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21. 8. 13. 04:51

돋보기 안경을 가지러 침실로 들어갔다가 나오는데 문득, 얇은 이불을 상체에만 덮은채 아기처럼 나비잠 (두 팔을 어깨위로 펼치고 누워서 자는 잠)을 자는 초로의 남편이 눈에 들어온다. 그 옆에는 내가 덮고 자던 가슬가슬한 홑이불이 아무렇게나 '뱀껍질'처럼 방치되어 있다. 남편의 '나비잠'이 보기에 좋아서 조금 더 들여다보다 나온다. 

 

 

남편과 애틋하게 포옹을 하거나 입맞춤을 한것이 언제이던가? 십년도 넘은 일인 것 같다. 우리 부부가 한 침대를 쓴다는 것을 신기하게 보는 사람들도 있다. 여태 그렇게 의가 좋냐고.  집에 침대가 하나밖에 없어서 한 침대를 쓴다고 무연하게 답하곤 한다.  침대가 여럿이라도 아마도 우리 부부는 한 침대를 계속 쓸것이다.  남편은 잠 버릇이 얌전하다. 오히려 이불을 똘똘 말거나 이리저리 험하게 자는 쪽은 나다. 둘이 잘 때 불편을 느끼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남편일 것이다. 남편은 내가 자면서 이리저리 굴러다니고, 이불을 '똘똘말이' (이불을 혼자서 다 씀)를 하고, 남을 막 밀어댄다고 투덜대긴 하지만 그는 절대로 나와 떨어져 잘 생각은 없는 듯 하다. 오랜 '기러기' 생활을 견디며 그는 '혼자 지냄'의 쓸쓸함을 익히 안다. 그래서 그는 내가 근처에 있기만 해도 안도하고 즐거워 하는 편이다. 내가 그를 성가시게 구는 것이 내가 아예 근처에 없는것보다 훨씬 좋다는 것을 그는 체험으로 알았을 것이다. 나는 좀 만사가 무연한 편이다. 나는 아무데나 처박혀서 자면 되기 때문에 내가 누군가와 같은 침대를 쓰거나 혼자 자거나 별로 문제가 안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앞으로도 쭈욱 늙어서 한 쪽이 먼저 저 세상으로 떠날때까지는 한침대에서 자고 일어날 것이다. 

 

 

평화롭게 나비잠을 자는 남편의 모습이 나를 흐뭇하게 한다. 나이를 먹으면서 나는 잠이 줄어들고 새벽 네시면 자동시계처럼 눈이 떠지는데, 저 사람은 어린아이처럼 잠도 잘 자네. 좋겠다. 일년에 두번 내가 미국의 아이들 집에 가서 노는 동안 나를 기다리며 지낼때 그의 잠이 저리 편하지는 못했으리라. 내가 지금 그의 곁에 있어서 다행이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부부는 유년의, 사춘기 이전의 오누이처럼 되는것 같다. 서로 의지하고 서로 없으면 쓸쓸한. 사이좋은 오누이 같은. 각자 덮을 이불을 아무렇게나 덮고 각자 따로 이리저리 구르면서도 여전히 한 침대를 쓰는. 두마리 강아지처럼 그렇게 평화로워지나보다. 문득, 내 곁을 변함없이 충성되게 지켜주는 이 오라비의 존재에 대하여 하나님께 깊이 깊이 감사하게 된다. 하나님 제 곁을 지켜주는 저렇게 착한 사람을 저에게 보내 주신 것을 참으로 감사드립니다. 아멘. 

 

 

 

Posted by Lee Eunmee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