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21. 1. 17. 11:08

내가 예매한 조지아주, 아틀란타발 델타는 현지시각 1월 12일 아침 출발 예정이었다. 그리고 나는 버지니아에서 조지아로 가야 했으므로 약 350마일 (약 6시간) 을 차로 이동해야 했다.  그러므로 1월 11일 (월) 오후에 집에서 출발하여 호텔에서 1박을 하고 입국 비행기를 타기로 했다. 

그런데 1월 11일, 집을 떠나기전 '샤워'나 하고 가자고 말끔하게 샤워를 하고 나왔는데 몸이 이상했다. 허리가 묵지근하게 아프기 시작했다. 창밖에는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었고, 그래서 눈길에 운전하는 것도 걱정인데 허리가 아픈것이다.  아무런 전조 증상도 없었다. 샤워할때 삐끗 했던 것도 없고, 찌릿학게 아픈 것도 없었다. 그냥 갑자기 허리가 묵지근하게 아프면서 꼼짝 하기 힘들어졌다. 

 

조금 누워서 쉬다 일어나면 되겠지하고, 아들이 자동차 점검을 하러 다녀올테니 쉬고 있으라고 하길래 두시간여를 뜨끈한 전기담요 위에 누워서 쉬었는데, 누웠다가 일어나려니 움직일수가 없었다.  아들은 밖에 나가 있고, 나는 방에서 앉지도 서지도 그렇다고 다시 누울수도 없는 엎드려진 자세로 일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땀이 쏟아지고, 내가 뭔가 시도할때마다 꼬챙이로 내 허리를 찌르듯 강하고 예리한 통증을 느꼈다.  아이고.  내일 비행기인데, 여섯시간을 달려가야 공항인데...자가격리 장소도 이미 예약이 되어 있는데...나는 움직일수가 없다...

 

엎드린채로 나는 전광석화와 같은 상념에 빠졌다. 온라인으로 비행 일정을 연기하고.... 한국 집에 내가 갈 수 없다는 것을 알리고....한국에서 기다리고 있는 내 일들은 어떻게 정리를 하지? 머릿속으로 일정 취소와 여러가지를 한꺼번에 계획을 해 나갔다. 게다가 밖엔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어서 도로도 안전해보이지 않는다.  --- 이것은, 하느님의 계시인건가? 내게 길이 위험하니 못가게 막으시는건가? 뭐 이런 생각도 강하게 들었다.

 

여러가지 생각을 엎드린채 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 내가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린다고 유튜브 동영상 틀어놓고 따뜻한 전기담요 위에서 뒹굴거리며 예배를 듣는둥 마는둥하고, 심지어 매일 드리는 기도도 누운채로 하는둥마는둥 하지 않았던가?  하느님께서 내게 뭔가 하실 말씀이 있는것 아닐까?  이 생각이 들자 엎드린채로 "아이고 하느님, 잘 못 했습니다. 제가 누워서 예배드리고 누워서 기도하고, 아주 행동이 방만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누워서 드리는 예배는 제 생명을 눕힌 것이나 마찬가지였을겁니다. 하느님께서 제게 그 깨우침을 주시고자 한신 것입니까? 잘 못 했습니다. 다신 안그러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제 몸을 일으켜주셔서 제가 집으로 돌아가게 인도하셔 주시옵소서. 정말 잘못했습니다."  이러고 엎드린채 식은땀을 흘리며 중얼중얼 간절하게 하느님께 기도를 올렸다. 온몸에서는 식은땀이 배어나왔다. 정말로 온몸이 아팠다.

 

 

엎드린채 - 그야말로 오체투지로 기도를 드리고나니, 허리가 아픈채로 몸을 움직여 일어날수 있게 되었다.  '일으키셨으니 집으로 가게 허시겠지' 생각하고, 저녁 6시에 눈속에서 아틀란타로 출발했다.  내가 네시간 쯤 운전했고 아들이 나머지 마무리를 하였다.  허리가 아파서 움직이기도 힘들지만 운전은 무리 없이 해 냈다. 12시가 조금 넘어 공항 근처 호텔에 도착했다. 침대에 누우면 못 일어날까봐 베게를 높이하여 거의 기대 앉다시피하고 자고 일어나 - 공항으로 이동하고 무사히 비행기를 탔다.  비행기에서 다른 사람들은 텅빈 좌석에 길게 누워가는데 - 나는 베게를 여러개 허리에 받치고 내내 앉아서 열다섯시간을 버텼다.  (아들 말이, 허리 아프면 눕지 말고 자꾸 몸을 움직여서 허리에 신호를 보내줘야 한다고 해서, 그대로 했다.) 

 

허리 통증이 발발한지 오늘이 6일째이다. 어제부터는 뻐근하나마 침대에서 몸을 뒤척이며 편히 잘수있게 되었고, 오늘은 실험적으로 '코어운동' - 누운채 허리를 들어올리는 운동을 해보니 그럭저럭 될 정도로 허리 통증이 물러났다. 지금은 조금 불편하지만 - 곧 가벼워질것이다.

 

엎드려서 하느님께 기도드린 후로 나는 유튜브 새벽예배며 오늘 일요예배까지, 예배드릴때는 반듯하게 정자세로 앉아있다. 내가 애초에 이렇게 반듯하게 생활했다면 허리가 아플 이유도 없었을것이다. 

 

허리가 아프면서 - 나는 많은 것들을 한꺼번에 이해하게 되었다. <타인의 고통>에 대하여.   내가 허리가 아파보니  몸을 조금만 움직이는 것도 아주 힘들고 아픈 일이었다.  주변에서 허리에 디스크가 있다고 앓는 소리를 하는 사람을 나는 도무지 이해못했었다. 멀쩡하게 생겨가지고 뭐가 아프다는걸까?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우리 시아버지가 한번 일어나기 위해 몇번이나 기합을 넣고 용을쓰실때도 나는 왜 그렇게 거동이 힘든것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우리 어머니가 나무늘보처럼 느릿느릿 움직이는 것에 대하여 왜 그런것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은 왜 사람이 거동이 불편하고 몇발짝 걸음 떼기가 힘든 일인지 많이 이해한다.  내가 허리가 아파서 꼼짝 못하는 상황을 겪으니 같은 고통속에 처해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 것이다. 

 

내가 겪기 전에는 남의 고통을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다. 내 삶에는 고통이랄 것이 딱히 없었다. 특히 신체적인 고통은 별로 느끼지 못하고 여태까지 편히 살아왔다.  그래서 아프다는 타인의 고통에 깊이 공감하지 못해왔다.  왜 아플까? 잘 이해하지 못하고 공감하지 못했다.  지금은 ...설령 누군가의 고통을 내가 잘 이해하지 못해도--최소한 그 고통에 대하여 이해하려는 마음가짐이 생기게 되었다.  타인의 고통에 대해서 내 눈을 열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린다. 

하느님께서 '선물'로 주신 통증이기에 이 통증은 자연치유가 되고 있다.  자가격리가 아니었다면 병원을 갔겠지. 하지만 나는 자가격리중이라 병원에 나다니면 안되고, 그리고 하느님의 선물이기에 하느님께서 거둬가신다는 믿음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우리 하느님은 내게 어려 통로로 말을 걸어오시고, 나는 총명한 하느님의 자식이기에 그분의 뜻을 잘 알아챈다.  하느님께서 나의 총명을 기뻐하실것이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