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Walking2010. 8. 9. 00:11

찬홍이네 학교까지 갔다가 트랙 몇바퀴 돌고 돌아오는 코스

 

 

아파트 울타리를 나서면 나오는 길. 이 길을 따라서 일직선으로 마을길을 가다보면 찬홍이네 학교가 나온다.

 

 

일요일 아침이라서, 집집마다 주차된 차들이 여러대씩 보인다. 아무도 출근을 안했을테고, 교회에 가기에도 이른 시각이므로.

 

 

 

어느 집 앞에 세워진 작은 캠핑카 (Recreational Vehicle)에 붙여놓은 스티커가 재미있다:

"I am homesick for places I have never been."

"내가 가보지 못한 모든 곳들이 그립다"

   그러니, 떠도는 수 밖에... 아 나도 여행가고 싶어진다...

 

 

 

 

어느집 화단에 흐드러지게 핀 무궁화를 볼때마다

나는 여전히 '동해물과 백두산이~ '를 부르게 된다.

나는 국수주의자인가?  아니다 내가 '국수'는 엄청 좋아하지만, 편협한 국수주의자는 아니다.

그러나, 내게 한국인이라는 정체성, 나의 조국, 나의 언어는 다른 가치들과 맞바꿀수 없는 것들이다.

내가 세계시민으로 산다는 것과, 애국가를 여전히 사랑한다는 것은 다른 차원의 개념이다.

 

 

 

버지니아와 워싱턴 일대에는 무궁화 나무들이 참 많다.

내가 한국에서 살면서 본 무궁화보다, 버지니아와 워싱턴 일대에서 보는 무궁화가 더 흔하고 풍성해보인다.

집 울타리를 무궁화 나무로 심어놓은 집도 여럿 보았다.

 

 

 

 

자, 이렇게 마을을 지나면 찬홍이네 학교가 나타난다.

 

 

미국에서는 몇몇 단체에서 전국의 고등학교를 등급을 매겨서 발표를 한다. 조사 단체마다 기준들이 조금씩 다르므로 순위가 차이가 나기도 한다.  그러니까, 뉴스위크에서 발표한 순위와 다른 매체에서 발표한 순위가 다를수 있다. 대개 100위까지 소개를 하는데, 전국 100위 안에 들은 학교들은 이런식으로 현수막을 붙이고 학생들을 격려하기도 한다.

 

 

 

이 근방에 이보다 순위가 더 높은 학교가 두군데 더 있다. 일명, 버지니아 '교육구.'  그래서 우리집 아이들은 플로리다에서 학교 다니던 시절을 무척 그리워한다. 이곳은 어쩐지 선생님들도 학생들도, 살벌하고 뭐 그렇다고. 그때는 100위를 오르내리는 학교에 다녔는데, 분위기가 순박하고 좋았다. 학원이 없으니 사교육 자체가 없었고... 대략 태평하게 사는 분위기였다.

 

 

HEALTH NOTICE: NO PETS ON SCHOOL GROUND

학교에 개를 끌고 들어오지 마시오~

 

 

 

트랙 입구 울타리에 왕땡이를 묶어놓고, 나는 트랙을 돌러 간다.

왕눈이 개끈에 매달린 검정색 물체는, '개똥 봉지 두장'이다. 하하하.

개똥 봉지를 두개를 묶어 가지고 다니다가 왕땡이가 볼일을 보시면 내가 똥을 치워야 한다 (-.-)

일단 나오면 한번은 반드시 일을 보시고, 어느때는 또한번 일을 보실수도 있으므로

늘 두장을 묶어가지고 다닌다.

 

왕눈이가 이 문앞에 있는동안

왕눈이는 천국의 문을 지키고 있다가 "넌 천국, 넌 지옥" 뭐 이러고 안내를 한다는 베드로성인처럼 보인다.

그래서 왕땡이가 이곳에 있을때는 '왕드로'라고 불러준다.

 

 

가운데에 정식 규격의 풋볼장이 있고 (저기 노란 네모같은 것이 풋볼 골대)

그 주위로 트랙이 있다.

미국의 경우 도심을 제외한 일반 지역의 하이스쿨에는 대개 이만한 규격의 풋볼장과 트랙, 그리고 테니스장이 설치되어 있다. 그리고 이곳은 체육시설로 일반에게도 개방되어 있다.  아침 저녁으로 동네 주민들이 운동을 하러 온다.

 

학교의 운동 시설이 개방되었다고 해서, 학교 자체가 개방된 것은 결코 아니다.

학교의 건물은 보안이 세심한 편이다. 일단, 학교 건물에 진입할때 통제가 되는 편이고

진입이 간단치 않다.

그러니까, 건물 외곽의 체육시설은 주민에게 개방하되

학교 건물에는 아무나 못들어오는 이원적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에서 초등학교 어린이가 대낮에 교실 복도에서 낯선 사람에게 끌려 나가  성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벌어졌을때, '학교를 주민에게 개방해서 이런 일이 터졌다'는 식으로 판단을 하고 학교를 폐쇄하자는 여론이 일었었는데, 운동장을 오전과 저녁에 주민의 건강을 위해 개방하되 학교 건물의 보안을 철통같이 한다면, 방법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길가의 달맞이꽃이 방긋

 

 

집으로 돌아오는길

 

 

 

하얀 메꽃도 방긋

 

 

 

마치 이 풀섶 너머로 호박밭, 수박밭, 참외밭이 있을 것만 같은 우거진 수풀의 오솔길.

하지만 옆에 흐르는 것은 아스팔트 도로와 질주하는 차들이다.

저 꼬부랑 오솔길 너머에서 할머니가 보따리를 이고 오실것만 같은데

그러나 이곳은 내게 여전히 낯선 남의 나라 땅.

저 오솔길 너머에 나의 아파트가 있다.

 

어디를 가건, 풍경속에서 고향의 빛과 향기를 찾아내고 싶어 안달하는

나는 유년의 어디쯤에서 성장이 중단된 아이.

그래서 내 삶은 더욱 빛난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