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21. 1. 8. 01:33

본래 오프라인으로 구상되었던 프로젝트인데 코비드팬데믹의 장기화로 연기되었다가 모든 것을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외부에서 신청한 프로젝트인데 집행예산도 크고, 내가 속한 곳의 명예도 달려있는 일이고, 여러명의 동료 교수님들을 섭외하고 인턴 학생들을 고용하여 진행하는데 나도 외국에 나와있고  (언라인이라 국내인가 외국인가가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심리적으로 어딘가 불안감이 있고), 모든 것이 언라인으로 소통되고 기획되고 실행되는 일이다보니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묘한 불안감이 든다. 

 

온라인으로 다수의 사람들을 불러 모아서 역시 다수의 인재들에게 영감을 줄만한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일은 오프라인으로 동일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것과 비교하면 스트레스가 몇 배 심하다. 현장에서 곧바로 처리되고 소통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하여 미리 예측하고 세세하게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을 해 본적은 없지만 - 그것과 흡사할 것이다. 유저의 필요와 소용되는 것들을 미리 예측하여 뭔가 만들어내는 것. 

 

교수님들을 섭외했고 (그중에 한 분은 이미 준비 다 마친 상태에서 갑자기 아프리카로 날아간다는 폭탄선언을 하여 내가 부랴부랴 동일한 주제로 강의해 줄 다른 교수를 섭외해야 했고),  인재 학생들을 발탁하여 인턴방을 하나 만들어 놓았고, 이제 참가자들이 아무 문제없이 온라인으로 수업 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매뉴얼을 만들고 있다.  이제 참가자들에 대한 정보도 저쪽에 요구해야 하고 참가자들을 어떻게 분류하고 반을 배정할지도 생각을 해 봐야 한다.  음... 갈길이 멀다. 

 

여태까지 나의 연구가 주로 나 혼자서 연구대상을 섭외하여 혼자 데이타 구하고 혼자서 연구하여 논문을 쓰는 식으로 진행되어 왔다. 글을 쓰건 논문을 쓰건 책을 쓰건 나는 혼자서 모든 일을 주도적으로 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이번 경우는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이다.  내가 총체적으로 기획을 하고 모든 프로그램을 관리하며 시작과 마침표를 찍어야 하고, 동시에 일부 수업도 진행해야 한다.  지휘자...연주 도중에 직접 악기도 연주하는 지휘자. 뭐 그런 입장이다.  영화감독인데 일부는 직접 출연도 하는. 뭐 그런것.  내가 스트레스 받는 이유가 이것이었구나. 지휘를 해야 한다는 것.   지난 가을학기에도 외부 프로그램을 굴리는 것을 한적이 있다. 그 때는 운 좋게도 코비드 상황이 나쁘지 않아서 오프라인으로 사흘간 진행했다.  그때는 아무런 스트레스를 못 느꼈다.  직접 현장에서 진행상황을 확인하고 참석자들의 반응도 살피고 인간적으로 서로 다가갈수 있었다.  이번 경우에는 2주간 프로그램 진행을 살펴야 한다. 반응도 체크해야 하고. 강사들이나 인턴들이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성공시켜야 한다. 성공적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왜냐하면 - 뭐 기왕에 하는거 잘하고 싶으니까.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