빼곡한 스튜디오에 입주한 아티스트들이 스튜디오를 개방하고 현장에서 작품을 판매하기도 하는 곳입니다.

엄마가 거동이 불편하신 관계로, 거리를 돌아다니며 유적지를 살피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걸음을 최소화 하면서 유쾌하게 구경할 곳을 집중적으로 다니게 될 것입니다.

오늘 엄마가 구경하신 곳은
 
1. 알렉산드리아 토피도 아트 센터 : 11시 반부터 오후 세시 반까지. 아트 센터 구경하고, 근처 스타벅스에서 간단히 점심.

2. 오후 세시반부터 다섯시 반까지 알렉산드리아 -- 조지타운을 왕복하는 유람선: 여기서 조지타운까지 배를 타고 가면서 워싱턴 디씨 시내를 선상에서 살펴보는 것입니다.  엄마는 이제 워싱턴 도시 이름이 미국의 초대대통령 이름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을 배웠으며, 미국에서는 역대 대통령에 대해서 사람들이 경의를 표한다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3. 유람선에서 내려서 곧바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임세팔군이 다니던 St. John's School 에 들러서 손녀딸이 다니던 학교를 구경하였습니다. (전에 박선생이 살던 2층집도 구경하였습니다.)


대략 이와 같습니다.

아래는 사진들입니다.

이곳이 포토맥강변에 있는 아트 센터 건물 내부입니다. 얼핏 평화시장 옷가게들처럼 보이는 내부 구조. 미로처럼 이어진 통로에 화가들의 개인 스튜디오들이 있습니다.



엄마 목에 새로운 목도리가 둘러져 있습니다. 1층의 어느 스튜디오에서 아티스트가 직접 제작한 실크 스카프를 엄마가 직접 골라서 사신것입니다. 언니가 사드린 옷과 한세트를 만들겠다는 야심과 집념의 결과 입니다. 이곳은 피곤하면 쉴수있는 의자들이 많이 있어 노인을 모시고 오기에 참 좋습니다.




창밖에 포토맥강을 내려다보는 화가의 스튜디오입니다.  이 스튜디오의 화가와 인사도 나누고, 엄마도 이제 미국 사람과 인사하는 방법을 익혔습니다.  만났을땐 '헬로' 하면 되고, 헤어질땐 '굿바이' 하면 됩니다. 누군가 웃으면서 친절을 베풀면 '땡큐' 하면 됩니다.  엄마는 이 세가지를 익혀서 사람들과 인사를 했습니다.




아트센터 바로 앞에 유람선 선착장이 있습니다.
재승엄마가 사드린 파란 모자를 쓰고 있는대로 폼을 잡고 서 계십니다.



엄마의 센스가 드러나는 대목. 엄마에게는 언니가 사드린 명품 가방도 많지만, 워싱턴에 오실땐, 내가 사서 부친 알록달록 나이롱 가방을 갖고 오셨습니다. 사보낸 사람을 기쁘게 해주겠다는 '저의'가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파란 모자는 막내 며느리, 드레스는 큰딸, 가방은 작은딸. 특등석 비행기는 큰아들, 세상에 부러울것이 없는 유여사로 보입니다.

 

배를 기다리는 동안 사진을 찍으며 놉니다. 우리 셋이 모두 들어있는 사진입니다. 찬홍이와 나도 들어있습니다.




날이 더우니까, 다시 아트 센터 현관에 들어가서 시원한 에어콘 바람을 쐬며 놉니다.



낙서판에서 낙서도 하고 놉니다. 파란 모자를 쓴 엄마는 얼핏 소녀처럼 보이기도 합니다...만...허리가 구부정한것이 난관이로군요. 그래도 스타벅스 아이스커피를 손에서 놓지 않습니다. 미국 오더니 세련되어 지셨습니다. 아이스커피를 벌컥벌컥.



드디어 배를 타고 강바람을 쐬며 조지타운쪽으로 향합니다.



날이 더우니 시원한 1층 실내로 들어옵니다. 멀리 케네디센터와 워터게이트 건물이 보입니다.



유람을 마치고 조지워싱턴 하이웨이를 달려 집으로 오는길, 하이웨이 중간에 전망대에 멈췄습니다. 저기 맞은편 내려다보이는 강 기슭이 내가 자주 산책하러 나가는 Fletcher's Cove 입니다. 엄마에게 '저기도 데려다 줄게'라고 설명을 합니다.




집으로 돌아오는길, 전에 살던 2층집 앞을 거쳐서, 임세팔이 다니던 학교에 차를 세웁니다. 엄마는 외손녀딸이 다니던 학교를 둘러보고, 예배당 안에 들어가서 구경도 합니다. 임세팔이가 이 사진을 본다면 아주 기뻐하겠지요.


성당 가운데 꽃이 가득한 정원입니다. 임세팔이가 매일 이곳에서 뛰놀았겠지요. 그자리에 외할머니도 서 봅니다.  엄마는 오늘 아주 많은 일을 했다고 의기양양하십니다. 따뜻한 목욕물을 받아서 목욕을 하시게 하고, 잠자리에 들게 하면, 오늘 나의 임무는 성공리에 완수되는 것입니다.



엄마가 건강하게, 즐겁게 워싱턴에서 시간을 보내시니 참 감사한 일입니다.

오빠, 언니, 동생이 이렇게 우리 엄니를 사랑하고 보살펴서 여기까지 보내드리니 참 고맙고, 또 고맙고 그렇습니다. 이렇게 사진이나 찍어 올리면서 나는 폼만 열심히 잡는 날건달입니다만. 그래도 이런 자식도 하나 있으니 우리 엄니는 이래저래 신나는 인생입니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6. 23. 03:32






우리 유여사. 
환영의 꽃다발을 받고 활짝 미소.




오빠가 특등석 비행기표를 구해줘서, "비행기에서 드러누워서 자도 되고, 먹을것도 많이 주고, 아주 좋더라" 하고 어린애처럼 자랑을 하시다.

또래의 노마님이 옆자리에 앉으셔서 열시간 넘는 비행시간이 지루한줄 모르고 살아온 얘기를 하셨다고

찬홍이 아이포드에 실수로 찍힌 사진이, 오히려 예술이라 올려본다.




오늘 우리 엄니, 모든 것이 다 좋았는데, 한가지 '사고'를 치셨다. 하하하. 박선생 알면 기절을 하겄네~

지홍이 소속 부대에서 훈련병 수료식한다고 안내장과 임시 출입증 이런것을 보내왔는데, 편지 겉봉은 지홍이가 직접 쓴 것이다.  그러니까 할무니 생각에, 지홍이 편지를 지홍이 아부지가 뜯어 봤으니깐, 미국 제 에미한테 편지 갖다 보여줘야지. 이러고는 할무니가 편지는 열어보지도 않고 편지 봉투째 갖고 오신거다. 하하하.

"엄마, 이것은 거시기 편지가 아니고, 부대에서 날아온 공문이여... 이걸 왜 갖고 오셨슈?"

"난, 지홍이가 애비한테 보낸거니깐, 남의 편지 보는게 실례라서 안봤지. 정미도 편지 갖고 가서 은미하고 열어보라고 그냥 안보고 주던데..."

"큰일났네 이거. 지홍이 면회도 못가게 생겨부렀소. 워쩌유?"

하하하. 내가 학교에 가서 팩스 이메일  처리하면 박선생 이메일에 카피가 도착할 것이다. 그거 프린트 해 가면 되겄지.


꽃매장에 '작약 (peony)'이 있길래 한단 (세송이) 샀다. 노란장미하고 섞어가지고 공항에 앉아 기다리는 동안 꽃다발을 만들었다.  지금 꽃다발은 다시 해체되어 세개의 꽃병에 꽂혀있다. 엄마는 작약꽃을 담아 놓은 꽃병 아래, 침대에서 달게 낮잠을 주무신다. 작약 향이 좋다고 아주 좋아하시더니 금세 잠이 드신다.

조금 이른 저녁을 지어서 먹고, 저녁 산책을 가까운데로 나갔다가 밤에 다시 주무시게 해야지. 그래야 시차에 적응하시기 수월하실 것이다.

엄마가 아주아주 흡족해 하신다. 마음에 무엇 하나 걸리는 것이 없이 가볍고 좋다고 하신다. 뭔가 미진한 숙제가 없이 아주 좋은 상태로 오신 모양이다.  여기 계시는 동안 매일 웃게 해드리겠다.

(엄마가 얇은 자외선 차단 장갑과 자외선 차단 팔 토시 이런것을, 아주 가게를 차려도 좋을만큼 많이 갖고 오셨다. 언니는 자외선 차단 크림이며 화장품을 많이 사서 보냈다.  장갑이며 차단제등이 많이 생겨서 내가 정말 좋다. 내게는 아주아주 귀한 선물이다.)

오늘 저녁 메뉴는, 발아현미로 지은 콩밥하고, 배추 우거지 된장찌개, 병어 조림, 쇠고기 구이, 장아찌, 생두부에 간장 양념, 김치. 대략 이렇게 하려고.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