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엄마'에 해당되는 글 44건

  1. 2018.10.22 [엄마의 작품] 호숫가의 삼남매
  2. 2013.12.13 우리 엄니 유여사 팔순 기념 개인전 (12월 21일 -- 23일) 2
  3. 2011.07.25 [엄마] 앨범
  4. 2011.07.25 [엄마] 알렉산드리아 토피도 아트센터 다시 방문
  5. 2011.07.23 [엄마] 2011년7월22일 (금) 찬홍이 학교 구경
  6. 2011.07.22 [엄마] 2011년7월20일 (수) 야생말이 사는 섬 (3)
  7. 2011.07.22 [엄마] 2011년7월20일(수) 야생말이 사는 섬 (2)
  8. 2011.07.22 [엄마] 2011년7월20일(수) 야생말이 사는 섬 (1)
  9. 2011.07.19 [엄마] 2011년7월18일 -- 아름다운 정원 9
  10. 2011.07.18 [엄마] 2011년 7월 17일(일) 스미소니안 미국미술관 -동영상
  11. 2011.07.17 [엄마] 2011년 7월 16일 (토) 카삿 카페 + 엄마의 때때옷
  12. 2011.07.17 [엄마] 엄마가 리버벤드 파크에서 그린 풍경
  13. 2011.07.16 [엄마] 해는 왜 뜨고 지나? 2
  14. 2011.07.15 [엄마] 칼레의 시민 (메트로폴리탄)
  15. 2011.07.14 [엄마] 20011년 7월13일 셰난도어 스카이라인 드라이브 (동영상 1, 2) 2
  16. 2011.07.14 [엄마] 2011년 7월13일 셰난도어 엄마사슴 아기사슴, 아기곰 4
  17. 2011.07.13 [엄마] 2011년 7월 12일 뉴욕: 엄마가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 2
  18. 2011.07.13 [엄마] 2011년 7월 12일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식당과 정문 앞 광장 4
  19. 2011.07.13 [엄마] 2011년 7월 12일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전시장 2
  20. 2011.07.13 [엄마] 2011년 7월 12일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으로
Diary/엄마2018. 10. 22. 13:25


유여사가 창고 정리좀 해 달라고 하셔서 잠시 '머슴놀이'를 하다가 발견한 유여사의 작품.  액자까지 만들어 놓았는데, 아무도 이 그림의 존재를 기억하지 못한다. 개인전 할때도 전시하지 않았던 그림이다.  유여사 왈, "하도 많아서 다 걸지도 못했어..."



몇해전 전시회 할때, 내가 작품 골라냈었는데, 그 때 내 눈에 띄었다면 이 작품을 꼭 눈에 띄는 곳에 전시 했으련만. 아무튼 창고에 처박혀 있던 그림이다. 



이곳은 수원 아주대 앞, '원천호수'이다.  지금은 아파트로 둘러싸여 있어서 그 흔적을 찾기도 힘들지만, 내가 어릴때는 그냥 탁트이고 고요한 저수지 호수였다. 가운데 머리 긴 소녀는 우리 언니다. 왼쪽의 노란 모자 꼬마는 내 오래비 동생이고, 오른쪽에 서 있는 선머슴이 나다. 빨간 빵모자는 엄마가 짜 준 것이다. 실제 모습이다. 사진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엄마가 그냥 내 글을 읽고 그 장면을 그린 것이다. 




창고에 처박혀 잊혀져 있던 것을 발굴해 냈으니, 일단 내가 '찜'을 했다.  "내가 그림 값 갖고 와서 그림 가져갑니다" 했더니 통 큰 유여사, 돈은 필요 없다며 그냥 가져가란다.  물론 대개 그냥 가져간다. 하지만 이 작품은 특히 맘에 들어서 작품값을 지불하겠다는 것이지. 은행에 가서 빠닥빠닥한 만원짜리 혹은 오만원짜리 돈을 많이 달라고 해가지고 빠닥빠닥한 신권으로 가져다가 '그림값'이라고 드리면 -- 엄마는 스스로 무척 자랑스러운 기분이 드시겠지.  상고머리에 빵모자, 아무렇게나 허름한 옷. 그림의 구석자리.  그것이 엄마 가슴속의 나의 위치이다.  아름다운 장면이다. 주변인으로 존재하는 내 모습이 꽤 맘에 든다. 옛날에 나는 '주목받지 못하고' 늘 변두리 인생같은 내 위치가 서럽기도 하고, 인생이 시들했다.  그런데, 지금은, 구석자리 안보이는 곳, 주목받지 않는 변두리 삶이 더 좋다. 구석 어딘가에 내 자리 하나 있으면 만족한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3. 12. 13.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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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토요일 정오부터 가족 친지들과 전시회 기념 다과, 식사. 

그날 오시면 아름다운 그림 + 아름다운 식사 동시 해결. 

꽃다발이나 화분 사절. 

빈손으로 오셔서 영혼과 육신을 아름다움으로 채워가시길.


(그날 얼굴 좀 보세, 바쁘시겠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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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동생 나이키가 눈길을 헤치고 밤에 갖고 와서 던져 주고 간 팜플렛을 세폭으로 접고 접어서 봉지에 넣는 작업을 반복.
귀신같이 해 내는 나를 보고, "아주 공장 시스템이구나. 기계손이셔!" (나이키 왈)
그렇다. 나는 원래 '조작의 동물' -- 머리 쓰는 일 보다, 손 쓰는 일에 더 능하다는 말씀.

70년대 봉투 만드는 알바의 재현. 


전시회를 위해서 나는 한 것이 없고
우리 오빠와 내동생 나이키와 그 처가 발을 동동거리며 준비. 
나는 뭐 가오마담이지.
그냥 내가 거기, 그 자리에 존재 한다는 것만으로도 
그자리는 영화로운 자리.


아, 팜플렛이 적혀 있는 개미 눈꼽만하게 박힌 갤러리 주소에 열통을 터뜨리다가, 
아예 커다란 글씨로 갤러리 주소를 쓰고 말다. 
내 눈에도 안보이는 주소가
할아버지 할머니 눈에 제대로 보일리가 없지 않은가.
그래서 한가지 깨달음
행사를 함에 있어 '주소'와 '약도'를 가장 눈에 띄게 해야만 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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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7. 25. 09:16



엄마의 앨범을 만들었다.  내가 블로그에 올린 사진을 비롯, 여러가지 사진과 내가 쓴 글 카피들을 모았다. (그리고 우리가 방문한 곳의 이름과 날짜를 크게 적어 놓았다.)  사실은 뭔가 좀더 정리를 해야 하는데 내가 경황이 없어서 대충 시간 순서대로 엮은것에 지나지 않는다.



엄마는 내가 쓴 칼럼들을 내가 학교에 가고 없는동안 하나 하나 읽으셨다.  내 글을 읽는 것이 제일 재미있다고 그러셨다. 그걸 모두 카피해서 달라고 하셨는데, 내가 차일피일 미루다 이행하지 못했다.  엄마와 직접 관련된 글들만 사진 사이사이에 넣었다.


좀 더 잘 엮을수도 있었는데, 내 성에 차지 않는 기록물이라서 아쉽지만, 나로서는 이것도 힘겨운 작업이었으므로 이쯤에서 꼬리를 내리고 현실을 수긍해야만 한다. 내가 수퍼맨은 아니니까.

엄마에게 전자 앨범을 해 드려야지 생각하다가 그것도 못했다. 다음에 크리스마스때나 언제 전자 앨범에 모든 사진을 담아서 보내드려야겠다.  그러면 깜짝 놀라시겠지...  (나중에 후회 할 짓을 절대 안하겠다고 수시로 다짐하면서도 엄마한테 못되게 군일이 많다. 엄마를 어린아이 야단치듯 잔소리를 한 일도 많고...).  그래도 엄마가 한달 넘게 내 품에서 내가 지어드리는 따뜻한 밥을 잡수시고, 내가 보여드리고 싶었던 것들을 맘껏 보여드렸으니, 나는 나중에 엄마 생각을 하면서 조금 기쁘기도 할 것이다. 옛날에 엄마 모시고 유럽여행을 했던 일을 나는 두고두고 기뻐했었다. 그래도, 엄마하고 넓은 세상을 둘러봤으니까.  그래도, 내가 엄마한테 유럽을 보여드렸으니까 (경비야  엄마가 댄거지만.)  나중에, 나는 '그래도 내가 엄마를 모시고 뉴욕을 가봤으니까, 미술관을 돌았으니까, 이 일을 기뻐하게 될 것이다.  지금도 기쁘다.   다음에 또 이런 기회를 주시기를 하느님께 빌어야지.  :-)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7. 25. 06:11
내일 아침에 엄마는 한국행 비행기를 타신다.  오늘이 우리집에서 남아 있는 하루.  오늘 뭘 하고 놀까 궁리궁리를 하고 있는데, 엄마가 "나는 거기 한번 더 가고 싶다"고 하셨다.  거기란, 알렉산드리아의 토피도 아트센터를 말한다. 예술가들의 스튜디오가 밀집해 있는, 일명 "예술 공장."



그래서, 한가롭게 아침을 지어먹고, 집안 청소를 싹 해치우고 (외출 전에 집안을 청소 해놓고 나가면 돌아왔을때 상쾌하다), 그리고 알렉산드리아로 갔다 (집에서 차로 30분 거리.)


미국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이니까,  거리 구경을 하는 차원에서, 차에서 내려서 약 500미터를 걸어서 강변으로 갔다. 젊은 사람이야 가볍게 걸을 거리이지만 엄마에게는 힘든 일이다. 마침 내리막길이라서 걸을만 했고,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중의 하나라서 거리가 고풍스럽고 아름다웠다.

엄마가 스커트와 스카프를 맞춰서 입으셨다. 어제 찬홍이 태권도장에 데려다주고 기다리는 동안, 엄마를 모시고 동네 탈보트 아웃렛 매장에 가서 옷 구경을 했는데, 엄마가 탈보트 스커트를 무척 맘에 들어 하셨다.  나도 탈보트 면스커트를 즐겨 입는데 편안하고 실용적이면서 얌전하다. 엄마는 내가 평소에 입던 치마를 눈여겨 보고 있었나보다.  그래가지고, 동일한 디자인의 포플린 주름치마를 세장이나 고르셨다.  (엄마가 흡족해 하셔서 내가 엄마 사이즈에 맞는 것을 색깔별로 갖다 입혀드렸다.)  엄마는 한국에서는 이런 치마를 구하기 힘들다며 너무너무 좋아하셨다. 

그래가지고, 엄마 치마를 무려 네장을 골랐다. :-)   엄마는 평소에 오빠나 언니가 한국에서 무지하게 비싼 치마를 척척 사드리니까, 그 치마값을 생각하고, 치마를  네장이나 사면 '가난한 미국딸이 파산'을 할까봐 불안해 하셨다. (치마 네장값이 한국돈 십만원쯤 한다고 가르쳐드렸더니 안심하시는 눈치이다. 하하하.)  탈보트는 그래도 중산층 아줌니들의 옷인데, 하필 가까운곳에 아웃렛 매장이 있는데다가, 요새 거기서 세일에 들어가가지고 정가의 1/4 가격에 파는데다, 내가 신규가입을 하면서 또다시 10% 할인을 받아가지고 엄청 싸게 사긴 했다.  그러니까, 어제 산 옷 값 다 해야, 평소에 우리 언니나 오빠가 엄마 블라우스 한장 사드리는 값밖에 안할걸 아마...  

엄마는 당신이 나한테 큰 폐를 끼치고 있다고 걱정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새옷을 보니까 막 갖고 싶은거라.  오늘 기분좋게 어제 산 스커트와 스카프를 두르고 나들이를 나오신거다.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소풍을 간 곳이 알렉산드리아, 토피도 아트 센터인데, 내일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에도 이곳에 다시 들르셨다. 아무래도 미술 작업을 하는 분이라 이곳의 생생함에 매혹되는가보다.


찰판에 그림도 그려보시고~



작업을 하고 있는 화가를 쳐다보기도 하고


오늘 이 작품이 매력적이었다.



창밖풍경이 액자속 동영상처럼 보였다.


창밖의 알렉산드리아 항구 표정




"엄마, 엄마도 이런데 방하나 얻어서 그림 그리면 좋겠지?"
"좋겠지..."
"꿈을 가져...언젠가 될지도 모르지..."








 











항구가 내다보이는 식당에서 한가롭게 늦은 점심을 먹고 돌아왔다.


엄마는 피곤하신지 집에 오자마자 침대에 기어 올라가(?) 주무신다.  나는 사진 정리를 해가지고 CVSPHOTO.com 에 사진을 올려 현상주문을 했다.  조금 있다가 동네 CVS에 가서 픽업 해오면 된다.  사진을 정리해서 앨범을 완성시키면, 엄마의 한달간의 사진 정리가 끝났다.

지난주에 몰아서 사진 정리를 마쳤고, 이제 며칠분의 정리만 하면 되니까...

그리고나서 가방을 싸 놓아야지.

내일 아침에는 엄마를 씻겨가지고, 예쁘게 화장시켜가지고, 이쁜 옷을 입혀가지고 공항으로 가야지.  그래도 예술가답게 미국에서의 마지막 소풍 일정을 아트센터로 정하시는 센스.  엄마에게 수료증서라도 만들어서 보내드려야겠다. :-)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7. 23. 09:27





딸네 학교 구경을 마치고, 서둘러서 찬홍이네 학교로 향했다. 집에서 가까운 거리라는데 퇴근 시간 길이 막혀서 한시간쯤 걸렸다.  마침 학교의 예배당에서 여섯시의 종을 울렸다.




이곳은 대학의 중심. 멀리 계단 연못 언덕위에 중앙 도서관이 보이고, 도서관을 마주 보는 곳에 행정관이 있다.


찬홍이 등뒤로 학교 행정관이 보인다.  찬홍이가 서 있는 지점이 이 학교의 가장 중심점이 될 것이다.







모름지기 대학의 중심은 -- 그 대학의 중앙 도서관이다.  대학의 중앙도서관의 위상을 보면 대략 그 학교의 분위기가 짐작이 된다.  일단 도서관 건물이 맘에 든다.




엄마가 걷는것이 힘이 드셔서 일단 대학 중앙 지점에서 조금 시간을 보내고, 차로 학교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이 학교는 지난해 가을에 내가 학회 발표를 하기 위해서 며칠 드나든적도 있어서 나도 대충 학교의 분위기에 익숙한 편이다.  찬홍이도 내 학회 행사에 구경을 하러 왔었는데, 그 때 이 학교를 보고 마음에 들어 했었다.  (그때는 이곳이 찬홍이의 학교가 될거라고는 별로 생각해보지 못했었다.)   찬홍이가 저 도서관에서 생활하면서 많이 배우고, 사색하고 깨닫기를 바란다. 학교 분위기가 맘에 들었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7. 22. 03:14


유람선에서 열두시 반쯤 내렸다. 차를 차고 슬슬 돌면서 친코티그 섬 구경을 하였다.  키 웨스트의 풍경과 비슷한 섬의 풍경이 이어졌다. 한 여름이라 휴가객이 많은데도, 이 섬은 어쩐지 쓸쓸해 보였다.  기념품 가게의 물건들도 값이 싸다고 여겨졌다.  어딘가 빛 바랜듯한, 상업성도 없어 보이는 그런 분위기.  식당에 앉아서 유리창 밖 풍경을 찍은 것이다.



엄마는 기념품 가게에서 지금 사진속에 입고 있는 분홍색 면 카디건을 하나 고르셨다. 미국인들은 여름에 헝겊을 걸레처럼 쥐어 비들은듯하게 염색을 한 셔츠를 즐겨 입는다. 엄마 눈에 그것이 안 띄었을리가 없지. 엄마는 그런 염색셔츠가 입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걸 골라놓으셨는데 반액 세일을 해서 값이 꽤 쌌다.  게다가 상점 아저씨가 손님이 없어 심심했던듯 우리 식구에게 자꾸만 말을 붙이고 하더니만 엄마에게 손톱소재하는 도구를 그냥 선물로 드렸다.  친코티그 등대가 그려진 기념품이었는데, 그냥 주다니.  그래서 엄마에게 '미국 남자가 엄마한테 반했나봐, 이걸 엄마한테 선물로 준대" 했더니 엄마가 무척 좋아하셨다.  "엄마 재주도 좋아, 미국 남자가 막 선물도 주네~"



어느집 창가에 채송화가 예뻤다.


찬홍이가 뒷자리에 앉아 카메라로 아무렇게나 찍은 풍경들





친코티그 섬을 떠나기 전 바닷가 슾지대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고, 해가 나고, 다시 폭우가 쏟아지고. (나는 이런 날씨를 좋아한다.)


비를 맞고 서있는 길가의 해바라기 무리.



버지니아 농장 풍경




오후에는 퇴근시간과 맞물려 네시간만에 집에 왔다.  집에 와서 밥해먹을 기운이 없을것 같아서 집에 돌아오는 길에 타이슨스 몰, 타카 그릴에 가서 엄마에게 불고기 도시락과 우동을 사드리고, 찬홍이는 돈까쓰를 먹고, 나는 엄마가 배부르게 잡수시고 남은 우동을 조금 먹고 그리고 집으로 왔다.  집에 오자마자 나는 거실 바닥에 나뒹구러진채로 뒹굴뒹굴하다가 송장처럼 잠이 들었다. :-)  바닷가에 다녀오면 잠이 잘 온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7. 22. 02:56

친코티그 섬에서 배를 타고, 말들이 사는 아싸티크 섬 가까이로 간다. 이 섬의 주위를 돌면서 야생말과 야생 생물을 관찰한다. 여기 찍힌 말들은 내 작은 디지탈 카메라를 최대한 줌인하여 찍은 것들이다 (귀챦아서 큰 카메라를 안갖고 갔는데, 후회 막급이었다.)

카누를 탄 사람들이 섬가로 가서 말 가족을 구경하고 있다. 왼편에 말 부부가 보이고, 오른편에 망아지가 엄마 아빠 쪽으로 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바닷가에서 수초를 뜯어먹고 있는 말.



말 주위에 이글릿 이라는 백로같이 생긴 새들이 있다. 이들은 말과 공생관계로 보인다.

섬의 평지 여기저기에서 말들이 풀을 뜯고 있다. 


이글릿이 말의 잔등에 올라 앉아있다. 말은 개의치 않는듯하다.

뭐 이렇게 섬 주변의 생물들을 구경하면서 바다위를 둥둥 떠 다닌다.
날이 쨍쨍하고 뜨거웠는데, 얇은 차양시설의 배 안에서는 더운줄 모르겠더라.  바람이 선선했던 까닭이다.



내 앞에 앉아있던 이 커플은, 내것같은 커다란 캐논 카메라와 작은 디지털카메라 이렇게 두가지를 갖고 와서 사진을 찍었었는데, 나중에, 배에서 내리기 직전에 작은 디지털카메라를 바다에 빠뜨렸다. 그걸 어떻게 찾나, 바다에 빠진걸...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 뒷자리의 아기가 울어대서, 좀 짜증이 났다. 한두푼도 아니고 43달러씩이나 내고 (셋이면 120달러가 넘는데) 배를 탄건데, 새벽부터 일어나 세시간이나 쉬지도 않고 달려왔는데, 우리 엄마가 평생에 한번 보는 말섬인데, 배 탄 내내 뒤에서 아기가 소리를 지르며 울어대니까, 피곤하고 짜증나고 그랬다. 그렇지만 엄마는 아무 말씀 안하셨고, 찬홍이도 잠자코 있었고, 나는 이들을 피해서 저기 앞에 빈자리로 가고 싶었지만, 나도 꾹 참았다.  우리 가족이 자리를 욺겨버리면 이 사람들이 더욱 난처한 기분이 들을 것 같아서 (자리를 옮기면 --너 싫어서 우리가 자리 옮긴다--는 메시지가 분명하니까, 그런 짓을 하면 안될것 같았다.) 인내의 시간이었다.  나는 사진을 찍는척, 자리에서 일어나 애 울음소리에서 멀어진 곳에 내내 서 있었다. (나중에는 애 엄마가 애 달랜다고, 내 쪽으로 자꾸만 오길래 내가 화가 나서 머리 꼭지가 돌았지만, 그래도 내색하지 않았다. 애가 우는건 애엄마 잘못이 아니고, 애가 우는건 애 잘못도 아니고, 누구의 잘못도 아닌거니까, 내가 참아야 하느니라~ )



아무튼 나는 한가로운 말을 구경하러 간 것이니까,말에 집중 하자구!














말 구경을 잘 했다. 사실 '돌고래'도 보고 싶었는데, 오늘은 돌고래가 나타나지 않았다. 옛날에 플로리다에서는, 바다에서 헤엄치다 보면 멀리 돌고래들이 보였었는데... 그리운 플로리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7. 22. 02:37
워싱턴에서 180마일정도 동쪽으로 달리면 오션 시티라는 대서양 연안의 휴양지가 나오는데, 그 인근에 Assateague 라는 섬이 있다.  이곳은 한마디로 '말(馬) 섬' 이라고 할만하다. 야생 말 300여 마리가 살아가는 섬이다.  엄마에게 이 섬을 보여드리기로 했다. (나도 말로만 듣고 처음 가보는 곳이다.)

새벽에 일어나서 밥을 짓고, 씻고, 먹을것좀 챙기고 이럭저럭하다가 나가서 주유소에서 개솔린을 채우고, 출발한 시각이 5시 45분.  목적지인 섬에 도착한 것이 9시 정각.  논스톱으로 세시간 15분만에 189마일 거리를 달려 갔다.

애나폴리스 베이 브리지 가는 길에 찬홍이가 찍은 아침 해. 여섯시 반쯤이었나보다.


이윽고 펼쳐지는 바닷가 습지대의 초원.



우리가 도착한 곳은 Chincoteague 섬의 유람선 선착장.



선착장에 피크닉 테이블이 있길래, 준비해간 도시락을 펼쳐놓고 늦은 아침을 먹었다. 수박, 아침에 지은 밥, 단무지와 초고추장, 김, 찐호박, 피칸 파이. 저 수박은 내가 거의 다 아작을 냈고, 찬홍이와 엄마는 밥을 먹었다. (요즘 나는 거의 수박 도깨비이다. 하루에 평균 한통의 수박을 먹어치우고 있다. 찬홍이의 일상은 매일 나가서 수박을 한덩이씩 사갖고 오는 것이다.)


일인당 43달러를 내고 타는 유람선. 이 작은 배를 타고 섬 주위를 돌면서 말이나 새, 그밖의 자연 관찰을 한다.
나는 언라인으로 승선비를 모두 내고 영수증을 프린트 해 갔는데, 선장은 스마트폰을 뒤지더니 내 이름을 확인하고 만다. 영수증따위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좋은 세상이다.)








이 알록달록한 보자기는 테이블보도 되고, 담요도 되고, 만능으로 사용하는데, 몇해전 스미소니안 마프리칸 박물관에서 기념품으로 구입한 것이다. 아프리카의 여인들이 손바느질로 만든 것이라고 하는데, 원래 용도는 아프리카 남자들의 '치마'라고 한다. 키가 커다란 아프리카 남자들이 이 보자기를 허리에 두르고 서있는걸 상상하면 되겠다.  우리는 이걸 야외 테이블보로 사용하고, 바닷가에서 아프리카 놀이를 했다.




배가 떠나기를 기다리며 놀이에 열중하고 있는 찬홍이와 나. (엄마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무관한 표정.)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7. 19. 11:51


워싱턴 디씨에 한국 정원이 잘 가꿔진 저택이 있는데, 그 댁 안주인의 배려로, 오후에 엄마 모시고 가서 정원구경도 하고, 밥도 얻어 먹고 왔다.  엄마는  미국에도 이런 한국 정원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엄마를 정성껏 대접한 안주인의 사려깊음에 깊은 감동을 받으신 듯 하다. (찬홍이는 할머니 덕분에 덩달아 인생공부 제대로 했다. 왜냐하면 그댁 안주인께서 인생에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들을 많이 해주셨기 때문이다.)





비밀의 화원처럼 숨겨진 정원을 신나게 돌아보고 있는 엄마와 나, 그리고 찬홍이. 


한국탑에서는 탑돌이를 하면서 각자 소원을 빌기도 했다. 나의 소원? 나의 소원은 '통일'이다. 아니, 내 말은, 그러니까, 이런데서 탑돌이 하면서 소원을 빌을 때는 그래도 양심상 좀 공공의 이익에 부합되는 원대한 소원을 빌어야 하는것 아닌가...


 

우리를 맘껏 뛰놀게 내버려둔 이댁 안주인의 사려깊음에 감사 드린다. 이 세상에 우리 셋만 있는듯한 호젓한 시간이었으니까.








엄마에게 특히나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다.  





아무래도 늙으신 엄니가 딸의 온갖 행패와 구박을 꾹꾹 참으면서 착하게 세상 구경을 하는것을 보고 주위분들이 엄니에게 좋은 구경을 시켜드리려고 작정을 하신듯 하다.  오늘의 구경을 위해서 음으로 양으로 마음을 써주신 분께 감사를 보내드린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7. 18. 09:10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7. 17. 00:28


토요일. 오늘은 찬홍이가 태권도장에 가야하고, 저녁에 나가야 하는 바쁜 날. 그래서 오늘은 아침에 알링턴의 카삿 카페로 나들이를 했다.  벽에 지역 화가들의 그림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엄마가 특히 좋아하는 곳.  오전 아홉시.

엄마를 위해서는 프렌치 토스트. 내것은 수란에 감자, 과일을 곁들인것. 찬홍이는 -- 소세지 요리.




엄마의 접시를 보시라~ (미국 생활 25일만에 미국 할머니가 다 되셨다.)


길거리 늑대그림이 그려진 광고판이 예뻐서. (사랑스러운 바보 늑대.)



삭당에서의 엄마의 옷차림과 현재의 옷차림에 차이가 난다.


바로 이 옷가게에서 엄마가 옷을 하나 사셨다. 현재 입고 있는 옷. (피카소 그림중에서 핑크 시대의  삐에로를 연상시키는 무늬와 색감이다).

전에 엄마 모시고 카삿 카페에 왔을때, 이웃의 옷가게 구경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엄마가 이 옷을 무척 탐을 내셨다. 내가 보기엔 옷에 비해서 값이 터무니 없어 보여서, '다른데 가면 더 좋은것 많으니까 참으시라'고 했었다.  그런데  오늘 보니 이 옷이 40% 할인하는 옷걸이에 걸려있었다.  (그 값이면, 뭐, 여전히 좀 비싸지만, 그래도 살만하네~)  그래서 이 옷을 사게 되었다.  돈이야 엄마 돈 엄마가 쓰시는것이고, 나는 코치만 하는거다.  엄마는 입고 싶던 옷을 사서 만족. 나는 할인가에 사서 만족. 우리 모두 만족~

즐거운 인생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7. 17. 00:16



2011년 7월 15일 금요일. 리버벤드 파크.  유은렬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7. 16. 01:12




엄마는 아침 해가 뜰때의 색깔과, 한낮의 해와 해가 넘어갈때의 해의 색깔이 모두 각기 다른 이유를 잘 모르신다.  왜 어떤 사람은 해를 빨갛게 칠하고, 어떤 사람은 해를 노랗게 칠하는지, 무엇이 정답인지 내게 물으신다. (난감하도다).  그리고 마침내는 왜가 어떻게 뜨고 지는건지 물으신다.  엄마 눈앞에 지구본이 있어도, 엄마에게 지구는 평평한 세상이다.  그리고 동쪽에서 해가 올라와서 서쪽으로 내려가는거다.

저녁을 먹고나서 한가롭게 앉아있는 내게 이런 질문을 하시길래, 마침 눈앞에 지구본과 플래시가 보이길래. 엄마를 앉혀놓고 엄마 앞에 지구본을 놓고, 내가 커다란 플래시를 들고 서서 지구본을 플래시로 비추며 해가 뜨고 지는 원리를 눈앞에서 보여주었다. "해가 가만히 있는데, 지구가 빙그르 도니까. 해가 비추는 곳은 낮이고, 해가 안보이는 반대편은 밤이고. 그러니까. 지금 한국에 해가 비추고 있으니까, 여기 워싱턴은 그 반대에 있으니까 밤이지. 자 플래시는 가만히 있으니까, 엄마가 지구를 돌려봐."

엄마는 해와 지구의 관계를 눈으로 보면서 확인 하셨다. (제대로 알아 들으신것 같아 보였다.) 
"엄마를 집안의 태양이라고 그러지? 엄마는 중심이야. 해와 같은거야. 항상 빛나고 있어.  태양은 항상 빛나. 꺼지지 않아. 그리고 자식들은 지구처럼 태양을 중심으로 바삐 움직이는거야.  지구는 태양의 새끼야."


나는 지구나 태양이 별이라는 얘기를 해준다. 엄마는 이해가 안간다는 표정이다. 별은 저렇게 작고, 태양은 저렇게 크고, 지구는 이렇게나 크고 넓은데, 지구가 아주 작은 별이라니?  
"엄마 저기 저 밖에 저 나무 보여? 저 나무 진짜 그 앞에 가보면 우리 아파트보다 키가 큰 나무야.  그렇지?  그런데 여기서보면 저 나무는 아주 작아보이고, 나는 아주 커보이지?  나는 가까이에 있으니까 커 보이는거고, 저 나무는 멀리 있어서 아주 작아보이는거야.  그러니까 별이 작아보이는 이유는 아주 아주 아주 멀리서 빛나고 있기 때문이야.  지구의 엄마는 태양이지만, 사실은 태양에게도 엄마별이 있어. 태양도 결국 어떤 별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을거야.  우주는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어."

엄마는, "아유, 무서워. 우리가 그런 속에 살고 있는거니?  그러면 우리가 사는 지구를 잘 지켜야 하는거구나. 지구를 어떻게 해야 지키니?"

나는 픽 웃으면서, "엄마 그래서 환경보호론자들이 운동도 하고 그래~ 그래서 '환경보호'를 해야 하는거지." (엄마는 지구와 환경보호의 관계를 이제 이해하는 눈치이다.)

엄마는 해와 달이 어떤 관계인지 묻는다. 해는 낮에 뜨고 달은 밤에 뜨니까 둘다 아주 큰 별인가보다고 생각하신다.  그래서 나는 다시 물체와 거리와 시각의 문제를 설명해준다.  작은것도 가까운것이 커보이고, 큰것도 멀면 작아보이고.  그런식으로 해와 지구와 달의 관계를 설명한다. 엄마는 한가지 원리는 제법 정확히 이해하시는것 같다: 달의 엄마는 지구, 지구의 엄마는 해. 지구는 해의 새끼, 달은 지구의 새끼. 지구에게도 새끼가 있군. 저렇게 큰 달이 지구의 새끼군!


이제 엄마는 "그런데 달은 왜 맨날 사람을 따라다니니?"하고 묻는다. 하하하. 그래서 나는 다시 지구본에 플래시를 비춘다. 플래시를 멀리서 가까이서 비춰본다. 플래시를 멀리서 비추면 지구의 절반이 달빛을 받게 된다. 플래시를 가까이서 비추면 일부분만 빛을 받게 된다. 

"엄마, 엄마가 이 지구위에 대한민국, 그 속에서도 일산에 살고 있어. 이 지구본에서 일산을 찾기가 힘드니까 그냥 서울이라고 치자고. 서울 여깄지. 이 먼지만한 점이 서울이야.  이 먼지만한 서울 속에 먼지보다도 작은 인간이 꼬물꼬물 걸어가고 있어. 엄마, 인간이 몇시간을 걸어도 그 움직이는 것이 보이지도 않을거야. 그렇지?  달에서 보자면 인간이 제자리에 있는것처럼 보일거야. (엄마, 끄덕끄덕)  바로 그거야. 인간이 걷는 걸음으로 아무리 걸어봤자, 달하고 인간의 거리가 별로 변하는게 없어.  그러니까 달이 따라오는것처럼 보이는거야.

만약에 엄마, 이 지구위에 아주 커다란 거인이 있어서, 거인이 달빛 아래서 성큼성큼 걸으면, 세걸음만에 거인은 달빛 밖으로 가버릴걸. 그 거인은 달이 따라온다는 생각을 안 할거야.  달과 거인의 거리가 변하니까.  (엄마, 끄덕끄덕).


엄마는 사람들이 이런것을 어떻게 알아냈느냐고 묻는다. 
"엄마처럼 이런것이 궁금한 사람들이 있었어. 그런 사람들이 질문을 하고 답을 찾고 그러면서 알게 된 것이지. 그러니까, 엄마도 아주 위대한거야. 모르는것에 대해서 질문을 하는게 중요해. "

나는 엄마가 무식해서 한심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엄마 자식이고, 엄마는 나를 낳아 키웠으니까. 엄마가 모르는것은 내가 설명 해 드리면 되는것이니까. 나는 엄마가 아직도 뭔가 질문을 던지는 사람인것이 자랑스럽다.  내가 모르는것은....나도 공부해야 하는거지.  어차피 달에서 보기에 엄마의 지식이나 내 지식이나 차이가 없어보일걸. 하하하. 내 눈에도 달이 나를 따라오는것으로 보이기는 마찬가지이니까. 하하하. 지식은 ...허망한거다. 어차피 지식은 허망한거다... 하지만 지식은 달콤한 사탕처럼 달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사탕이 필요하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7. 15. 01:36



메트로폴리탄에 로댕의 '칼레의 시민'이 있다.  높다란 유리벽 너머로 뉴욕 센트럴파크가 펼쳐져 있다. 이 조각품 왼쪽에 카페가 있다.

작품 칼레의 시민의 배경이 되는 역사가 있다. 백년전쟁 당시에 영국군이 프랑스 칼레지방을 정복한다. 칼레 시민들은 완강하게 저항하다 패배하고 마는데, 영국의 에드워드 3세는  저항이 심했던 칼레 지방 사람들이 괘씸했을것이다. 그는 칼레의 모든 사람들을 죽이고 싶어했다.  하지만 주변의 만류도 있었고, 결국  칼레를 대표하는 여섯명을 처치하겠다고 했다.

누가 칼레를 위해 죽을 것인가? 

이때 칼레의 어느 귀족이 '내가 죽겠다'고 자원하고 나섰다.  그러자 칼레의 고위 귀족들이 차례차례 나섰다. 여섯명의 자원자가 나타났다.  결국, 에드워드 3세는 이 여섯사람을 방면하고, 칼레의 시민 어느누구도 희생당하지 않았다.

'귀족정신'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사례가 될 만하다. (아무나 이런 행동을 할 수 있는것은 아니다.)

이야기도, 로댕의 작품도 모두 감동적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나를 감동시킨 것이 있다.

나는 이 작품앞에서 엄마에게 별다른 설명을 안하고 그냥 지나쳤다. 엄마도 별 말 안하고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내가 휠체어를 미는대로 그냥 가만히 지나가셨다.

그런데, 나중에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앞 계단에서 스케치를 할때, 엄마는 이 칼레의 시민을 스케치를 하셨다. 여섯명의 사람이 모여 서 있는 그림.  "엄마,, 근데 이건 뭐야?" 내가 이 사람들의 정체를 모르고 엄마에게 묻자, 엄마가 말했다. "그 조각있쟎아. 사람들이 서 있는 조각. 그 사람들이 여섯명이 서 있었어. 그치?"

엄마는 제목도 모르는채로 그 여섯명의 사나이를 기억하고 있었다. (난 사실 칼레의 시민이 여섯인지 다섯인지 기억을 못하고 있었다.)  엄마는 이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채로, 이것을 선명하게 떠올리고 있었다.  (이 대목에서, 나는 엄마가 뭘 모른다거나, 무식하다거나, 딴소리만 해 댄닫거나, 내 말귀를 못알아듣는다고 단정할수 없다는 것을 자각하게 된다.)  엄마는 분명, 내가 못보는 - 모르고 지나치는 것들을 보고 있다.

나는 엄마에게 작품 칼레의 시민의 배경 이야기를 해 드린다.  엄마는 내가 해 드리는 얘기를 기억할까? 알수 없는 노릇이다. 엄마는 자신의 스케치에 칼레의 시민이라고 적어 놓았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7. 14. 09:35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7. 14. 09:02




집으로 돌아오기 위하여 공원 입구로 차를 모는데 눈앞에 아기 사슴 한마리가 한가롭게 나타났다.  가만히 차를 세우고 내가 카메라를 가지고 다가가도 사슴은 도망가지 않았다. 아기사슴은 오히려 신기하다는 듯 나를 자세히 보기위해 다가오기까지 했다. 그래서 이 아기사슴과 그 어미를 동영상으로 촬영할 수 있었다.






사슴 촬영을 마치고 다시 천천히 차를 모는데, 이번에는!  곰 한마리가 한가롭게 길가에 나타났다. 숲에서 나와서 차가 다니는 기슭으로 혼자 산책을 나온것 같았다. 곰은 내 차를 발견하자 다시 숲으로 가서 몸을 숨기더니 움직이지 않고 내 차를 바라봤다.  곰이 내 앞을 어정거리는 동안 나는 차를 세우느라고 카메라를 잡을 수가 없었다.  내가 카메라를 집어 들었을때 곰은 이미 나무 그림자로 숨은 후 였다. 내 육안으로 보이는 곰을 차창을 통해 카메라로 잡았는데, 상태가 좋지 않아 곰의 윤곽을 잡아내기 어렵다.  하지만 사진 중앙에 곰의 코를 비롯한 얼굴 형상이 보인다. (숨은그림 찾기).

내 일생에 '야생 곰'을 두눈으로 보기는 오늘이 처음이다. 그것은 엄마와 찬홍이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오늘은 우리 세명에게 아주 운이 좋은 날 인것 같다.

단지 눈앞에서, 살아있는 곰을 봤다는 것 만으로도 오늘은 기분이 참 좋다. (그것을 엄마와 함께 봤다는것도 아주 자랑스럽다. 엄마도 아주 좋아하셨으니까.)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7. 13. 20:50


오후 다섯시, 미술관을 출발한 이후에, 조수석에 앉아있던 엄마가 엄마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 

내가 운전을 해야 하므로 차창밖의 생생한 거리 풍경 사진을 찍을수가 없어서 엄마한테 숙제를 드렸다, "엄마, 한번 저 풍경을 찍어봐!"

엄마는 서툴지만 그럭저럭 창문 유리에 카메라를 갖다 대고 열심히 사진을 찍으셨다.




뉴욕의 아름다움은, 번쩍거리는 초고층 건물들 사이사이로 낡은 건물들이 삐뚤빼뚤 채워져 있고, 그 사이 좁은 길을 활기차게 걸어가는 사람들.














링컨터널 표시판이 보인다. 링컨터널을 통과하면 맨하탄을 빠져나와 뉴저지로, 남쪽으로 달리게 된다.





링컨터널을 빠져나와 뉴저지의 고가 차도에서, 멀리  맨하탄이 눈에 들어온다. 신기루처럼 아쉽게 아쉽게 우리 시야에서 멀어져가는 도시.



오후 여덟시 반 쯤, 델라웨어 강을 건너면서 강 건너로 붉고 둥근 해가 지는 것을 보았다. 엄마가 사진을 찍겠다고 카메라를 켜는 사이에 (엄마가 서툴게 카메라를 들고 쩔쩔매는 사이에) 해가 '꼴까닥' 넘어가고 말았다. (아쉬움.)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7. 13. 12:46

여러시간 쉬지 않고 미술관을 둘러보고 세시쯤, 느지막히 미술관의 전망좋은 레스토랑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센트럴파크가 바로 창밖에 펼쳐진 곳에 식당이 있었고, 식당 통로에는 로댕의 '칼레의 시민' 조각상이 있었다. 음식 값이 '배가 아프게' 비쌌지만, (그래 좋다, 전망 좋은 자리 값이다...) 이러고 그 비싸고 맛도 없는 음식을 사 먹었다. (나만 갔으면 이런거 안 사먹을텐데, 엄마에게 이런 멋진 식당에서의 점심 식사, 그 추억을 만들어드리고 싶었다. )

엄마도 사실은 이 파스타에서 '미국냄새'가 난다고 많이 안드시고 찬홍이에게 다 주셨다. 그리고는 식전에 제공된 맨빵을 잡수셨다.  하하하.



식사를 마치니 오후 네시.  지하 차고에서 전시장으로 집접 들어온터라, 엄마가 정문 풍경을 못 보셨다. 그래서 정문으로 나가서 계단에 앉아서 한시간 가까이 사람 구경을 하며 보냈다.  늘 그러하듯, 정문 앞에서는 악사들이 연주를 했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그림처럼 알록달록 했다. 늘 그러하듯 관광객들중에 애국심 드높은 한국인이 악사에게 팁을 듬뿍 준듯, 애국가가 흘러나왔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갈때마다 나는 거리의 악사가 연주하는 애국가를 듣는다).  뉴욕 한가운데서 들리는 애국가에 대해서 나의 기분은 좀 복합적인데, (1) 애국가를 들으니 반갑네  (2) 그런데 꼭 여기서 애국가를 연주해야 직성이 풀릴까? 난 차라리 뉴욕 한복판에서 '섬집아기'라던가 혹은 '동백아가씨'같은 노래가 나오는 것이 훨씬 분위기 있고 정감이 있으며, 그래서 더욱 고국을 사랑하는 마음이 들거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하여간에 공짜로 음악을 듣는 처지이므로  고마울뿐이다.




단체로 노래를 하는 가수들도 보이고


핫도그를 사 먹기 위해 길게 줄 지어 선 사람들. (엄마가 안계셨다면, 찬홍이와 나도 여기서 각자 핫도그와 프레첼 같은것을 사 먹고 점심을 때웠을것이다.)




바람을 쐬면서 스케치를 하는 유여사.




7월의 햇살.


오후 다섯시에 미술관을 출발하여. 밤 열시반에 집에 무사히 도착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해가 붉게 지는 것도 보았고, 달이 떠서 따라오는것도 보았다.  무탈하게 뉴욕에 다녀와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7. 13. 12:31



이천여년전 그리스의 조각들을 보면, 그리고 당시에 피어나던 철학과 과학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참 인간이 매력적인 존재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름답지 않은가...
(엄마가 무릎에 덮고 있는 것은, 몇해전에 내가 손바느질로 만들었던 조각이불(양면 조각보)이다. 내가 엄마를 모시고 다니다보니, 미국의 실내가 서늘해서 휠체어에 가만히 앉아있는 엄마에게는 추운 느낌이 든다.  나는 움직이니까 덥지만, 엄마는 춥다.  그래서 내 카디건을 늘 갖고 다니다가 덮어 드리는데, 오늘은 아예 그 조각보를 챙겨갔다.  야외에서 밥먹을때는 식탁보로 사용하고, 추울땐 덮개로 사용하고, 외출에서 돌아오면 후루룩 빨아 널면 그만이다.  엄마는 '이것을 어떻게 만든거냐'고 꼬치꼬치 물으시는데, 내심 그것이 탐이 나시는 눈치이다.  뭐, 엄마가 좋다면 내것을 드려도 되고, 내가 새로 하나 만들어서 드려도 되고...




그런데 사천여년전의 이집트 예술 쪽으로 넘어가게되면 경이를 느끼게 된다.

사천여년전의 나일강변의 사원을 그대로 맨하탄 한복판에 옮겨다 놓았다.  배포한번 크다. 금싸라기같이 비좁은 맨하탄 한복판에 이집트의 사원이라니...





스핑크스를 보니 집에 두고온 왕눈이 생각이 난다. (불쌍한것 혼자 온종일 나를 기다리고 있겠구나...)



엄마는 아무래도 엄마가 익숙하게 보아온 인상파 화가들 시절의 그림들 앞에서 기쁜 표정이었다. 모네의 수련꽃을 무척 반가워하셨다.



엄마에게 추상미술은 난해한 개념이다... 추상미술을 하겠다고 덤벼들기는 했는데...그런데 대체 추상미술이라고 하는 것들은 왜 이렇게 가지각색이고, 왜 딸년은 여기 있는 모든 것을 추상미술이라고 하는건지 도통 알수가 없는 것이지...





아무 그림도 안그리고, 그냥 색만 칠해놓은것도 그림이라고 딸년은 종알거리는데, 이것이 어째서 그림인걸까?  알수가 없는 노릇이다. 이런거라면 누군들 화가가 못되겠는가?  유여사는 아무것도 그리지 않은 그림 앞에서 난감해지는 것인데...



갈수록 태산, 도무지 이것들이 다 무엇이란 말인가?




뭐 대략 이렇게 몇시간을 돌아다녔다는 것이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7. 13. 12:17



새벽 세시에 일어나서 밥 짓고, 초밥 싸고, 먹을 것 챙기고, 이럭저럭 하다가 아침 다섯시에 뉴욕을 향해서 출발했다. 
 


가던 중간에 델라웨어에서 아침 식사.

점심은 뮤지엄 식당에서 사 먹고, 저녁은 아침에 챙겨간 것으로 해결했다 (그래도 밥과 과일이 남았다.) 넘치는 준비정신이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