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20. 10. 14. 13:40

 

 

걷기에는 중독성이 있는 듯 하다. 

 

지난 7월 20일부터 매일 나가서 걷는 생활이 시작되었으니 아직 3개월이 채 못 되었는데, 그동안에 5 킬로그램이 감량되었고,  처음에 7 킬로미터쯤 걷기로 시작해서 요즘은 최소 10킬로미터는 걸어야 몸이 풀리는 상황이다.  그러니까 평일에는 10킬로미터 걷기로 만족하고, 주말이나 일정이 바쁘지 않은 날에는 15-20 킬로미터를 걷는 것이 사는 낙이다.  건강 상태가 정말 안 좋았던 7월, 자가격리 마치고 몸이 띵띵 부어가지고 나왔을때,  처음에는 7킬로미터쯤 되는 동네 공원 산책로 다녀와서 몇시간동안 죽은듯이 자고 그랬다.  (여름방학이니까 가능했다).  그것만으로도 꽤나 운동이 되었다.  두달여가 지난 지금은 10킬로미터를 걷고 와도 몸이 가볍고, 하루를 시작할 기분이 든다. (좀 더 걷고 싶다는 아쉬운 달콤함 같은 것이 감돈다). 

 

며칠전에는 아침 여덟시에 미국의 동료들과 줌으로 화상회의를 좀 할 일이 생겼는데, 그 미팅에 참석해 달라는 요청에, 나의 대답은 "아침 여덟시?  그러면 내 아침 운동에 지장있는데!! (투덜투덜)"  상대방은 투덜대는 나를 살살 달래야 했다.  내가 정말 어린애처럼 투덜댔으니까.  대체로 뭘 하든 군소리 없이 일을 해치우던 내가 '아침 운동'에 방해 된다고 공식회의에 대해서 투덜댈거라고는 내 동료도 짐작을 못 했으리라.  나도 내가 그러리라고는 짐작을 못 했었다.  돌아보니 내 모습이 참 어린애 같았다.

 

아침 운동을 제대로 못 한 날에는 일정을 마친 저녁 시간에 근처를 산책하는 것으로 만족하는데, 그런데 내가 내 몸상태를 살펴보면 - 아침 운동을 흡족하게 하지 못한 날에는 밤에 잠도 쉽게 이루지 못하고, 잠을 자고 깬 후에도 어딘가 상쾌함이 덜하다.  운동량이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흡족한 만큼이 못 되면 - 잠의 달콤함이 줄어든다.  잠을 푹 잘 자기 위해서는 흡족한 만큼의 아침 운동이 필요한 것 같다.  그리고 정말로 달콤하게 자기 위해서는 '맨발'로 걸어줘야 한다. 

 

오늘 아침에도 어딘가 몸이 상쾌하지 않은 기분이었는데 - 신발을 벗고 몇킬로미터를 걸으니 그제서야 '시원하다'는 기분이 들고 머리도 맑아졌다. 다분히 심리적인 것이겠지만, 맨발로 걸어야 머리가 맑아진다.  안걷는 것보다는 걷는게 낫고 -- 기왕 걷는거라면 많이 걷는것이 더 낫고 - 기왕이면 맨발로 걷는 것이 더 좋다. 맨발로 걸으면 머리속이 맑아진다는 느낌이 든다. 

 

라면 먹을때, 우리가 꼭 '김치'를 찾지 않는가?  마지막에 김치 한 점이라도 먹어야 라면이 소화가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는가?  김치 없는 라면은 뭔가 영혼이 빠진 라면 같지 않은가?   맨발 걷기가 바로 그 라면의 김치 같다.  맨발로 걸어줘야, 모든게 정리가 되는 듯한 기분이 든다.

 

매일 아침 일어나, 나는 걸으러 나간다.  걷고, 돌아와서 씻고, 간단히 먹고 출근을 하여 온종일 일을 하고, 틈틈이 걷기에 대하여 생각하고, 틈틈이 걷기 관련 정보를 찾아 보거나, 도서관에서 빌려온 온갖 걷기 관련 책들을 읽고,  저녁을 먹은 후에는 걷기를 잘 하기 위한 몇가지 실내 운동을 하고 그리고 일찍 잠이 든다.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 걸어야 하니까. 

 

나는 요즘, 걷기라는 새로운 애인을 만나 온종일 그 애인 생각을 하며 보내는 것 같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