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Walking2010. 8. 30. 00:48

매일 매일 해가 짧아지는 것을 목도하게 됩니다.

요즘은 아침 여섯시에도 밖이 컴컴해서, 나가기가 약간 무섭습니다.

여섯시 반쯤 되면 환해집니다.

 

오전 여섯시 오십분인데, 아침 안개가 자욱합니다.

이곳은 전에 기찻길로 사용되던 다리입니다. '아리조나 철교'라고 내가 이름붙인 다리입니다.

워싱턴의 조지타운 하버에서 메릴랜드주까지 이어져있는 11마일 초승달 트레일 (Capital Crescent Trail) 길의 일부입니다. 하버에서 출발하면 3.5 마일 거리쯤에 이 다리가 있습니다.  나는 이 다리 건너 언덕위에다 차를 세워놓고 산책을 시작하므로, 포토맥에 갈때마다 이 다리를 건넙니다.

 

다리위에 가로등이 켜져있는것이 보입니다.

이 가로등을 볼때마다 흐뭇한 기분이 듭니다.

 

처음에 이다리에는 등이 없었습니다. 밤이면 오직 달빛에 의지할수 있었습니다.

그런대 이태전부터 다리에 등불을 매다는 공사를 했습니다.

(미국에서는 공사 시작했다 하면 일년은 그냥 갑니다. 참 느린 사람들 입니다.)

등불을 다 매달고도 불이 들어올 생각을 안해서, 또 한 반년이 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봄부터 등불이 켜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이 등불은 밝은 대낮에만 켜져있다가, 해가 지면 꺼졌습니다.

환할때만 켜지는 등불.

어두워지면 꺼지는 등불.

(...이거 지금 뭐하는건가요?)

그래서, 한심해서 하품을 하면서 지나치다가,

지난 4월인간 5월 어느날, Capital Crescent Trail 관리팀을 웹에서 찾아내가지고, 이메일을 보낸적이 있습니다.  그때, 훤한 대낮에 등불이 켜진 사진을 첨부해서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뭔가 잘 못 된 것 같으니 시정되었으면 좋겠다고 정중하게 글을 적었지요.

담당자에게서 곧 답신이 왔습니다. 관계자에게 연락하여 조치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후에, 이사하고, 한국 다녀오느라 포토맥에 통 못 나갔었는데

7월에 포토맥에 갔을때, 아이들과 산책을 하고 밤에 돌아오다가

다리에 등불이 환하게 켜져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제가 이메일로 부탁 한 것을 담당자가 잘 처리해 준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이 등불을 볼때마다,

마치 내가 등불이라도 켠 것 모양, 기분이 좋아집니다.

 

 

 

 

강변에 아주 아주 큰 나무가 나란히 서 있는데

줄기가 온통 칡넝쿨과 담쟁이로 덮여있습니다.

이 광경을 보면 무슨 생각이 날까요?

이곳은 '천국의 거울'이라고 내가 이름 붙인 곳입니다.

멀리서 보면

마치 영화 '반지의제왕'에 나올만한 장면 같은데

거대한 거울이 있어서

그 거울 속으로 들어가면 다른 세상이 존재 할 것 같지요.

천국의 거울은 올해에도 여전히 잘 있습니다.

 

 

 

 

 

사진 왼쪽에서 아침 햇살이 비쳐들어오고 있습니다.

 

 

 

 

Honeysuckle 입니다.

봄철에 주로 피는 종류도 있고

이 꽃처럼 늦 여름과 가을 사이에 피는 종류도 있습니다.

향기가 이른 봄날의 라일락처럼 향긋하고 진합니다.

찔레꽃처럼 무리지어 피어납니다.

 

 

조지타운에 인테리어 가게가 줄지어 서있는 곳이 있습니다.

이 가게에는 특히, 내가 좋아하는 예쁜 의자가 많이 선보입니다.

이 세개의 의자가 참 이쁘죠.

내가 들여다보고 서 있으니까,

역시 산책나온 두명의 신사도 내 옆에 나라히 서서 들여다보다가

"They are so cute~" 하면서 방긋 웃습니다.

이럴때 전혀 모르는 사람과도 마주 서서 웃게 됩니다. 공감하니까.

아름다운 8월의 마지막 일요일 아침 입니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