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Walking2020. 10. 26. 19:19

2020년 10월, 한국

 

2008년 12월, 플로리다, 왕눈이와

 

 

나는 맨발로 달린다

 

나의 하느님에 대하여 내가 새로 발견한 것.

 

예수님이 맹인들의 눈을 번쩍 뜨게 하셨다는 일화에 대하여 나는 격하게 공감한다.  그렇다! 그렇다고.  내가 최근에 알게 된 것은 이것이다.

 

하느님은 플로리다를 거쳐서 버지니아를 거쳐서 나를 한국으로 다시 돌려 놓으셨을때, 이미 내게 필요한 것,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모든 것들을 완벽하게 준비해 놓으셨던 것이다.  그가 '모든 아름다운 것들이 넘쳐흐르는 곳'에 나를 돌려보내셨는데, 내가 그 아름다운 것들을 발견하거나 깨닫는데는 시간이 많이 필요했다. 수년이 흐른 후에야 어느날 눈을 떠보니, 그것들이 한꺼번에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이런 것이다.  집에서 나가서 슬슬 산책하여 가다보면, 개울/강/호수/바다 같은 물가가 나오고, 숲이 이어지고, 동산이 펼쳐지고, 동물들이 뛰 놀고, 물고기들이 펄쩍펄쩍 뛰고 그런 정경이 펼쳐지는 곳.  그런 곳을 원없이 오래 오래 헤메기.  계절이 바뀌는 것을 매일 관찰하기.  슬슬 산책하여 가다보면 가게들이 있고, 내과 치과 이런 것들이 있고, 내가 필요한 모든 편의시설이 슬슬 산책하는 거리에 있기.  대학 도서관에 맘대로 드나들며 신간이나 고전을 맘대로 빼들고 읽기, 빌려다 쌓아 놓고 읽기.  카페. 음악. 걸어서 갈수 있는 음악당. 뭐 이런 것들. 이런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을 하느님은 내 앞에 펼쳐놓고 "얘야, 너 여기서 편히 잘 놀아라" 하셨는데 -- 나는 몇년이 흐른 뒤에야 그것들이 내 앞에 펼쳐져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느님은 내게 모든 것을 주셨다.  (내 잔이 넘쳐흐르게 선물 폭탄을 투하하셨다.) 

 

하느님은 내게 왜 이렇게 잘 해주시는걸까... 그걸 요즘 궁금해 하는 중이다.  제가 이걸 다 받아도 되는지요. 하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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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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