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20. 7. 6. 22:38

자가격리에 들어간지 5일 째 되는날 --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에 감사하자).

 

아침 뉴스를 보니 지난 7월 2일에 입국한 (나도 그날 오후에 들어왔다) 외국인 프로 선수 (종목이나 이름은 잘 모른다)가 확진 판정을 받고 입원 했다고 한다. 뜨아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에 새삼 감사하자).

 

그러니까, 나의 경우는 입국하자마자 보건소에 가서 검사를 받았고, 바로 그 다음날 아침에 '감염되지 않았다'는 검사 결과를 받아서 안심할수 있었지만 -- 이것은 운좋은 다수의 경우에 해당 되는 것이고 -- 어떤 사람들은 그자리에서 '확진' 판정을 받거나, 혹은 '확정 되지 않은 애매함' 때문에 며칠사이에 재검을 받거나 하는 식으로 일이 진행이 되는 모양이다.  그러니까 깔끔하게 결과가 나와서 안심할 수 있다는 것 자체도 참 감사한 일임을 깨달아야 한다.  확진 판정을 받으신, 그리고 결과를 기다리시는 분들도 무사히 이 상황에서 벗어나시길 빈다.

 

닷새째이다.  내게 비상식량을 보내는 정부 기관이나 단체는 아직 없다. 남편이 없었으면 나는 살을 많이 뺐을거야.  자가격리자에게 '먹이'를 제공하지 않으면 자가격리자는 나가서 뭘 사다 먹을 수 밖에 없다.  행정의 빈틈이 보인다.  물론 나는 한발짝도 문밖으로 나가지 않은채 하루하루를 잘 보내고 있다.  그렇지만, 뭐 사먹으러 나가는 자가격리자도 발생할수 있음을 깨닫는다.  사람은 다 자기가 상황이 닥쳐봐야 그 상황속의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 

 

내가 의무적으로 깔아 놓은 앱은 -- 내가 낮잠을 자고 있을 때 "움직임이 없어서 담당 공무원에게 알렸다. 버튼을 눌러서 네 위치를 알려라" 뭐 이따위 메시지를 보내곤 한다. 매일 온다. 짜증이 난다. 그래서 이틀전에는 "내가 어디있는지 확인하고 싶으면 직접 전화를 하시오. 낮잠 자는동안 전자메시지 와도 나는 받지 못하지만 전화벨 울리면 받을 것이오" 라고 앱에 메시지를 띄웠다. 아무 답도 없다. 그리고 매일 앱에서 잔소리 메시지가 뜬다. "전화 하라구! 나 꼼짝도 않고 방구석에 있으니까 전화기 쓸일이 없어 안 움직이는건데 -- 나보고 나가 돌아다니라는거야 뭐야? 앱을 뭐 이따위로 만든거야?  전화 하라니까!"  이러고 혼자 신경질을 내고 있다.  그냥 앱이 기계적으로 보내는 메시지에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내가 한심하다. 하지만....집안에 죄수처럼 처박혀 있는 내게 '움직임이 없으니 수상하다'는 식으로 메시지를 보내면 어쩌라는건가? 전화를 하시던가!!!   

 

내가 죄수야 뭐야?  연쇄살인마도, 파렴치범도 감옥에서 밥은 삼시세끼 꼬박꼬박 받아 먹고 산다.  자가격리자에게는 기초 인권도 없다. 가둬 놓고 밥은 안준다.  나는 아무런 죄도 짓지 않았다. 양심적으로 말 잘 듣는 시민이란 말이다. 슬슬 분노가 피어오른다.  가둬 놓고 감시만 하면서 밥은 안 주는 시스템.  겉만 번지르르한 세상. 

 

 

 

 

Posted by Lee Eunmee