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7'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22.07.14 헬로우 백남준
  2. 2022.07.14 버리기
  3. 2022.07.04 [책] Flipped
  4. 2022.07.04 [책]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카테고리 없음2022. 7. 14. 09:30

내가 미국미술을 개인 프로젝트로 정하여 공부하기 시작한 것이 언제였더라? 2009년쯤이 아니었을까? 그로부터 십 몇년이 흘렀고, 나의 미국미술 탐구는 내가 한국으로 돌아온 후에는 중지된것처럼 보인다. 전에는 빠삭하게 외우고 남들에게 설명할수 있던 것들도 지금은 '나도 기억이 안나고, 처음부터 알지도 못했던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런데, 가을에 나는 백남준을 만나러 간다. 경기도 용인에 백남준 아트홀이 있고, 나는 학생들을 이끌고 그를 만나러 간다.  그리고 나는 백남준에 대한 강의를 하려한다. 물론 아트홀에 학예사들이 있으니 전문적인 강의는 그분들이 맡으시겠지만 - 프로그램을 만들어낸 나 역시 준비를 하기로 한다. 그래서 지금부터 슬슬, 그에 대한 공부를 다시 하고 강의 자료를 만들어내려고 한다. 

 

나는 '예술'에 대하여 논할 정도로 전문가가 아니다. 잘 안다. 나는 예술에 대한 논의가 아니라, 백남준의 신화를 얘기하게 될 것이다. 한국땅에서 태어나 어느 시점에 세계를 뒤 흔든 예술가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게 될 것이다. 미국인이 된 그의 작품에 숨어있던 한국인 유전자의 코드들을. 그를 우리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나 혼자 공부한 것이 아주 헛된 일은 아니었어.  이 수업을 위해서 아주 오래전부터 나는 미국의 미술관들을 쏘다니고 있었던 것인지도 몰라.  하나님은 나에게 어떤 계획을 세우셨던 것인지 가끔 궁금해지기도 한다. 

Posted by Lee Eunmee
카테고리 없음2022. 7. 14. 09:24

집으로 돌아온 후 나는 매일 책을 내다 버렸다.  장을 보러 갈때 끌고 나가는 바퀴달린 박스 - 그 플라스틱 박스 가득히 집에 쌓여 있는 책을 담아, 재활용폐기장에 내다 놓았다.  중고서점에 갖다 주면 돈을 좀 받겠지. 인근 도서관에서는 책을 기증해 달라는 현수막을 걸어 놓았지만, 내게는 책을 기증하러 돌아다닐 마음의 여유가 없다. 나는 극도로 피로하다. 기증하고 남과 나누고 이런 과정조차 내게는 힘드는 일이다. 그래서 그냥 재활용폐기장에 갖다 쌓아 놓았다. 많은 양이 빠져나가자 비좁던 거실이 다수 숨통이 트인다.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읽고 쌓아둔 책이 아니라, 그것이 빠져나간 빈 공간을 차지하는 '신선한 공기.'  어느날 재활용장 관리하시는 아저씨가 내가 내다 놓은 책에 대하여 뭐라고 불만을 표시한다. 폐지보다 처리하기가 어렵다고 툴툴댄다. 그 분과 상대하기도 귀챦아서 책을 내다 버리는 일을 멈춘다.

 

나는 매일 장을보러 갈때 끌고 나가는 바퀴달린 박스, 그 박스가득 헌 옷을, 아까워서 버리지 않고 쌓아두던 플라스틱 반찬통들, 굴러다니는 선물받은 텀블러등, 집안을 채우고 있는 물건들을 담아서 내다 버린다. 쓰레기 역시 발생하는 즉시 내다 버린다. 신촌살이 하는 동안 냉장고 안에서 서서히 곰팡이 슬어가던 것들도 이제 대체로 정리되었다.  그럼에도 매일 냉장고에서 폐기물들을 찾아낸다. 나를 기다리다 썩어버린 것들. 미안. 네 잘못이 아니다.  내가 집에 올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안녕 잘가라.  뭔가 집에서 끄집어 내다 내다버릴때 나는 한결 내 삶이 가벼워짐을 느낀다.  이것도 스트레스 해소에 아주 좋은 것 같다. '도대체 이 많은 물건들을 왜 쌓아 놓은 것일까?  아무리 아무리 내다 버려도 왜 집은 여전히 비좁고 답답한가?  내가 정리를 잘 못해서인가?' 이런 생각에 빠지기도 하지만 개의치 않는다. 나는 오늘도 뭘 내가 버릴것인가 잠시 생각에 잠긴다. 

 

오늘은 기도하다 말고 연구실을 둘러본다. '내 저것들을 다 내다 버리리라' - 하며 몇가지 명백히 버려야 할 것들을 가늠해낸다. 

 

내 집이 텅 빌때까지, 내 연구실이 텅 빌때까지, 나는 매일 뭔가 정리하여 내다 버릴 것이다. 그자리를 헛헛한 공기와, 그리움과, 기도로 채우고 나는 어느날 증발 되기를 바란다. (죽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아침이슬처럼 이 지상에서 사라지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나는 나의 집을, 나의 연구실의 '기도의 집'으로 만들 생각에 잠겨있다.

 

 

 

 

 

 

 

Posted by Lee Eunmee
카테고리 없음2022. 7. 4. 17:29

 

 

 

Flipped. 케이블 tv 어딘가에서 이 영화를 방송해 주었다.  예고편도 봤기 때문에 기대를 안고 이 영화를 보기 시작했는데, 그 날 너무 피곤해서 영화를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잠이 들고 말았다.  영화를 놓치고 말았다.  내용이 궁금하여 검색을 해보니 원작 소설이 먼저 있었다고 하길래, 청소년 소설인 원작 소설을 ebook 으로 사서 단숨에 읽었다. 

 

오호! 이렇게 쉽게 잘 읽히면서 재미있고 좋은 책이 있었다니! 

 

책을 읽으면서 - 미국 남부에서 중학생 시절을 보낸 두 아들을 생각했다. 아들들이 보고 싶다. 하지만 올 여름엔 내가 자리를 뜰수가 없구나.  그래서 조금 슬프다. 한국에서 6월 7월을 보내기는 15년만이다. 그 6월이 고단하게 지나갔고 - 7월에는 쉬고 싶다.  

 

* 책을 읽는 내내, 남자애 아버지 역할을 Steve Busemi 가 하면 잘 했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버지 캐랙터 정말 특이하고 귀여웠는데 내 머릿속에서는 스티브 부세미의 표정이나 목소리가 뱅뱅 돌았었다. (영화 보고 싶다). 

Posted by Lee Eunmee
카테고리 없음2022. 7. 4. 17:21

 

 

Ebook 으로 살만한 것이 뭐가 있을까, 아무 생각없이 그냥 검색을 하다가 순전히 '제목'과 초록색 북커버 이미지에 꽂혀서 주문하여 읽은 책.  '여름의 서정'적인 그런 소설이 아닐까 상상하고 골랐으므로 - 처음에는 '아, 앗. 이게 아닌데...웬 건축 이야기?' 이런 뜨악한 기분이 들었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고요한 늪'같은 이야기에 빨려 들어가면서 책을 다 읽을 때까지 손에서 뗄수가 없었다. 그리고 결론은 - 책 제목과 북커버 이미지가 나를 속이지 않았다. '부합한다'는 것이다. 

 

나의 고난의 시간을 위로해 준 책. 

 

말해지지 않은 이야기가 70% 된다는 느낌. 그 말해지지 않은 이야기는 나의 상상속에서 빙글빙글 맴돌것이다. 바로 그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건축가가 정성껏 집을 지어놓았다 해도, 그 집을 완성시키는 것은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일 것이다.  소설가가 정성껏 쓴 소설 역시, 그 소설을 완성시키는 것은 '독자의 상상력'일 것이다. 

 

그런 이유로, 소설에 등장한 인물들이 아직도 내 가슴에 남아서 뭔가 내게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한다. 가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리라.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