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Life2010. 8. 6. 06:12

 

 

전에 대궐같은 (?) 주택에 살때, 우리집 뒷마당은 왕눈이의 '영지'였다고 할 수 있었다.

아침에 뒷마당으로 통하는 문을 열어주면 냉큼 달려 나가서

사자가 자신의 영지를 감독하듯 뒷마당을 쏘다니며 놀다가 아침 이슬을 흠뻑 맞고 들어오곤 했다.

 

그랬는데, 여전히 나로서는 과분한 집이지만, 3층에 올라 앉은 옹색한 아파트로 이사오니

왕땡이가 무척 답답해 한다.

거실 밖 베란다는 말하자면 과거의 '뒷마당으로 이어지던 데크'와 같은 구실을 하는데

전에는 데크의 목책 사이로 사뿐히 뛰어서 정원으로 갔지만,

지금 베란다 목책 사이로 사뿐히 뛰면(?) 3층 낭떠러지에서 추락사 하는 것이지...

 

왕눈이는 전에 살던 집의 습관대로, 베란다 울타리로 뛰어 내릴듯 머리를 내밀었다가

그냥 하릴없이 돌아서곤 한다.

나는 왕땡이가 생각없이 뛰어 나갈까봐 걱정을 했는데

실제로 짐승들에게는 예민한 공간 지각력이 있는듯,

왕땡이는 뛰어 내리는 대신에 비실대며 돌아서곤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안심을 할 수는 없다.

분명 그 사이로 왕눈이 몸이 빠질수가 있으니까....

 

왕눈이는 가끔 내가 베란다에 있을때, 저도 따라나와서 그 목책사이로 코를 내밀고

바람을 쐬면서 우수에 잠기곤 한다. 왕땡이의 '우수'가 느껴진다.

 

그래서,

오늘,  홈 디포에 들러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이 문제를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아하! 정원 가꾸기용 울타리가 값 싼것이 보이는거다!

난 해법도 없이 그냥 홈디포를 뒤지면서 방법을 찾아보자 하고 간건데

헤멜것도 없이, 습관대로 꽃구경 하다가 보니 정원 자재쪽에 울타리가 보이는거다!

그 철제 펜스를 발견한 순간, 내 머릿속에 따르릉~  신호가 오면서 방법이 보이더란 것이지.

 

그래서 철제 펜스 오달러짜리 (3 미터) 두개를 사가지고 한걸음에 달려와서 설치를 했다.

 

철제 펜스를 꽃꽂이 할때 사용하는 가느다란 초록색 철사를 이용하여 난간 목책에 단단히 묶는 식으로 고정시켰다.  한개가 3미터라서 우리 베란다에 딱 맞았다. 그래서 2층으로 포개어서 설치를 하였다.

지금 비가 쏟아져서 대충 엮고 들어왔는데, 비 그치면 또 나가서 아주 단단히 고정을 시킬것이다.

 

10달러로 안전한 베란다 난간이 완성되었다.

우리 왕눈이도 심리적으로 좀더 안심하고 베란다에서 놀 수 있을것이다.

베란다에서 바깥의 푸른 정원을 내려다보며 코에 바람이라도 쐬면 위로가 될 것이다.

 

 

 

 

 

 

오늘, 칼럼 쓰는 것을 수락하고, 일주일에 한편씩 원고를 보내기로 했다.

나혼자 개인 블로그에 쓰는 글이 아니고 대중을 의식해서 써야 하는 글이므로

신중해야 하고, 그리고 불특정 다수의 대중에게 유익한 글을 써야 할텐데.

진지하게 사색을 해보고, 내 나름대로 어떤 방향을 정해놓고 글을 써 나가야겠다고 생각해본다.

 

옛날에, 잡지사에서 일하다가, 당시에는 대우가 꽤 좋았던 외국계 회사에 취직이 되어

잡지 편집을 집어 치우고 (사실 잡지 편집일을 즐기고 있었는데, 근무여건이 편하고 월급이 놓은 외국계 회사를 선택하고 말았다... ) 도망을 간다고 하자, 함께 일하던 편집장님이 "야, 너 그냥 도망가면 어떻게 해? 좋아 가는건 가는건데, 그럼 2주에 한번씩 칼럼 써서 내. 원고료 두둑히 줄테니까 칼럼 쓰라구!"  그래서 칼럼 쓰면서 착실히 원고료 챙겼었는데, 아이구야. 그 잡지가 오래가지 않아서 문을 닫고 말았다.  (원래 좀 간당간당 해 보여서 나도 일찌감치 안정된 직장으로 옮긴 터였다.).

 

그래서 칼럼 쓰다가 접은 일이 있었다. 그때는, 그게 영어학습 잡지였는데, People 같은 대중 잡지 기사 중에서 재미있는 기사를 대충 번역하고,  영어 설명도 해주고 그렇게 해서 보내주면 재밌다고 (편집장님이) 좋아했었다. 그때 헐리우드 가십기사 꽤나 읽었었다  (-.-) 미국에 가보지도 못한 주제에, 헐리우드를 손바닥에 갖고 있다는 듯 초를 쳐댔었다...  그때는 20대 초반의 젊은시절의 객기로 넘쳐서 그러고 놀았는데...

 

지금은, 딱 그나이의 두배가 되었고, 이제는 대중을 상대로 인쇄매체에 글을 쓰는 일이 매우 조심스러워진다. 나는 사람들에게 정보와, 위안과, 희망을 주는 글을 쓰고 싶다. (그게 뭔지 생각좀 해보고.)

나를 특별히 금지옥엽으로 사랑해주시는 하느님이, "내가 너한테 줬던 글재주를 발휘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전해주도록 해줄래?"하고 제안해주셨다고 나는 믿고 있다. 나는 원래 글쓰는 일이 즐겁다. 신중하게 잘 써서 내 즐거움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하겠다. (나의 하느님은 내 재주가 무엇인지, 내가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 아주 잘 아신다. 얼마나 똑똑하신가... )  칼럼니스트, 내 이력서에 이 다섯글자를 새겨넣을수 있도록 잘 쓰고 싶다. (그런데, 내 본업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홈디포에 백일홍이 곱길래 사왔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가 살아서 내 사는 집을 구경오신듯한 그런 상상에 빠지고 만다.

한국의 가족이 그립다. 그래서 백일홍을 사다 놓고 가족 얼굴 보듯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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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