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Walking2010. 8. 9. 23:30

8월 1일부터 작심(?)하고 실시한 '학교 갔다 오기'를 9일간 쉬지않고 진행했다. (중간에 더 긴 코스까지 포함).

통계상, 9일간 39마일을 걸었으니까, 하루 평균 4마일을 상회한 걷기 기록이다.

(1마일은 1.6 킬로미터쯤 되니까, 하루 평균 4마일을 걸었다면 대략 6.4 킬로미터를 매일 걸은 셈이다.)

 

처음에 미국에 왔을때는 (2002년) 마일 개념이 낯설고 현실감이 없었는데

8년이 지난 지금 (지금 돌이켜보니 내가 미국에 온것이 2002년 8월 7일 이었던것 같다. 만 8년이 넘었군...)

내게는 '마일'개념이 좀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마일 개념이 구체화된 이유는, 자동차 여행을 하면서 미국의 도로가 모두 '마일'표시로 되어 있는것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은 시속 몇마일인가, 앞으로 몇마일을 가려면 얼마나 시간이 갈것인가, 내가 이정도 속도로 걷는다면 얼마정도 갈것인가, 이런 계산이 구체적으로 떠오른다.

 

내가 구글 맵으로 계산해낸 거리를 계산하면

내가 우리집을 출발하여 학교에 가서 트랙 세바퀴를 돌고 돌아오면 3마일의 거리이다.

나는 일주일간 트랙 세바퀴를 돌았는데, 그 후로는 네바퀴로 늘렸다.

오늘도 네바퀴를 돌았다. (네 바퀴중에서 실제로 뛰어서 돈것은 두바퀴 정도 이다.)

나는 시간과 체력이  허락된다면 트랙을 도는 횟수를 늘릴 생각이다.

(트랙을 달려서 도는 횟수도 늘여나가고 싶다.)

아무튼 내가 트랙을 네바퀴를 돌건 다섯바퀴를 돌건 나는 3마일로 일단 표시를 해 놓을것이다.

(이것은, 내가 나를 좀더 단련시키겠다는 의지 같은 것이다...)

 

사실 지난 9일간 매일 아침 운동을 나간 셈이지만, 나는 앞으로도 매일 빠짐없이 나갈수 있을지는 자신하지 못한다. 사실 나는 무척 게으르고 나태한 사람이다. 의지박약이고... 나는 나를 너무나 잘 아는고로 그것을 개선하려고 가끔 노력을 하는 편이다.  그래서 나는 약간 너그럽게, 일주일에 세번 이상만 운동을 나간다면 성공이라고 목표를 잡는다. 일주일에 세번이상으로 목표를 잡고, 그것을 지켜내기만 하면 나는 나를 '인정'해 줄 생각이다.  나를 너무 심하게 몰아붙이지는 않겠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찬홍이네 학교를 운동방향으로 잡은 것은 분명 아주 좋은 판단이었다.

그 길이 아주 맘에 든다.  그전에도 아침에 산책할 곳을 이리 저리 배회해 보았는데, 도통 정이 안 갔다.

뭐랄까, 걷는것이 재미가 없었고, 주위 풍경도 정나미가 떨어졌다.

심지어 내가 남편을 잘 만나서 부촌에서 살다가,  끈떨어진 연 모양 '가난뱅이 구역'으로 이사를 오니

주변풍경마저 삭막하다는 '말도 안되는' 생각까지 하면서 신세한탄을 약간 했었다.

(사실 이곳 역시 부촌이건만, 나는 이런 신세한탄을 했었던 것이니, 나는 얼마나 고마운줄 모르는 인간인가...)

이곳 풍경이 예전보다 못하게 느껴지는것은

 * 일단 시내쪽에 가까워져서 강에서 멀어졌기 때문이고

 * 도심쪽에 가까우니 아무래도 숲이 적어졌기 때문이다.

그대신 우리집에서 디씨 시내, 내가 좋아하는 내셔널몰에 가기는 너무너무 간단하고 가까워서 '할렐루야!'을 외칠 판국인데...난 내가 잃은 것에만 주목을 했었던 것이다.

 

내가 말도 안된는 불만을 키우며 '어디로 갈것인가' 고민하다가 결정한 이 '학교 코스'는

내게는 아주 '최적'의 코스임이 드러났다.

일단 내가 하루도 빠짐없이 나간것을 보면 어느정도 증명이 되는것 아닌가.

날이 갈수록 그 길이 아무 부담이 없어지고, 그리고 정답게 느껴지는 것이다.

게다가 찬홍이의 학교가 아닌가.

찬홍이가 개학을 하면, 찬홍이는 매일 아침 이 길을 걸어서 통학을 할 것인데,

나의 계획은 찬홍이와 함께 학교까지 가서, 아이를 배웅해주고, 운동을 하고

돌아오겠다는 것이다. (내가 정말 실천할지 나도 자신할수 없다만.)

 

일주일에 사흘 이상만 하면, 나는 성공한것이다. 그러니 겨울이 와도, 내가 해 낼수 있기를.

 

9일이면, 작심사흘의 세베가 지났다. (흠, 칭찬받을만 하군.)

나는 이제 3주를 다시 새로운 목표로 삼는데, 3주를 잘 해낼수 있기를.

3주를 성공하면, 또다시 3주, 또다시 3주 이렇게 목표를 세워서

내가 성공할때마다 자화, 자찬, 자축을 하고 기뻐할 것이다.

 

  ****

 

아아, 이곳에서 사귄 내 '단짝친구' YJ가 머지않아 우리동네로 이사를 할거라고 소식을 전했다.

YJ는 내 유일한 단짝친구이긴 한데, 사실 가까이 살면서 얼굴 본지는 1년도 넘었다.

YJ가 카드도 보내고 가끔 내 전화에 음성메시지를 남기거나 메일을 보내기도 했지만,

난 지난 1년간 우울증의 무서운 강을 혼자 헤엄쳐서 건너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얼마나 정신적으로 비참하게 살았는지, 내 가족이나 주위 사람들은 짐작하지 못하지만,

   난 정말 사는게 힘들었다)

YJ에게 제대로 답을 한적이 없다.  하지만 YJ는 늘 이따금 내게 음성을 남기거나...나를 잊지 않았다.

그런데 곧 우리 동네로 이사를 한댄다

원래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로 이사하려고 했는데, 우리 아파트가 모두 동이나서

이웃 아파트를 정했다고.

 

아, 우리 아파트로 입주한다면 더 좋았을텐데...하지만, 근처에라도 온다면 나로서는 참 기쁜 일이다.

그래서 나는 전화를 받으며 동동 뛰면서 '아유 잘됐다!' 하고 노래를 불렀다.

 

YJ가 이사를 오면, 가끔, 새벽에 전화로 불러내어 함께 장거리 워킹을 갈수 있겠다.

YJ는 워싱턴 바닥에서 내가 속을 털어놓고 이야기를 할수 있는

그리고 아무때나 맘먹으면 쳐들어가거나, 우리집에 아무때나 와도 좋은

그런 친구다. (지난 1년간 안봤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내 언니같은.)

내 친구가 가까이 이사를 온다니, 우리들이 아무때나 산책나가서 함께 걸을 생각을 하니 참 신닌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