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Column2011. 2. 9. 21:18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1152931

‘Clean up after your dog.’ 미국의 거리를 걷다 보면 이러한 표지판을 만나게 된다. 개를 끌고 나온 개 주인들에게 개똥을 치우고 가라는 메시지이다.

나는 7년 전에 플로리다의 어느 동물 보호소 (Animal Shelter)에서 개를 한 마리 데려왔는데 지금도 가족처럼 지내고 있다. 버려진 개 한 마리를 입양하여 사는 동안 우리 가족들은 그 개로부터 많은 위안을 받았다. 남의 나라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나와 아이들이나 버려진 개나 서로에게 의지처가 필요했으리라. 엄마가 집을 비운 동안 텅 빈 집에 돌아온 아이들을 미칠 듯이 반겨주는 우리 개는 하늘이 보내준 천사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개를 키울 때 불편한 점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단 정기적으로 건강 검진 및 예방접종도 실시해야 하고, 목욕도 자주 시켜야 한다. 개를 데리고 여행을 할 때는 호텔에서 개의 입실을 허용하는지 ‘Pet Allowed’ 표시가 있는지 확인을 해야 한다. 부가적인 요금을 요구하는 호텔도 많다. 셋집을 얻을 때도 역시 개를 데리고 입주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현재 세들어 사는 아파트에서도 개가 있다는 이유로 렌트비를 50달러씩 매달 꼬박꼬박 더 내고 있다.

이런 금전적인 것 외에도 매일 거르지 않고 해야 하는 일이 있으니, 아침저녁으로 산책을 시켜서 용변을 밖에서 해결시켜줘야 한다는 것이다. 전에 개인주택에 살 때에는 뒷마당이 넓어서 개가 알아서 해결했는데, 지금은 3층 아파트에 살고 있으므로 아침저녁으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우박이 쏟아지거나 개를 끌고 나가야만 한다.

개를 끌고 산책하다가 난감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가령 내가 깜박 잊고 개똥 치울 비닐봉지를 안 들고 나갔는데 개가 실례를 할 때, 또는 봉지를 하나만 갖고 나갔는데 그날따라 개가 두 번씩이나 일을 볼 때 여분의 봉지가 없는 것이다. 이럴 때 개 주인들은 어떻게 할까? 솔직히 고백하건대, 주위를 살피고 나를 지켜보는 시선이 없음을 확인하고, 마음 속으로 ‘저의 죄를 사하여 주옵소서’ 외친 후, 36계 줄행랑을 치는 수밖에.

우리 아파트 단지 몇 군데에 개똥처리용 쓰레기통과 봉지가 준비되어 있다. 그러니까 설령 봉지를 깜박 잊고 산책을 나갔어도, 근처에 있는 개똥처리 시설로 달려가 문제 해결을 하면 된다. 그럴 때는 여분의 봉지도 한두 장 뽑아가지고 개 줄에 묶어 만약의 사태에 미리 대비를 한다.

개똥 쓰레기통과 봉지는 개를 키우는 아파트 주민을 위한 편의시설이라고 볼 수 있는데, 개똥 치우는 일이 번거롭지 않고 가뿐한 일이 되고,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개똥을 치우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 간단한 편의시설을 볼 때면 나는 사회적인 장치들이 사람의 행동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미국에 와 처음 놀란 것이, 미국 사람들이 줄을 서는 일에 매우 익숙하다는 것이었는데, 알고 보니 어디에 가나 줄을 잘 서게끔 장치가 마련되어 있었다. 낮은 울타리나 줄을 쳐서 줄을 서도록 이끈다는 것이다. 이런 장치에 익숙해지고 줄서기에 익숙해지면, 사람은 그 장치가 없어도 습관대로 줄을 서게 된다. 이는 어찌 보면 미국 사람들이 유독 공중 도덕의식이 높은 선진 문명권의 사람들이라기보다는 줄을 잘 서도록 유도하는 사회적 장치들 속에서 습관 형성이 된 것 뿐이다.

그래서, 어떤 개인이나 사람들의 행동을 평가할 때, 사람만 평가하면 우리는 큰 그림을 놓치는 실수를 범하게 될 수도 있다. 그 사회가 사람에게 제대로 된 장치를 제공했는가도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입춘도 지났고, 이제 꽃피는 봄이 멀지 않다. 날이 풀리면 사람들과 애완동물들의 산책 시간도 길어질 것이다. 개를 끌고 나가실 땐 비닐봉지를 두 장쯤 개 끈에 묶어가지고 나가시는 것을 잊지 마시길. 일단 습관 형성이 되면 이런 일들이 전혀 불편하지 않고 상쾌한 일이 될지도 모른다.

이은미

추가: 왕눈이가 배변 포즈를 취할때 비닐 봉지를 엉덩이 부분에 갖다 놓으면, 똥이 봉지로 투하되기 때문에 똥을 주울필요도 없이 그냥 봉지만 오무리면 작업은 끝난다. 옛날에 아이들 키울때도, 아이들이 배변 신호를 보낼때 배를 쓸어주면서 휴지를 기저귀 위치에 깔아 주면 휴지위에 배변이 되었으므로 똥기저귀를 빨 일이 줄어들었다. 배변 훈련이 이미 유아기부터 진행된 것이다.  그러니까, 개똥도 사실 주인과 박자가 정확히 맞으면 아주 간단한 일인데...이런 경지에 오르기 위해서는 애정과 관찰이 필요하다.  만사는 애정과 관찰이라...껄껄~

Posted by Lee Eunm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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