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20. 7. 8. 18:09

  1. 3분 쇠고기 카레 2
  2. 3분 쇠고기 짜장 2
  3. 신라면 5
  4. 참치캔 3
  5. 스팸 3
  6. 햇반 10 
  7. 도시락김 8
  8. 육개장 1
  9. 쇠고기국 1

 

 

자가격리 7일만에 드디어 구호식량이 도착했다. 감사하다. 여기서 실제로 내가 먹을수 있는 것은 햇반과 도시락 김.  나머지는 '편식이 아주 심한 불량시민'인 내가 안 먹는 식료품들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나의 잘못이지 구호품 보내주신 분 잘못은 아니다. (남편이 내 대신 먹을 것이다.  하지만 그 역시 스팸은 먹지 않는데... 내가 참 배부른 소리를 하고 자빠졌다.)  내 삶은 늘 그랬다.  밥상에서 내가 먹을수 있는 것만 말없이 골라 먹는 식으로 한평생 살아왔다. 나는 스팸도, 쇠고기 짜장도, 카레도, 육개장도, 소고기 국도, 아무튼 고기가 들어간 것은 안먹는다. 내가 생각해도 내가 꽤 갑갑한 종자다.  이렇게 까탈스러운 나의 식성을 배려해주며 30년 넘게 살아준 남편에게 감사할 노릇이다. 선물 받은 기념으로 햅반을 찬물에 말아서 김과 함께 저녁 한끼를 먹어보자.  아무튼 구호식량을 받으니 이제야 내가 이나라에 세금을 내고 사는 시민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수고가 많으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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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한달전에 대한항공으로 미국 갈 때,  대개 미국행에 주는 것이 (1) 비빔밥 (2) 삼각김밥이나 빵 같은 간식 (3) 서양식 한가지  이런 식인데,  그래서 (1) 비빔밥을 먹었고 (2) 삼각김밥 대신에 바나나를 줘서 그걸 먹었고 (3) 서양식 한가지로 닭고기나 돼지고기 두가지 중에서 한가지를 고르라고 한다.  나는 난감했다. 닭고기도 돼지고기도 먹지 않는데... 평소에는 닭과 생선 둘중에 하나 고르라고 해서 나는 생선을 골랐는데, 그날은 닭과 돼지 중에 택일이다. 난 두가지 다 안먹는다.  그래서 "난 둘다 안먹는데 어떡하나요?" 하고 물었더니  아까 먹은 '비빔밥'이 남아 있는데 그걸 드시겠냐고 묻는다.  그래서 냉큼 "예!!! 비빔밥 주세요!!!" 했다.  사실 기내식으로 내가 선택할수 있는 최고가 '비빔밥'이다.  나머지는 그냥 피치 못해서 먹는거다.  그래서 그날은 운 좋게 비빔밥을 두번이나 먹었다는 말이지.  나는 평생 나의 '편식 취향'에 대해서 죄책감과 열등감 (남들이 다 먹는걸 나는 못먹는다는 열등감과 죄책감)을 갖고 살아가기 때문에 음식을 먹을때 까탈을 부리지 않는 편이다. 늘 주변의 눈치를 살피는 편이다. 나의 취향은 늘 꾸지람의 대상이었으므로 몸에 익은 눈치 살핌이다.  그래서 한번도 주어지는 음식에 대해서 내 목소리를 내 본적이 없었는데 -- 그날 '난 닭고기도 돼지고기도 안먹는다'고 말했을때, 승무원이 '그러면 비빔밥 줄까?' 하고 물었을때 그 승무원이 '천사' 같이 보였다. 참 감사했다.  '왜 갑질이냐 주는대로 처먹지!' 뭐 이럴수도 있었을텐데.   (사실 나 어릴때 우리집에서는 내가 이것 저것 안먹으면 '주는대로 처먹지 왜 속을 썩이냐'는 피드백이 주로 날아다녔다.)  지금도 나는 주는대로 얌전하게 처먹는 편이다.  다 내탓이니까. 

 

 

결론은 -- 그날 닭고기도 돼지고기도 못먹는 내게 비빔밥을 제공해준 그 승무원님 정말 고마우신 분이다.  내인생 최고의 승무원이시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