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25. 7. 17. 21:04

장관으로 지명되었지만, 임명이 불투명한 (아마도 지명이 철회되거나 자진사퇴할) 강씨의 갑질 사례 중에 보좌관들에게 쓰레기 분리수거를 시켰다는 항목을 볼때마다, (나 역시 강씨가 스스로 타의 모범이 되는 길로 -- 자진사퇴의 선택을 해주길 바라는 시민으로서) 한가지 씁쓸한 점이 있다.

 

 

뭐 여러가지가 문제가 되었겠지만, 그 중에 특히 사람들의 '정서'를 건드린것이 쓰레기 분리수거를 보좌관에게 시켰다는 것이겠지만, 어쨌거나 그 분리수거가 필요했던 그 쓰레기 처리에 대해서 - 그 문제를 생각하면 어딘가 먹던 떡이 목에 걸린것 같이 답답한 측면이 있다. 

 


예를 들어서 보통의 남자 의원들 말이다. 남자의원들. 그 의원들이 아침 출근길에 '쓰레기 분리수거' 신경을 써야 했을까?  

 

 

-- 아닐걸...아마. 

그 정도는 그집 부인이나, 부인이 하지 않는다면, 그집에서 가사를 도와주는 누군가가 처리 했겠지. 그 남자의원이 쓰레기 분리수거 할 것을 끌고 나오는 상황은 없을걸. 아마. 

 

그런데, 여자는, 그 여자가 국회의원을 해도 (사실 국회의원, 그것도 선출직 국회의원, 그것 아무나 하나?  그자리가 그렇게 만만한 자리도 아니고, 한가한 자리도 아니고 그럴텐데) 여자는 국회의원을 해도 아침에 쓰레기 분리수거를 걱정해야 하나? 간밤에 먹던 치킨 쪼가리 분리 처리를 신경써야 하나? 그런것은 좀 남편이 알아서 해주면 안되었겠나?

 

내가 생각해본다.  만약에 내가 운좋게 국회의원이 되었다고 상상해보자.  그러면, 나는 그렇지 않아도 적수공권일때도 큰소리 떵떵치고 살던 나였으므로, 국회의원까지 된 마당에, 집안이 어떻게 돌아가건 말건, 청소 상태가 어떻건 말건, 집안에 쓰레기가 쌓이건 말건, "나 일하러 간닷!"하고 외치고 문 쾅닫고 나가기 바빴을거다. 뻔하다. 나는 그렇다. 그러면 우리 남편이, "아유, 내가 치워야지 뭐, 저건 저렇게 잘나서 저렇게 바쁘다는데, 내가 살림 해야지 뭐" 하면서 군소리도 안하고, 소리없이 주섬주섬 챙겼을거다.  나는 아마도 "여보! 우리 김보좌관님 마실 아이스아메리카도 한잔 부탁해!" 이러고 남편을 머슴 부리듯이 부려대며 보좌관을 챙기고 있겠지.  그게 나다. 집안 식구들을 들들 볶으면서도 남에게는 민주적이고 친절한 '위선자' 그게 나다.  나라면, 보좌관에게 쓰레기 봉지 따위를 건넬 일이 없지, 왜냐하면 집에 나를 하늘같이 위하고 받들고 내조하는 남편이 떠억 버티고 앉아 있으니까 말이다. 

 

그런 면에서, 강씨는 좀 딱하다. 아니 그 바쁜 의원 생활에 -- 쓰레기 분리수거까지 신경을 써야 했다는 말인가? 좀 대충 하지 그랬나. 집안이 좀 엉망이면 어떤가 말이다. 입법 활동을 하고 지역 구민의 삶을 보살피다보면 내집 구석이 좀 엉망이 되면 어떤가 말이다.  남편이 좀 살피지 뭐하고 있었는가!! 내 남편 같으면 내 손에 절대 쓰레기 봉지를 들리지는 않는데 말이다. 

 

그냥 좀 여자라는 신세가 갑갑하게 여겨져서 그렇다. 강선우가 남자였다면 쓰레기 봉지로 문제가 일어나지는 않았을텐데 말이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