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21. 8. 3. 06:22

 

알래스카 상공을 지날 때 보이던 광경 - 이쯤 되면 나 알래스카 여행한 기분이다.  신비롭고 아름다운 땅이었다. 

 

 

인간은 지구를 네모네모로 구획 설계하여 사용하고 망가뜨린다.  본래 자연의 모습은 이렇듯 구불구불 동글동글하다. 지구가 둥그니까 지구상의 자연도 동글동글한가보다.

 

 

나는 백신완료 2주를 채우지 못하고 귀국하여 '자가격리 면제'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제 대망의 자가격리 3부가 열렸다.  "자가격리 보름? 뭐, 선수지..." 이러고 앉아있다. 제발 이것이 내 인생 마지막 자가격리이기를. 이제 코로나라는 전지구적 재앙이 사라져주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1일차 (귀국/입국) 2021년 7월 20일 화요일 

 

입국 프로세스가 좀더 체계를 갖추고, 좀더 삼엄해졌다고 평가된다.  미국에 입국하는 절차보다 한국에 입국하는 절차가 훨씬 삼엄하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한국의 코로나 상황이 위중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 하다. 

 

'자가격리앱' 설치가 내게는 숨쉬는 일처럼 아무것도 아닌 일이지만 - 이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불편과 스트레스의 요인이 된다는 것을 현장에서 체감했다. 나이드신 분들이 이것을 난감해 하셨고, 젊은 친구들이라도 개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서 난감한 일에 처하기도 한다. (한국에 제 전화가 없어요 뭐 이런 호소에 이르기까지.)

 

보건소는 평일 근무시간 외에 저녁 연장 근무를 통해 코로나검사를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거기서도 '앱'을 통해서 사전 등록을 받는다. 나는 보건소 도착하자마자 QR 코드가 보이길래 잽싸게 사전등록을 했는데  (그리고 줄 서있던 젊은이들이 나처럼 말없이 잽싸게 이런 작업을 하면서 기다렸던 것인데) - 한참  줄 앞에서 '지루한 정치얘기를 목놓아 하던 어르신들께서 - 마치 일부러 우리 들으라고 '문재인이가! 김대중이가!' 성토하는 듯한 분위기였는데'  "QR코드 따라서 등록 하셨어요?" 하고 묻는 진행요원 지시에 "난 못해. 난 그런거 못해! 나 그것 좀 해줘!" 하신다.  '지금은 문재이니 김대중이를 논할때가 아니다. QR 코드를 모르면 당신은 아무것도 아닌 시대가 되어버렸다' 나는 피곤에 쩔은 가운데 혼자 킥킥 웃었다. 

 

아, 나도 짬밥 세번째다.  입국장에서나 보건소에서 '자가격리'에 대한 설명을 하려는 현장 선생님들께 "저 이거 세번째에요" 하면 설명을 하다 말고 하하하 웃으며 '아이고 선수시네'하고 구차한 설명없이 그냥 통과시켜준다. 그렇다, 나는 이제 선수가 되었다. 코로나 검사를 받는일도 더이상 무섭거나 고통스럽지 않고, 모든것이 익숙하다. 

 

 

2일차 2021년 7월 21일 수요일 

어제 저녁 7시 넘어서 보건소에서 PCR 검사를 받았는데 새벽 5:55에 음성 결과 통지가 왔다. 사실 백신도 완료했고, 자가격리 수준의 철저히 통제된 일상을 보냈으면서도 검사를 하면 걱정이 앞선다. 혹시 어딘가에서 감염되었을까봐 불안해진다.  그러니 '음성결과' 통지는 아주 기쁜 소식이다.  보건소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철야작업을 하시는걸까? 참 수고가 많으시다. 감사드린다. 

장소만 바뀌었을 뿐, 여전히 책상위에 맥북을 올려놓고 일을 하는 상황은 그대로다.  나는 일을 하고 있다. 해야 할 일이 많다. 그래서 '시차'라던가 '자가격리'라던가 별로 내 삶에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자가격리 면제를 받았대도 내 일상은 크게 다를 것이 없을 것이다.  콕 박혀서 일을 해야 하므로.  

 

3일차 2021년 7월 22일 목요일 

 

자가격리 전담 공무원님이 전화를 주셨다. 여러가지 설명을 하려고 하는 듯 해서 "제가 이번이 세번쨉니다" 했더니 '하하하' 웃으며 '아이고 고생이 많으십니다'하고 나머지 설명을 생략해주셨다.  아마도 담당공무원님도 한번도 자가격리를 안했을지도 모른다.  자가격리자를 위한 '식량세트'를 받겠느냐고 물으시길래 '뭐가 나오니 궁금하니 보내주셔요' 했다.  자가격리자를 위한 '식량상자'를 지난 여름 첫 자가격리때는 받았다. 곧바로 왔다. 그런데 내가 먹지도 못하는 스팸, 카레 뭐 그런거라서 겨울 자가격리때는 안받았다.  이번에는 혹시 메뉴가 바뀌었나 궁금해서 받아보기로 한 것인데, 공무원님의 말씀 - "그런데요, 자가격리자가 하도 많아서요 혹시나 자가격리가 끝난 다음에 배달이 될 지도 몰라요."  그래서 우리는 서로 하하하 웃었다.  내가 굶어 죽는것도 아니니 이해한다고 했다. (그렇지만, 자가격리가 끝난 다음에 자가격리자 식량이 도착한다면 - 이것은 행정적으로 뭔가 문제가 아닌가?)  어쨌거나 모든것을 이해하기로 한다. 지금 코로나 상황이 너무 심각하니까 따질 일이 아니다.

 

 

내가 해결해야 할 사항이 한가지 있다.  한국에서 코로나 백신 접종을 받은 분들은 이미 한국의 정보시스템안에 등록이 되어 있다. 나는 외국에서 접종을 완료했으므로 한국에서 다시 백신 접종을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나는 한국의 정보 시스템안에 등록이 되어 있지 않다.  그러므로 나의 접종 기록도 어딘가에 신고를 하거나 등록을 해야 한다.  나같이 해외에서 적법한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에 어떻게 신고를 해야 하는걸까?  일단 보건소에 전화하여 문의하니 '관계자'에게 연결해주겠다며 전화번호를 주는데 - 연락이 안된다. 보건소가 온통 코로나의 폭발로 마비상태인가보다. 어차피 나는 2주간 갖혀 있으니 서두를 일은 아니므로, 인내심을 가지고 매일 전화를 해보기로 한다.  이러다 영 안될경우, 나는 겨울에 미국에 가서 미국 현지에서 총영사관에 '자가격리면제' 신청을 해야 하는걸까?  

 

 

4일차 2021년 7월 23일 금요일 

벌써 4일차이다. 시간이 휙휙 가는구나... 할일이 쌓여 있는 경우, '자가격리'가 전혀 지루하지 않다. 오히려 시간이 막 지나가는게 가슴이 두근두근할 정도로 무섭다. 

 

한진택배라며 뭐가 왔다는데, 아무래도 자가격리 물품이 도착한 듯 하다. 하지만, 나는 받으러 나갈수 없다. <자가격리> 중이니까 현관문 밖에 한발짝도 나갈수 없다.  택배기사님은 물품을 건물 현관에 놓아두고 가셨을 것이다.  자가격리자를 '엄호'하는 보안요원님에게 맡겼을 것이다.  내일 누군가 갖다 주겠지. 

 

아, 자가격리가 끝나기 전에 내게 주어진 숙제들을 다 마칠수 있기를...

 

10월에 만나기로 한 친구가 제안을 했다. 빌리보서 4장을 그 때까지 암송하여 10월에 만났을 때 그것을 낭랑한 목소리로 암송하자고.  그런데, 친구가 그 제안을 한 이유는 - 십년쯤 전에 내가 산책길에 슬슬 시편을 암송한다는 얘기에 영감을 받은 그 친구께서 그 때 가까운 친구들과 성경 암송 모임을 조직해서 여태 그 모임을 이끌어 오고 있다고. 그러니까 내가 '원인 제공'을 했으므로 그 친구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주여 이 아름다운 세상과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와 온 세상을 저에게 선물하신 주님. 주님의 사랑과 은혜에 백번 천번 감사를 드립니다. 이 죄많고 허물 많고 시시각각 나쁜 생각에 빠지는 저를 버리지 않으시고 오늘도 저를 먹여살리시느라 분주하시니.  부디 제가 저에게 주어진 제 사명을 다 하도록 저를 독려하시고, 힘을 주시고, 용기와 지혜를 주시고, 그리고 휴식을 주소서. 아멘. 

 

* 정부 발표에 의거하면 나는 상위 12프로 안에 드는 고소득층으로 분류가 되는 모양이다.  신기하다.  내가 대한민국 개인별 부자 상위 12프로안에 들리는 만무한데 수입은 그러하다. 이거 어딘가 모순 아닌가?  월급생활자가 상위에 들어봤자 빛좋은 개살구라는 뜻이리라. 이런 것을 경제학자들은 어떻게 설명을 해 주실까? 이재명씨가 YTN 인터뷰에서 -- 세금 낸 사람들에게 골고루 돌려주는 것은 **** **** 라고, 어떤 굉장히 유식한 용어를 사용하여 강조를 하던데, 내가 그 말에 솔깃 했다.  내가 세금을 많이 냈고, 그 세금의 일부를 다른 사람들과 골고루 분배받는 것은 '정의'로운 것이지 잘 못된것이 아니라는 것이 그의 설명의 핵심이이었는데 그 '특수한 용어/개념'이 생각이 안난다.  나 25만원 안받아도 그만이다. 그렇지만 배제되는 것은 불쾌하다. 그래도 불평할 생각은 없다. 내가 어떤 기준으로 상위 12프로 안에 든다는 것 아닌가. 그거면 족하지 뭘 더 바래는가.  (그래도 이재명씨의 설명에 귀가 솔깃했다. 하하하).  다음번에는 우물거리는 지도자가 아닌, 내 귀에 쏙쏙 들어오게 설명을 해주는 지도자를 뽑고 싶다. 

 

세계에서 국가가 국민에게 공적이전소득, 즉 2차 분배를 하는데 세금을 걷어서 공평하게 나눠줘서 소득 재분배를 하지 않습니까? 이게 공적이전소득인데 이게 대한민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낮습니다.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가계부채 비율이 제일 높아요.


12% 골라내자고 겨우 그것도 25만 원. 그 엄청난 행정비용을 지급하는 게 손실이고 그리고 이건 가난한 사람 도와주는 게 아니고 경제활성화정책이고 고통받은 것에 대한 일종의 위로금인데 이 돈 어디서 생긴 거예요? 부자들 상위소득자가 더 많이 낸 세금인데 세금 많이 낸 게 무슨 죄라고 그 세금 많이 낸 사람을 굳이 골라서 뺍니까? 이거는 어려울 때는 콩 한쪽도 나눈다는 옛말이 있는데 얼마나 섭섭하겠어요. 그러면 나중에 세금 내기 싫어집니다. 연대의식이 훼손돼요. 저는 왜 이런 비효율적이고 비경제적이고 경험에 어긋나는 이상한 일을 하는지 정말 이해가 안 됩니다.

https://www.ytn.co.kr/_ln/0101_202107232201524531

 

5일차 2021년 7월 24일 토요일 

 

어제 저녁에 (4일차) 자가격리자 양식 상자가 문밖에 도착했던 모양이다. 한진택배기사님이 오전에 전화를 했었는데 저녁에 말없이 놓고 가신 모양. 자가격리자 숙소니까 빨리 놓고 가시는것이 상책이다.  점심 배달을 왔던 남편이, 문밖에서 넣어주고 갔다.  즉석밥, 라면, 짜파게티, 스팸깡통, 황도 깡통 두개, 쇠고기죽 두개, 즉석카레, 김등 식량이 골고루 들어있었다. 감사한다.  그중에서 내가 못 먹는 스팸, 쇠고기죽, 카레 이런것들은 나중에 남편의 식량이 되리라.

 

나는 매일 창밖으로 해가 뜨는것을 보고, 멀리 대부도와 영흥도 너머로 해가 지는 것을 보며, 밤새 달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천천히 이동하는 것을 본다.   자가격리의 1/3이 벌써 지났다. 속이 탄다. 자가격리 끝나기전에 내가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어서 착수하고 마루리를 해야만 한다.  이렇게 뭔가 숙제가 있으니 자가격리가 전혀 지루하지 않다. 

 

 

6일차 2021년 7월 25일 일요일 

비가 좀 뿌렸으면 좋겠다.  아침에 유튜브로 예배를 드리고 오늘 할 일을 하도록 하자. 아멘. 

 

7일차 2021년 7월 26일 월요일 

만으로 따지면 6일이 지났고, 시작일까지 포함하면 벌써 7일차가 된다. 다음주 월요일에 (8/2) 코로나 검사를 다시 받고 음성이면 화요일 12시 정오에 나갈수 있다. 음성일것이다. 나는 백신 접종도 마쳤고, 입국시 음성이었으며, 방에 콕 박혀서 있고, 건강하므로 재검사해도 음성일 것이다. 나가기 전에 숙제를 성실하게 하고 나가면 좀 쉬도록 하자. 

 

일년에 두차례씩 미국 집을 다녀오며, 나의 습관은 인천공항에서 한국책 한두권을, 돌아오는 미국 공항에서는 미국책 한두권을 사가지고 비행기에서 대충대충 읽는다는 것이다.  지난 6월에 인천공항에서 책방을 찾았을 때 코로나로 인해서 책방 문이 닫혔다는 것을 발견했다.  돌아오는 미국 공항에서는 평소대로 책을 살 수 있었다.  이번에는 얼핏 보기에 눈에도 익은 - 얇은 책을 한권 골랐다.   정작 비행중에는 드러누워서 자느라 책을 거들떠도 안보다가, 요 며칠 읽었다.  성공적인 조직의 리더십/서비스를 위해서 조직원들이 갖춰야 할 만한 미덕으로 (1) 즐기라! Play! (2) Make it their day! 고객이나 상대방에게 기쁨/즐거움을 선사하라  (3) 일/현장에 집중하라 (Be there!), (4) 상황/일에 대한 태도를 스스로 선택하라 (Choose your attitude).  

 

어찌보면 뻔한 소리이면서도, 열거된 네가지를 실천한다면 스스로도 주변 사람에게도 기쁨이 될수 있겠다.  오늘 교육 프로그램 한가지를 시작하면서 이 내용을 의식하니, 나의 태도가 훨씬 바람직하게 변화함을 발견하게 되었다.  배운대로 실천하려 노력하면 100% 성공 할 수는 없다해도 그래도 노력한 만큼은 상황이 훨씬 좋아지리라.  때마침 내게 꼭 필요한 책을 만났다고 본다. 

 

8일차 2021년 7월 27일 화요일 

자가격리중 내가 매일 빠짐없이 '감옥방'에서 하는 일

  1. 방걸레질: 다행히 합성목 바닥이라서 남편이 갖다 준 마대걸레로 매일 아침 저녁 닦는다.  스트레스 해소용 놀이다. 청소가 놀이가 될수 있다니! (모든것은 상황과 관점의 문제였어...) 
  2. 속옷, 수건, 걸레 빨아 말리기. 일회용품 씻어 말리기: 20층 온종일 햇살이 비치는 통창. 완전 햇살지옥인 셈이다. 에어컨이 종일 돌아가도 실내온도는 29도에서 내려가지 않는다.  그래도 좋은 점은 뭐든지 빨아서 창가에 널어놓으면 바싹바싹 마른다는 것. 그것이 좋아서 빨지 않아도 될 것 까지 찾아서 빨아 널곤 한다.
  3. 신약 빌리보서 1-4장 낭독하기: 10월에 만나는 친구가 제안을 해서, 그 때까지 암송할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매일 낭동을 하는데, 그 은혜가 깊고 그윽하다.  뭐, 사도바울과 비교하면 안되지만, 나름 감옥살이 중이니까...심심풀이용으로 4장을 음성녹음을 해 보았다. 녹음된 내 목소리가 친근하면서도 낯설다. 내가 성경을 읽을 때 이렇게 들리는구나... 그래도 성경을 낭송할 때 나는 괜챦은 사람 같이 들린다. 

아직도 시차 적응이 안되고 있다. 

 

점심때 쯤, 누군가에게서 (합법적으로 보이는 전화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뭐 자가격리자 심리 상담을 해 준다고 하길래 -저는 잘 지내고 있으니 안해도 됩니다 했다.  오히려 내가 수고하시는 그 분들을 위로하는 심리상담을 해 드리고 싶다. 하하하. 

 

 

 

9일차 2021년 7월 28일 수요일 

오늘은 이곳에 입소한지 두번째로 여는 수요 아침 기도회날.  다음주 수요일에는 내 집에서 아니면 내 연구실에서 기도회를 열 수 있다. 하나님께 감사를 올린다. 

 

10일차 2021년 7월 29일 목요일 

어떤 사람들은 내가 자가격리를 너무나 태평하게 한다고 내가 참 차분하고 인내심이 많은 사람 같다는 평을 하기도 한다. 나는 차분하지 않고, 나는 인내심 박약이다.  내가 자가격리에 별로 고통을 느끼지 않는 이유는 그냥 내가 태생적으로 '집콕' 족이라서 이대로 방구석에서 1년을 지낸다해도 인터넷과 먹을 양식과 넓은 창만 있으면 별 고통을 느끼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여기서 일년을 지낸다면 나는 계획을 세우겠지. 성경을 한달에 한번씩 통독을 하고, 뭐 소설을 한 편 쓰겠다는 그런 계획 말이다.  그렇게 계획을 세우고 하루하루 채우다보면 일년이 가겠지.  이건 그냥 내 천성이 그러해서이지 인내심하고는 하등 상관이 없다.   

 

오늘도 내가 해야 할 숙제가 나를 기다린다. 해야지...(한숨).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손도 대기 싫은 일이 있었는데, 어젯밤에 용기를 내어 일단 착수를 하니까 마음이 가벼워진다. 착수 했으니 결국 끝낼것이다. 여기서 나가기 전에 끝낼 것이다. 아멘, 아멘, 아멘! 오 주여!

 

11일차 2021년 7월 30일 금요일 

안산 선수의 경기를 보았다. 유관순 열사 만큼이나 강직해 보이는, 그러면서도 참 아름아운 사람이었다.  세상에 저렇게 눈부신 사람이 있다니!

 

12일차 2021년 7월 31일 토요일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 나는 여기서 해야 할 일이 아직 쌓여있는데, 계획한 일을 다 마치지 못하고 '속세'로 가게 될 것 같아 아쉽다.

 

13일차 2021년 8월 1일 일요일 

아....벌써....내일 오후에는 코비드 검사가 잡혀있고, (별문제가 없으면) 모레에는 속세로 가는구나. 숙제는 다 어떻게 하나...주여 저를 돌봐주소서. 

 

비가 내리는 풍경을 보면서 예배. 은혜의 단비가 대지위에, 내 영혼위에 솔솔. 

 

내가 혹시라도 은퇴후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면 - 나는 비가 오는 풍경을 전문적으로 그리고 싶다. 촉촉하게 젖은 도로, 차창위에 퍼붓는 빗줄기, 창밖의 비오는 풍경, 풀잎위에 총총 맺힌 빗방울, 우산을 들고 가는 사람들, 소나기 속을 달음질치는 어린아이들, 그런 '비'가 오는 풍경을 아주 잘 그리고 싶다.  미술관에서도 나는 소나기, 폭우, 비오는 풍경 이런 그림들에 꽂히곤 했었다.  유리창에 맺힌 빗방울들을 어떻게 그릴수 있는지 들여다봐야겠다.  

 

 

14일차 2021년 8월 2일 월요일 

 

 

오늘 오후 네시에 보건소에 코로나 검사 예약이 잡혀있다. 별 일 없으면 내일 정오에 나갈수 있게 된다. 

남편이 차를 가지고왔다. 14일만에 20층에서 내려와 지상에 발을 디디니 뭔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3시 30분 보건소 도착. 검사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아주 길고 느릿하게 줄을 서있는 풍경. 저 줄 끝에 가야 하는건가?  혹시나 싶어서 "4시 예약 되어있는데요, 2차 검사입니다" 말했더니 줄 서지 말고 저쪽으로 가라고 가리킨다.   그러니까 자가격리를 마치기 위하여 2차 검사를 하기 위해 미리 보건소에 예약되어 있는 사람들 명단이 따로 있고, 별도로 처리를 하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줄 설 것도 없이 도착하자마자 바로 검사가 끝났고, 4시에는 이미 숙소로 돌아와 있었다.

 

라면 하나 끓여먹고, 잠이 들었다. 자다 깼다가 다시 잠이 들고, 아주 길고 오랜 잠이었다. 

 

 

15일차 2021년 8월 3일 화요일 

정오에 나간다. 나간다고 해도 내 삶이 뭐가 크게 달라질까? 8월 말까지 해야 하는 많은 일들이 나를 잡아먹을듯 으르렁대며 기다리고 있는 형국이라.  나의 마라톤은 일단 8월 26일까지 계속 될 것이다. 8월 26일이 지나야 나는 안도하고 쉴 수 있으려나... 쉼없이 달려온 2021년의 여름이었다.  조금만 더 힘을 내고 이 여름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도록 하자. 

 

출소!

지난 6월 9일 집 떠난 이래로 거의 2개월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지난 2개월 동안 나는 무엇을 이루었던가?   많은 일들이 있었고, 아무것도 아닌 일이었던 것도 같다. 미국 도착하자마자 백신 해결했고, 운전면허증 교체, 영주권 연장신청, 학회발표, 7주짜리 온라인 연수과정 수업듣는것 무사히 마쳤고 (수업과제를 무사히 마치면 격려금 2,500 달러가 나온다고해서 열심히 했다. 공부하고 돈도 벌고, 이런 챤스도 있다니), 교원연수프로그램 짜서 지금 굴러가고 있고, '**심사' 서류 만들어서 올렸고,  매주 수요일에 기도회를 올려드렸고, 지금 현재 "** 승진 심사서류' 만들고 있고, 2주간 자가격리 했고... 여름에 하기로 계획했던 한가지는 사실 손도 못댔다. 이건 가을로 미루기로 하자. (한숨).

 

 

'옥바라지' 성실히 수행한 남편과 집에 보따리 내동댕이치고 바로 나가서 '냉면'을 한 사발 시원하게 먹고, 근처 아웃렛 매장에서 우리 엄마가 좋아하시는 오*릴리 알록달록 티셔츠 한장 사고,  여름 햇살속에 마스크를 한채로 유쾌하게 걸어다니는 사람들 구경을 신나게 하고,  나도 가을학기 개강에 맞춰서 입을 정장 한벌 사고 (온라인으로 수업할게 뻔하지만, 그래도 옷을 갖춰입고 싶어졌다), 백신 맞고 한국으로 돌아오면 마스크 쓸 일 없겠지 상상했던 나를 돌아보며 100장들이 마스크 한상자를 새로 사고.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